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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

'춘향전'을 읽고

작성자교육 유미연|작성시간02.08.25|조회수150 목록 댓글 0

 춘향전은 우리의 고전 작품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인 것 같다.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예술성과 흥행성을 골고루 인정 받아서 지금도 드라마,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 춘향전의 주제는 다소 봉건적인 측면 열이라는 관점으로 이해되고 있지만 난 좀 다르게 보고 싶다. 한 지아비만 섬긴다는 열이라는 측면 보다는 그냥 춘향이는 사랑을 했었던 게 아닐까? 물론 춘향이가 신분 상승의 욕구 때문에 이도령을 기다렸다는 의견도 있지만 춘향기가 열 여섯 에 처음 만난 첫사랑을 지키고 싶었다는 쪽으로 생각하고 싶다. 첫사랑이라는 테마는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최근에 가장 인기있었던 드라마의 주제도 첫사랑이었다. 첫사랑을 지키려는 마음과 그것을 방해하는 운명적인 측면들. 춘향전도 그 측면에서 일맥상통하고 있으며, 중심 소재인 첫사랑에 신분을 초월한 사랑, 지배층의 학정, 마지막에 뒤집는 반전, 방자나 향단이와 같은 주변 인물의 해학성이 합해져 춘향전을 이루고 있고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여기서는 춘향전에 나타난 여러 인물들을 분석해 봄으로써 춘향전을 새로운 의미로 해석해 보고 싶다.

 1.춘향

  춘향을 한자로 직역하면 '봄의 향기'라는 의미다. 여기서 봄이란 만물이 약동하는 청춘의 계절이다. 인류문명이 일정수준까지 진보하기 전까지 가장 무서웠던 대상은 사자나 호랑이 같은 무서운 야생 동물들이 아니라 한겨울에 찾아오는 살을 에이는 듯한 추위와 배고픔이었을 것이라 판단된다. 이와같이 절망적이고 어두운 겨울의 긴 터널을 뚫고서 만물이 약동하는 새봄이 도래하는 것은 인류에게 구원의 메시지로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향기란 인간을 비롯하여 사물 속에 내재되어 있는 정신적인 혼이나 '얼' 등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춘향이라는 이름의 뜻인 '봄의 향기'를 종합적으로 해부해 보면 시기적으로 봄에 해당하는 젊은이들의 정신적인 혼과 자세를 의미하는 추상적인 의미가 숨어있다는 것이 드러나게 된다. 그러므로 춘향이의 전체적인 이름인 '성춘향'은 춘향이라는 '젊은이의 정신적인 혼'이라는 뜻에 이룬다는 의미가 추가되어 '젊은이의 정신적인 혼과 자세가 무엇인가를 이룬다'는 의미다.

