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 기존의 논의 검토
「홍계월전」은 한글로 쓰여진 작자미상의 여성영웅소설이다. 그러나 서사전개와 기타 여러 특징 등에 있어 여타 여성영웅소설과 뚜렷이 구분이 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 대체적인 기존의 연구에서는 여자주인공이 남자주인공 보다 월등한 능력을 지녔을 뿐 아니라 女化爲男한 사실이 밝혀진 후에도 그 지위와 전쟁에서의 활약상, 인물성격 등에 아무 변화 없이 끝까지 영웅성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등을 중시하고 있다. 「홍계월전」에 대한 개별 연구를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1)「홍계월전」은 '여성들은 원래부터 무능하고 무력한 인간이 아니라, 남성과 같이 무술을 배우면 국난을 타개할 수 있고 국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여성들의 남성에 대한 반발심을 표현한 작품'이라 보았다.
2) 영웅소설을 그 투쟁 수행의 주체에 따라 분류함에 있어서「홍계월전」은 투쟁 수행의 주체가 여성이면서 여성의 활약이 극대화되어 남성과 동등하거나 남성을 압도하는 유형이라고 보았다. 또한 이 유형에는 혼사장애의 모티브가 개입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여성영웅의 출정동기는 出將入相이 목표가 아니라 자신들의 힘으로 혼사갈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3) 여성영웅소설은 여주인공의 영웅적인 투쟁과 입공을 드러내기 위한 작품이 아니며 영웅의 일생은 여성영웅소설에 이르러 비범한 인물의 삶의 방식이 아닌 소설 주인공의 보편적인 삶의 방식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기에, 따라서 「홍계월전」은 가정내의 사건을 다루며 전개되었다고 보았다.
4) 여주인공 계월이 가부장제적 구속에 얽매이지 않은 판단과 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공적 사회 내에서 실현하였으며, 그의 그러한 사회적 성취가 남편에 의해 주어진 것이 아니라 독립된 인간으로 그녀가 획득한 것이고 또한 자신의 능력을 '내조'라는 간접적 형태로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입공이라는 목표를 위해 발휘하였다고 하여「홍계월전」을 여성 중심적 시각이 확대된 작품으로 보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화위남이란 남성의 옷을 잠시 빌려 입는 표면적 위장일 뿐 본질적 변화가 아니므로 일시적이며 위선적인 편법이고 따라서 여주인공이 남복을 통해 성취한 입신양명은 참다운 자아 실현과 거리가 있다고 하였다.
5) 계월이 '부모봉양'이란 기본동기와 이 동기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부모상봉, 원수갚음, 화락한 가정생활'이란 부차적 동기를 갖는다며 그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영웅적 활약을 수행한 것이라고 보았다.
6) 여성의 탁월한 영웅성 발휘와 이를 통한 남녀주인공의 대립에 있어 여성의 일방적 승리는「홍계월전」이 여타영웅소설과 뚜렷이 구분되는 특징이라 보는 기존 연구의 토대 위에 주인공이 자신의 영웅적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여성에게 가해지는 가부장제의 질곡을 벗어나 사회적인 자아를 실현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본 반면, 주인공이 여성성을 거의 갖추고 있지 않으며 결국 결말부에서 가정으로 돌아간 점을 한계성으로 지적하였다. 남복여성, 곧 '평국'으로서의 삶은 실체가 아닌 일종의 허상이라 인식하여 여성의 자아실현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 관념적인 허상을 창조해 내는 데에 그치고 있으며 이는 곧 이 작품의 의식적 한계라고 보았다. 여성영웅소설에서 주인공인 여성의 위치가 신장될수록 오히려 그 여주인공의 여성성은 상대적으로 소멸해 나가며, 따라서 「홍계월전」에서 찬양되는 것은 '계월'이 아닌 '평국' 이며, 이는 결국 여성성보다는 남성성을 찬양하고 있다고 하였다.
위에 제시한 기존의 논의들은 주로「홍계월전」을 비판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는 「홍계월전」에 대해서 저와는 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논의들이며, 앞에서 논의되었던 「홍계월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들을 긍정적인 입장으로 다시 살펴보도록 하겠다.
