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공감] 시 감상실♩

오늘 쉰이 되었다 - 이면우

작성자엄마한테일러|작성시간12.11.02|조회수37 목록 댓글 3

서른 전, 꼭 되짚어보겠다고 붉은 줄만 긋고
영영 덮어버린
책들에게 사죄한다.
겉핥고 아는 체했던 모든
책의 저자에게 사죄한다.

 

마흔 전, 무슨 일로 다투다 속맘으로
낼, 모래쯤 화해해야지 작정하고
부러 큰소리로
옳다고 우기던 일 아프다.
세상에 풀지 못한 응어리가 아프다

 

쉰전, 늦게 둔 아이를
내가 키운다고 믿었다.
돌이켜보면, 그 어린 게
날 부축하며 온 길이다.
아이가 이 구절을
마음으로 읽을 때쯤이면
난 눈썹 끝 물방울 같은 게 되어 있을 게다

 

"오늘 아침, 쉰이 되었다."
라고 두 번 소리내어 말해보았다.
서늘한 방에 앉았다가 무릎 한번 탁 치고
빙긋이 혼자 웃었다

 

이제부턴 사람을 만나면
좀 무리를 해서라도
따끈한 국밥 한그릇씩 꼭 대접해야겠다고,
그리고 쓸쓸한 가운데
즐거움이 가느다란 연기처럼 솟아났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해님과달님 | 작성시간 12.11.04 낼 모레면 이렇게 말 할 나이가 되겠네요.
    쿄쿄쿄!!!
    우리나라의 낼 모레는?
  • 답댓글 작성자엄마한테일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11.08 그래서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하기가 어렵나봐요~~ ㅎㅎ
  • 삭제된 댓글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엄마한테일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8.22 그리웁다 님 덕분에 제가 올린지도 잊고 지냈던 시를 다시 읽었네요~~ ^-^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