 남녀간의 사랑에 있어서 첫인상이 매우 중요한데 춘향전에서도 이몽룡이 춘향이의 어떤 모습을 보고 그렇게 한눈에 반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춘향이의 그네 뛰는 모습이다. 그네의 일반적인 특징은 도약과 하강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춘향이가 그네를 타고 하늘을 향해 위로 올라갈 때는 자신의 높은 꿈과 이상을 기필코 실현해 나가려는 젊은이의 진취적인 기상과 결합하는 측면을 나타내고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는 순간은 중력과 같이 쉼없이 잡아당기는 현실적인 욕망과 유혹 등에 끌려 다시 아래로 내려와 현실에 안주하는 것을 반복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것은 아직 젊은이들이 마음속에 꿈과 이상을 실천하려는 확고한 신념이나 의지, 집념 등이 형성되지 못하고 오락가락하고 있는 과도기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춘향전 본문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멀리서 그네 뛰는 춘향이의 모습을 보고 '오락가락, 희득 희득, 얼른얼른' 한 상태로  이몽룡이 느끼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춘향이의 신분을 살펴 보면 기생 신분이다. 그러사 소설에서는 춘향이가 기생인 월매와 양반인 성참판의 피를 동시에 이어받음으로써 변덕스러운 기생적인 기질과 선비적인 지조를 동시에 지니고 있음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도령과 이별 후 춘향은 신관 변학도의 수청 요구에 직면한다. 이 변학도의 수청 강요는 기생이기를 거부하고 한 남성과의 사랑을 통해 단란한 가정을 꾸미며, 인간다운 삶을 이룩하기를 희구하던 춘향에게 있어 자신의 인간적 요구와 권리를 짓밟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춘향의 열은 단순히 봉건적인 의미의 열과는 내부적으로 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춘향의 열은 도덕적 질서나 상황적 압력에 의해 강요된 열이 아니라 순전히 자유의지에 의해 초래된 열이다. 춘향이 보여주는 열은 맹목적인 것이 아니고 사랑과 신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열이다.춘향의 열을 이렇게 이해함에도 불구하고 춘향이를 어떻게 봉건적 의미의 열녀라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최근에는 춘향이가 열이라는 봉건적 이념으로 변학도로 대변되는 봉건적 현실에 항거했다는 기존견해의 모순을 열녀 춘향이라는 유교적 교훈은 한갓 표면적 주제요, 인간적 해방의 주장이 보다 가치있는 이면적 주제라고 분리 설명함으로써 해소시켜 보고자 한 시도도 있었으나 양자는 그렇게 분리될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춘향의 인간적 해방의 주장은 이 열이 존재함으로써 비로소 가능했기 때문이다. 즉 이 둘은 긴밀히 관련되어 있는 것이지 대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춘향의 매맞는 것을 지켜 보고선 남원 부민들이 모두 울먹였다던가, 농민들이 변학도를 지독한 민중 수탈자로 비판하면서 춘향의 주장이 전적으로 정당하다고 지지해 주었다던가. 또 주막집 영감이나 초동 농부 등의 입을 빌어 지배층인 양반에대한 민중의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든가 하는 점에서 춘향전의 배후에 민중이라는 실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변학도의 수청 강요는 곧바로 지배층의 민중수탈과 관련지어서 비판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부분이 '춘향전'이 연애 이야기이면서도 단순히 연애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당대 민중의 요구와 사회정치적인 입장을 미학적으로 표현한 사회소설로 도약하는데 적절한 역할을 한 것이다.

 이상과 같이 춘향이라는 인물의 성격을 요약해 보면 '사랑'이라는 감정에 충실함을 알 수 있다. 춘향은 관능적인 면과 도덕적인 면, 연약한 순종성과 의지적 저항성 등의 양면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사랑에 충실하며 인간다운 삶을 희구하는 춘향의 태도는 민중의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이몽룡

  몽룡은 춘향전 이야기 속에서도 그 의미를 밝히고 있듯이 '용꿈'이라는 뜻이다. 이몽룡의 이름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벼슬아치가 되기 위해 용과 같이 높고 원대한 꿈을 품는 마음을 의미한다. 옛날에는 그러한 원대한 꿈이 과거시험을 통해 구현되었기 때문에 이몽룡이 과거시험을 통해 그의 일생일대의 꿈을 달성하고 있는 것으로 춘향전이 구성되고 있다. 이몽룡은 처음에는 유희적 감정으로 춘향을 대하였다. 그러나 춘향과 접촉하고 춘향과 대화하면서 춘향에게 깊은 애정을 느끼며 그 인간적 요구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신뢰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몽룡이 혼인의 증서로 '천장지구는 해고석난이요 천지신명은 공증차맹이라'고 써주게 되는데 여기서 천장지구는 중국인들이 변치않는 사랑을 약속할때 사용하는 사자성어이기도 하다. 이뜻은 하늘처럼 길고 땅처럼 오래도록 변함없이 그리고 바닷물이 마르고 돌이 닳아서 난간이 될 때까지 오래도록 변치 않고 사랑하겠다고 천지간의 모든 신을 걸고 맹세하는 내용이다. 이와 같이 춘향을 깊이 사랑하던 이몽룡이지만 춘향이 옥에 갇혀 있을 때 나타나서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감추는 냉정함을 보인다. 그는 기로에 놓여 있었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자신의 소식을 전해야 할 것과 공무집행을 위해서 신중을 기해야 하는. 그가 선택한 것은 후자였다. 이러한 이몽룡의 행동은 춘향에게 있어서는 굉장히 위험한 것이었다. 춘향에게 모든 희망이 끊어진 상태는 굉장히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지만 춘향은 이몽룡을 원망하지 않는다. 춘향이 단순히 신분 상승이라는 측면 때문에 이몽룡을 기다렸다면 결코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춘향이가 그토록 이몽룡을 사랑했던 반면 이몽룡은 춘향이보다는 자신의 성공적인 임무수행이 우선이 아니었을까? 그는 인간적으로 따뜻한 사람이 되기 보다는 사회적으로 입지를 다지는데 더 몰두해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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