Ⅱ. 본론
1. 「홍계월전」의 전반부 - 홍계월이 관직에 나가기까지의 과정
(1) 여성영웅소설의 배경
홍계월전을 비롯한 다른 여성영웅소설의 배경은 모두 중국으로 설정되어 있다. 우리 나라의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배경을 중국으로 설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 당시의 시대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당시 조선사회는 강력한 유교윤리가 지배했던 사회였고, 이런 사회분위기 속에서 여성영웅소설이 당시의 독자들에게 현실감 있게 다가왔더라면 사회적으로 큰 파문이 일었을 것이다. 소설 내용 자체만으로도 당시 사회체제를 뒤엎는 내용인데, 배경까지 조선으로 설정이 되어 독자들에게 리얼리티를 준다면 지배층에서 이러한 내용의 소설을 용납했을 리가 없을 것이다. 즉 발표된 여성영웅소설은 모두 분서갱유되어 현재 우리에게 읽혀질 수도 없는 위험한 책이 됐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를 피하기 위한 위장으로 소설의 배경을 모두 중국으로 설정하여, 그나마 작가가 변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또한 영웅의 활약을 전개해나가기 위해서도 조그만 조선땅 보다는 광활한 대륙인 중국을 배경으로 하여 내용을 전개하는 것이 훨씬 박진감이 넘쳤을 것이다.
(2) 주변인물
홍계월전에는 주인공 '홍계월' 이외에도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여러 주변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여성 등장인물들의 성격은 다른 여성영웅소설과는 달리 매우 특징적이다. 이는 일부 남성인물들의 성격과 대비되어 더욱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홍계월의 친어머니인 양씨부인은 아버지인 홍시랑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의지가 강하고 적극적인 인물이다. 그녀는 '장시랑의 난'이 닥치자 홍계월을 데리고 시비 양윤의 도움을 받아 피신을 한다. 도중에 도적 맹길을 만나 홍계월을 잃고 양윤과 함께 포로의 신세가 되나, 역시 여성인물인 춘랑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하게 되고, 홍시랑이 유배되어 있는 벽파도를 찾아 떠난다. 벽파도까지의 길은 매우 멀고 험난한 길이었으나, 부인은 '가다가 노중에서 고혼이 될지라도 돌아가리라'는 의지를 품고 결국에는 홍시랑을 찾아간다.
부인의 여행을 돕는 양윤과 춘랑 역시 소극적이고 나약한 모습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다. 시비 양윤은 '장시랑의 난'이 일어나고 부인이 낙담하여 자결하고자 할 때 그것을 말리고 피신을 하도록 유도한 인물이며 부인의 여정을 끝까지 따라가며 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춘랑은 번양 땅에 사는 양각로의 여식으로 비록 맹길에게 잡혀왔으나 탈출할 기회를 엿보며 목숨을 부지하다가 부인을 만나 그 꿈을 실현시킨다. 상황에 대해 적절한 판단을 하며 계책을 내어 탈출을 성공으로 이끄는 인물이다. 이외에도 세 여주인공들이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도움을 주는 조력자들이 모두 여성기인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모두 물을 건너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선녀와 여승이 바로 그들이다. 여승은 '배를 바삐 저어가니 빠르기 살 같은지라'에서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알 수 있고, 일엽선을 타고 나타난 선녀 역시 천상의 인물로서 기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홍계월전의 주요한 여성인물들은 다른 여성영웅소설들의 여성인물에 비해 매우 발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홍계월의 친아버지인 홍시랑이 우유부단하며 환경에 수긍하는 기회주의적이며 소극적인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물론 부인의 험난한 여정 길에는 여러 조력자의 도움이 있었다. 또 꿈을 꾸어 계시를 받는다든지 부인의 묘사 중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간간이 나오는 부분으로 미루어보아 부인의 적극성과 의지가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여성영웅소설에 비교하여 볼 때 홍계월전의 여성인물들이 더 진취적이며 능동적이라는 점은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는 다른 여성영웅소설보다 여성주인공들이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크다는 점만 살펴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즉, 전체적인 내용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홍계월을 비롯한 여성주인공들이라는 것이다.
