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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시 감상실♩

이제니, <네이키드 하이패션 소년의 작별인사>

작성자태양건전지|작성시간12.07.09|조회수43 목록 댓글 0

이것은 단순하고 소소한 작별인사입니다.

나는 움직이지 않는다. 언제나 여기에 있다.
벌거벗은 몸으로, 벌거벗은 마음으로

네이키드 하이패션 소년은 오물거리는 물고기 입으로 중얼거렸다.

지렁이는 죽을 때 어떤 소리를 낼까. 터져버리지만 않는다면 괜찮아. 흑담즙은 불행을 일으킨다고 내 어머니는 말했지. 나의 미래는 누구보다도 어둡다. 어쩌면 난 죽은 물고기를 낳게 될지도 몰라. 당신에게 허락된 문장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악몽 같아요. 도대체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소리없는 물처럼 슬픔이 찾아왔다.
벌거벗은 몸으로, 벌거벗은 마음으로

물고기의 동공 위로 슬픔이 지나간다. 사순절 정오 고양이는 밀떡을 삼킨다. 오늘의 법칙이 내일의 법칙이 될 수도 있다. 기억의 겉옷을 벗어던진 채 듣는 알파파의 진동. 나는 울지 못하고, 날지 못하고, 묻지 못한다. 슬픔의 순간에도 운율만은 잊지 않았지. 당신에게도 당신만의 하이패션이 있습니까. 각운이 아니었더라면 난 더 슬펐을 거야.

나는 지금 죽지 않기 위해 말을 하는 것이다, 죽지 않기 위해
너무 쉽게 붉어지는 얼굴과 너무 빤히 들여다보이는 마음이 부끄러웠다.

말을 마치자 피곤이 몰려왔다. 네이키드 하이패션 소년은 불을 끈 뒤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어떻게 하면 기체나 액체처럼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사라질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실행에 옮기겠다는 결연한 의지 같은 것도 없으면서, 그저 무심코 손톱 끝을 바라보길 좋아하는 무의미한 습관처럼. 그러다 문득 자신의 뺨을 조용히 때리면서.

흩어진 별무리들처럼 잠이 쏟아졌다.

-이제니, <네이키드 하이패션 소년의 작별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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