(3) '남복'의 의미
홍시랑 부부의 무남독녀로 태어난 홍계월은 처음부터 자신의 의지로 '남장'을 하게된 것은 아니었다. 계월의 사주를 본 '곽도사'의 말을 계월의 부모가 따름으로써 계월은 남복을 입혀 키워지게 된 것이다.
'시랑이 도사의 말을 듣고 도리어 아니 들음만 같지 못하여 부인을 대하여 이 말을 이르고 염려 무궁하여 계월을 남복을 입혀 초당에 두고 글을 가르치니 일람첩기라'(p150, 22줄)
하지만 위의 대목이 계월이가 자신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남복'을 하게 되고, '남자'로 키워지게 된 것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계월의 의지가 아닌 부모의 의지를 통해 계월이가 '남복'을 하게 된 것이라고 보기보다는, 계월의 영웅적인 특성을 계월의 부모가 일찍부터 인정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앞의 작품들에 비해 '홍계월전'의 등장인물들의 인식이 훨씬 진보적이었기에 계월이가 직접 부모의 손을 통해 '남복'을 입혀 길러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계월은 어려서부터 '남복'을 입힌 채로 자라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월이가 '남자'로 키워진 것은 아니었다. 단지, 계월이는 좀더 진보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는 주변인들을 만나게 되어 당시 사회에서 요구하는 성역할대로 키워지기보다는 계월이 자신의 영웅적인 기질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길러진 것이다. 즉, 계월이가 가진 천성을 주변인들에게 의해서 억눌러지기보다는(옥주호연과 비교하여), 계월이 자신이 가진 능력을 잘 발휘하고 발달시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2.「홍계월전」의 후반부 - 홍계월이 관직에 나가고 난 후
(1) 확고한 사회지위의 획득
계월의 능력은 여느 남자들에 비해서 훨씬 탁월했기 때문에, 만과를 치뤄 장원으로 등과를 하게되고 나중에는 대원수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 물론 계월이가 대원수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은 남장을 하여 모두가 계월을 남자로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계월이가 여성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난 뒤에도, 계월이의 사회적 지위는 확고하게 유지된다. 이는 다른 여성영웅소설과는 달리 홍계월은 여성이라는 정체가 탄로 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능력을 인정받아 계속해서 관직을 누리게 된다. 이러한 관직은 단지 명분뿐인 관직이 아니라, 실제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었기에 의미가 커지게 된다. 성별을 초월하여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게 된 계월이는 평상시에는 규중에 머물다가, 전시가 되면 자신의 능력으로 나라를 구하는 영웅적인 행위를 펼치게 된다.
(2). '천자'의 존재
「홍계월전」에 등장하는 남자는 여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능하고, 소심하며, 소극적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이것은 대부분의 여성영웅소설에서 나타나는 모습이지만, 「홍계월전」은 더욱 극명하게 부각된다.
그렇지만「홍계월전」에서도 긍정적으로 다루어지는 남자가 있는데 바로 '천자'이다. '천자'는 홍계월이 본래의 여성으로 돌아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이면서, 또한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공명이 무산되리라 믿었던 홍계월을 성차별 없이 그대로 인정해 준 사람이다. 그래서 '천자'는 계월이 여자이지만, 공적인 부분에서 계속 활약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것은 다른 여성영웅소설과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는데, 아무리 영웅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여자임이 알려지면(자의에 의해서건, 타의에 의해서건)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래서 읽는 이로 하여금 영웅성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데 반해,「홍계월전」은 가정에 있건, 어디에 있건 그녀가 가지고 있는 영웅성은 존재함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점은 홍계월이 결혼하여 가정에 있지만 나라에 급한 일이 있을 때 다시 홍계월을 찾고, 그녀는 전쟁터에서 승리를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렇듯「홍계월전」에 등장하는 '천자'는 성별에 따라 부당하게 대접받는 윤리적 관습보다는 능력의 유무에 따라 등용하는 합리적 이성을 지닌 인물이라 할 수 있다.
(3) 성갈등의 양상 (평국 VS 보국)
홍계월은 남성 우월주의에 빠져 있는 남편이 자신을 대하는 모순된 행동을 그대로 인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남성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인정받으려고 어느 방면에서나 적극적인 활동성을 보인다.
처음에 보국이 계월과 결혼을 하게 될 때는 크게 기뻐하였다. 이는 보국이가 결혼이라는 것을 평상시에 계월이에게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겼기 때문이다. 즉, 그 동안은 자신보다 뛰어난 능력으로 인해 무시를 받았던 자신의 입장이, 앞으로는 부인이 되는 계월이에게 떠받들어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보국이만의 생각이었고, 성별에 따른 종속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계월이와 평국이의 관계는 갈등을 겪게 된다. 이러한 홍계월의 행동은 남편을 하늘로 여기고, 남편의 출세에 따른 직위만이 여성에게 보장되었던 조선 사회에서, 여성과 남성의 직접적인 대립양상을 통해 여성의식이 깨어가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또한 능력의 유무에 따라 인간의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를 한층 더 부각시켰다. 홍계월과 보국의 모습은 여성이거나, 남성이기 때문에 관계 지워진 역할에서 벗어난 인물로 묘사되었다. 홍계월은 남편의 잘못을 지적하고 대의 명분을 내세워 군법에 회부하며, 그에 대한 사죄의 뜻을 받고 나서야 남편으로 받아들인다. 이것은 홍계월의 경고 속에서 남편될 보국에게 자신의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보국은 자신이 당한 망종군례의 치욕적인 모습을 부모에게 하소연하는 태도를 보일 뿐이었다. 이러한 행위는 보국이 우월한 능력을 가진 홍계월에게 직접 대응하지 못하는 소극적인 태도였다. 이것은 남성, 남편보다 우위의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결국 홍계월전은 성갈등의 차원을 넘어서서 여성우위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남성측에서 보았을 때에도 보국은 처음에는 보수적인 인물로 보이지만, 결국 아내의 능력과 지위를 인정할 줄 아는 인물로 묘사된다. 이것은 여성 의식의 각성과 함께 남성의식의 변모가 함께 이루어짐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식적 변모가 남성보다는 여성을 위주로 압도적으로 드러나다 보니, 그 해결 양상도 여성의 일반적인 우월성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홍계월과 보국의 갈등은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권위주의를 추구하는 남성과, 능력주의를 추구하는 여성 사이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남편은 남편대로의 위상을 고수하고, 아내를 지배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으며, 아내는 그러한 고정 관념을 깨뜨리고 능력에 따라 인정받아야 한다는 의식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남편과 아내가 영위하는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은 나타나지 못한 채, 압도적인 여성의지의 실현만이 강하게 표출되었다. 남성 우월주의는 여성 우월주의로 대치되었던 것이다.
Ⅲ. 결론 - 「홍계월전」의 결말구조
「홍계월전」의 결말구조는 다른 소설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앞의 소설에서는 남녀의 관계가 주로 화합, 공존, 평화의 관계로 지속되는 것에 비해, 「홍계월전」에서는 성갈등에 의한 대립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앞의 소설들은 남녀 주인공들에게 닥친 시련을 서로가 협력하여 극복해내지만,「홍계월전」에서는 주로 계월이 혼자만의 능력으로 자신 앞에 닥친 시련을 극복해내고 있다.
홍계월의 영웅성은 주로 전쟁터에서의 뛰어난 업적을 위주로 발휘된다. 그에 비해 홍계월의 남편인 보국이는 혼자서는 전쟁터에서 아무런 업적도 이룩하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의 무능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남자이기 때문에 여자인 계월이 보다는 우월하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계월이와 대립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계월이와 보국이의 관계는 조화와 협력을 이룰 수 없는 것이다.
개인의 능력보다는 성별을 절대 우위에 두었던 보국이의 가치관으로 인해 보국과 계월이는 계속해서 갈등을 겪게 되지만, 결국 보국이가 계월이의 뛰어난 능력을 인정하게 됨으로써 둘의 관계는 공존과 평화의 단계에 이르게 된다.
* 참고문헌 *
-이인경, 「홍계월전 연구 - 갈등양상을 중심으로」, 『관악어문연구』17, 서울대 국문과, 1992
-전용문, 「여성영웅소설의 계통적 연구」, 충남대 박사논문, 1988
-황미영, 「홍계월전 연구」, 숙명여대 석사논문, 1995
-김동진, 「전란을 소재로 한 여성우위 서사물의 양상과 의미」, 경북대 대학원, 1992
-이미자, 「여성영웅소설의 연구」, 숙대 대학원, 1988
「홍계월전」은 한글로 쓰여진 작자미상의 여성영웅소설이다. 그러나 서사전개와 기타 여러 특징 등에 있어 여타 여성영웅소설과 뚜렷이 구분이 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 대체적인 기존의 연구에서는 여자주인공이 남자주인공 보다 월등한 능력을 지녔을 뿐 아니라 女化爲男한 사실이 밝혀진 후에도 그 지위와 전쟁에서의 활약상, 인물성격 등에 아무 변화 없이 끝까지 영웅성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등을 중시하고 있다. 「홍계월전」에 대한 개별 연구를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1)「홍계월전」은 '여성들은 원래부터 무능하고 무력한 인간이 아니라, 남성과 같이 무술을 배우면 국난을 타개할 수 있고 국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여성들의 남성에 대한 반발심을 표현한 작품'이라 보았다.
2) 영웅소설을 그 투쟁 수행의 주체에 따라 분류함에 있어서「홍계월전」은 투쟁 수행의 주체가 여성이면서 여성의 활약이 극대화되어 남성과 동등하거나 남성을 압도하는 유형이라고 보았다. 또한 이 유형에는 혼사장애의 모티브가 개입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여성영웅의 출정동기는 出將入相이 목표가 아니라 자신들의 힘으로 혼사갈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3) 여성영웅소설은 여주인공의 영웅적인 투쟁과 입공을 드러내기 위한 작품이 아니며 영웅의 일생은 여성영웅소설에 이르러 비범한 인물의 삶의 방식이 아닌 소설 주인공의 보편적인 삶의 방식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기에, 따라서 「홍계월전」은 가정내의 사건을 다루며 전개되었다고 보았다.
4) 여주인공 계월이 가부장제적 구속에 얽매이지 않은 판단과 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공적 사회 내에서 실현하였으며, 그의 그러한 사회적 성취가 남편에 의해 주어진 것이 아니라 독립된 인간으로 그녀가 획득한 것이고 또한 자신의 능력을 '내조'라는 간접적 형태로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입공이라는 목표를 위해 발휘하였다고 하여「홍계월전」을 여성 중심적 시각이 확대된 작품으로 보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화위남이란 남성의 옷을 잠시 빌려 입는 표면적 위장일 뿐 본질적 변화가 아니므로 일시적이며 위선적인 편법이고 따라서 여주인공이 남복을 통해 성취한 입신양명은 참다운 자아 실현과 거리가 있다고 하였다.
5) 계월이 '부모봉양'이란 기본동기와 이 동기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부모상봉, 원수갚음, 화락한 가정생활'이란 부차적 동기를 갖는다며 그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영웅적 활약을 수행한 것이라고 보았다.
6) 여성의 탁월한 영웅성 발휘와 이를 통한 남녀주인공의 대립에 있어 여성의 일방적 승리는「홍계월전」이 여타영웅소설과 뚜렷이 구분되는 특징이라 보는 기존 연구의 토대 위에 주인공이 자신의 영웅적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여성에게 가해지는 가부장제의 질곡을 벗어나 사회적인 자아를 실현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본 반면, 주인공이 여성성을 거의 갖추고 있지 않으며 결국 결말부에서 가정으로 돌아간 점을 한계성으로 지적하였다. 남복여성, 곧 '평국'으로서의 삶은 실체가 아닌 일종의 허상이라 인식하여 여성의 자아실현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 관념적인 허상을 창조해 내는 데에 그치고 있으며 이는 곧 이 작품의 의식적 한계라고 보았다. 여성영웅소설에서 주인공인 여성의 위치가 신장될수록 오히려 그 여주인공의 여성성은 상대적으로 소멸해 나가며, 따라서 「홍계월전」에서 찬양되는 것은 '계월'이 아닌 '평국' 이며, 이는 결국 여성성보다는 남성성을 찬양하고 있다고 하였다.
위에 제시한 기존의 논의들은 주로「홍계월전」을 비판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는 「홍계월전」에 대해서 저와는 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논의들이며, 앞에서 논의되었던 「홍계월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들을 긍정적인 입장으로 다시 살펴보도록 하겠다.
Ⅱ. 본론
1. 「홍계월전」의 전반부 - 홍계월이 관직에 나가기까지의 과정
(1) 여성영웅소설의 배경
홍계월전을 비롯한 다른 여성영웅소설의 배경은 모두 중국으로 설정되어 있다. 우리 나라의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배경을 중국으로 설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 당시의 시대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당시 조선사회는 강력한 유교윤리가 지배했던 사회였고, 이런 사회분위기 속에서 여성영웅소설이 당시의 독자들에게 현실감 있게 다가왔더라면 사회적으로 큰 파문이 일었을 것이다. 소설 내용 자체만으로도 당시 사회체제를 뒤엎는 내용인데, 배경까지 조선으로 설정이 되어 독자들에게 리얼리티를 준다면 지배층에서 이러한 내용의 소설을 용납했을 리가 없을 것이다. 즉 발표된 여성영웅소설은 모두 분서갱유되어 현재 우리에게 읽혀질 수도 없는 위험한 책이 됐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를 피하기 위한 위장으로 소설의 배경을 모두 중국으로 설정하여, 그나마 작가가 변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또한 영웅의 활약을 전개해나가기 위해서도 조그만 조선땅 보다는 광활한 대륙인 중국을 배경으로 하여 내용을 전개하는 것이 훨씬 박진감이 넘쳤을 것이다.
(2) 주변인물
홍계월전에는 주인공 '홍계월' 이외에도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여러 주변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여성 등장인물들의 성격은 다른 여성영웅소설과는 달리 매우 특징적이다. 이는 일부 남성인물들의 성격과 대비되어 더욱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홍계월의 친어머니인 양씨부인은 아버지인 홍시랑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의지가 강하고 적극적인 인물이다. 그녀는 '장시랑의 난'이 닥치자 홍계월을 데리고 시비 양윤의 도움을 받아 피신을 한다. 도중에 도적 맹길을 만나 홍계월을 잃고 양윤과 함께 포로의 신세가 되나, 역시 여성인물인 춘랑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하게 되고, 홍시랑이 유배되어 있는 벽파도를 찾아 떠난다. 벽파도까지의 길은 매우 멀고 험난한 길이었으나, 부인은 '가다가 노중에서 고혼이 될지라도 돌아가리라'는 의지를 품고 결국에는 홍시랑을 찾아간다.
부인의 여행을 돕는 양윤과 춘랑 역시 소극적이고 나약한 모습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다. 시비 양윤은 '장시랑의 난'이 일어나고 부인이 낙담하여 자결하고자 할 때 그것을 말리고 피신을 하도록 유도한 인물이며 부인의 여정을 끝까지 따라가며 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춘랑은 번양 땅에 사는 양각로의 여식으로 비록 맹길에게 잡혀왔으나 탈출할 기회를 엿보며 목숨을 부지하다가 부인을 만나 그 꿈을 실현시킨다. 상황에 대해 적절한 판단을 하며 계책을 내어 탈출을 성공으로 이끄는 인물이다. 이외에도 세 여주인공들이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도움을 주는 조력자들이 모두 여성기인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모두 물을 건너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선녀와 여승이 바로 그들이다. 여승은 '배를 바삐 저어가니 빠르기 살 같은지라'에서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알 수 있고, 일엽선을 타고 나타난 선녀 역시 천상의 인물로서 기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홍계월전의 주요한 여성인물들은 다른 여성영웅소설들의 여성인물에 비해 매우 발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홍계월의 친아버지인 홍시랑이 우유부단하며 환경에 수긍하는 기회주의적이며 소극적인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물론 부인의 험난한 여정 길에는 여러 조력자의 도움이 있었다. 또 꿈을 꾸어 계시를 받는다든지 부인의 묘사 중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간간이 나오는 부분으로 미루어보아 부인의 적극성과 의지가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여성영웅소설에 비교하여 볼 때 홍계월전의 여성인물들이 더 진취적이며 능동적이라는 점은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는 다른 여성영웅소설보다 여성주인공들이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크다는 점만 살펴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즉, 전체적인 내용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홍계월을 비롯한 여성주인공들이라는 것이다.
(3) '남복'의 의미
홍시랑 부부의 무남독녀로 태어난 홍계월은 처음부터 자신의 의지로 '남장'을 하게된 것은 아니었다. 계월의 사주를 본 '곽도사'의 말을 계월의 부모가 따름으로써 계월은 남복을 입혀 키워지게 된 것이다.
'시랑이 도사의 말을 듣고 도리어 아니 들음만 같지 못하여 부인을 대하여 이 말을 이르고 염려 무궁하여 계월을 남복을 입혀 초당에 두고 글을 가르치니 일람첩기라'(p150, 22줄)
하지만 위의 대목이 계월이가 자신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남복'을 하게 되고, '남자'로 키워지게 된 것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계월의 의지가 아닌 부모의 의지를 통해 계월이가 '남복'을 하게 된 것이라고 보기보다는, 계월의 영웅적인 특성을 계월의 부모가 일찍부터 인정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앞의 작품들에 비해 '홍계월전'의 등장인물들의 인식이 훨씬 진보적이었기에 계월이가 직접 부모의 손을 통해 '남복'을 입혀 길러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계월은 어려서부터 '남복'을 입힌 채로 자라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월이가 '남자'로 키워진 것은 아니었다. 단지, 계월이는 좀더 진보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는 주변인들을 만나게 되어 당시 사회에서 요구하는 성역할대로 키워지기보다는 계월이 자신의 영웅적인 기질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길러진 것이다. 즉, 계월이가 가진 천성을 주변인들에게 의해서 억눌러지기보다는(옥주호연과 비교하여), 계월이 자신이 가진 능력을 잘 발휘하고 발달시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2.「홍계월전」의 후반부 - 홍계월이 관직에 나가고 난 후
(1) 확고한 사회지위의 획득
계월의 능력은 여느 남자들에 비해서 훨씬 탁월했기 때문에, 만과를 치뤄 장원으로 등과를 하게되고 나중에는 대원수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 물론 계월이가 대원수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은 남장을 하여 모두가 계월을 남자로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계월이가 여성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난 뒤에도, 계월이의 사회적 지위는 확고하게 유지된다. 이는 다른 여성영웅소설과는 달리 홍계월은 여성이라는 정체가 탄로 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능력을 인정받아 계속해서 관직을 누리게 된다. 이러한 관직은 단지 명분뿐인 관직이 아니라, 실제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었기에 의미가 커지게 된다. 성별을 초월하여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게 된 계월이는 평상시에는 규중에 머물다가, 전시가 되면 자신의 능력으로 나라를 구하는 영웅적인 행위를 펼치게 된다.
(2). '천자'의 존재
「홍계월전」에 등장하는 남자는 여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능하고, 소심하며, 소극적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이것은 대부분의 여성영웅소설에서 나타나는 모습이지만, 「홍계월전」은 더욱 극명하게 부각된다.
그렇지만「홍계월전」에서도 긍정적으로 다루어지는 남자가 있는데 바로 '천자'이다. '천자'는 홍계월이 본래의 여성으로 돌아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이면서, 또한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공명이 무산되리라 믿었던 홍계월을 성차별 없이 그대로 인정해 준 사람이다. 그래서 '천자'는 계월이 여자이지만, 공적인 부분에서 계속 활약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것은 다른 여성영웅소설과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는데, 아무리 영웅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여자임이 알려지면(자의에 의해서건, 타의에 의해서건)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래서 읽는 이로 하여금 영웅성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데 반해,「홍계월전」은 가정에 있건, 어디에 있건 그녀가 가지고 있는 영웅성은 존재함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점은 홍계월이 결혼하여 가정에 있지만 나라에 급한 일이 있을 때 다시 홍계월을 찾고, 그녀는 전쟁터에서 승리를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렇듯「홍계월전」에 등장하는 '천자'는 성별에 따라 부당하게 대접받는 윤리적 관습보다는 능력의 유무에 따라 등용하는 합리적 이성을 지닌 인물이라 할 수 있다.
(3) 성갈등의 양상 (평국 VS 보국)
홍계월은 남성 우월주의에 빠져 있는 남편이 자신을 대하는 모순된 행동을 그대로 인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남성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인정받으려고 어느 방면에서나 적극적인 활동성을 보인다.
처음에 보국이 계월과 결혼을 하게 될 때는 크게 기뻐하였다. 이는 보국이가 결혼이라는 것을 평상시에 계월이에게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겼기 때문이다. 즉, 그 동안은 자신보다 뛰어난 능력으로 인해 무시를 받았던 자신의 입장이, 앞으로는 부인이 되는 계월이에게 떠받들어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보국이만의 생각이었고, 성별에 따른 종속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계월이와 평국이의 관계는 갈등을 겪게 된다. 이러한 홍계월의 행동은 남편을 하늘로 여기고, 남편의 출세에 따른 직위만이 여성에게 보장되었던 조선 사회에서, 여성과 남성의 직접적인 대립양상을 통해 여성의식이 깨어가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또한 능력의 유무에 따라 인간의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를 한층 더 부각시켰다. 홍계월과 보국의 모습은 여성이거나, 남성이기 때문에 관계 지워진 역할에서 벗어난 인물로 묘사되었다. 홍계월은 남편의 잘못을 지적하고 대의 명분을 내세워 군법에 회부하며, 그에 대한 사죄의 뜻을 받고 나서야 남편으로 받아들인다. 이것은 홍계월의 경고 속에서 남편될 보국에게 자신의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보국은 자신이 당한 망종군례의 치욕적인 모습을 부모에게 하소연하는 태도를 보일 뿐이었다. 이러한 행위는 보국이 우월한 능력을 가진 홍계월에게 직접 대응하지 못하는 소극적인 태도였다. 이것은 남성, 남편보다 우위의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결국 홍계월전은 성갈등의 차원을 넘어서서 여성우위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남성측에서 보았을 때에도 보국은 처음에는 보수적인 인물로 보이지만, 결국 아내의 능력과 지위를 인정할 줄 아는 인물로 묘사된다. 이것은 여성 의식의 각성과 함께 남성의식의 변모가 함께 이루어짐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식적 변모가 남성보다는 여성을 위주로 압도적으로 드러나다 보니, 그 해결 양상도 여성의 일반적인 우월성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홍계월과 보국의 갈등은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권위주의를 추구하는 남성과, 능력주의를 추구하는 여성 사이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남편은 남편대로의 위상을 고수하고, 아내를 지배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으며, 아내는 그러한 고정 관념을 깨뜨리고 능력에 따라 인정받아야 한다는 의식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남편과 아내가 영위하는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은 나타나지 못한 채, 압도적인 여성의지의 실현만이 강하게 표출되었다. 남성 우월주의는 여성 우월주의로 대치되었던 것이다.
Ⅲ. 결론 - 「홍계월전」의 결말구조
「홍계월전」의 결말구조는 다른 소설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앞의 소설에서는 남녀의 관계가 주로 화합, 공존, 평화의 관계로 지속되는 것에 비해, 「홍계월전」에서는 성갈등에 의한 대립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앞의 소설들은 남녀 주인공들에게 닥친 시련을 서로가 협력하여 극복해내지만,「홍계월전」에서는 주로 계월이 혼자만의 능력으로 자신 앞에 닥친 시련을 극복해내고 있다.
홍계월의 영웅성은 주로 전쟁터에서의 뛰어난 업적을 위주로 발휘된다. 그에 비해 홍계월의 남편인 보국이는 혼자서는 전쟁터에서 아무런 업적도 이룩하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의 무능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남자이기 때문에 여자인 계월이 보다는 우월하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계월이와 대립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계월이와 보국이의 관계는 조화와 협력을 이룰 수 없는 것이다.
개인의 능력보다는 성별을 절대 우위에 두었던 보국이의 가치관으로 인해 보국과 계월이는 계속해서 갈등을 겪게 되지만, 결국 보국이가 계월이의 뛰어난 능력을 인정하게 됨으로써 둘의 관계는 공존과 평화의 단계에 이르게 된다.
* 참고문헌 *
-이인경, 「홍계월전 연구 - 갈등양상을 중심으로」, 『관악어문연구』17, 서울대 국문과, 1992
-전용문, 「여성영웅소설의 계통적 연구」, 충남대 박사논문, 1988
-황미영, 「홍계월전 연구」, 숙명여대 석사논문, 1995
-김동진, 「전란을 소재로 한 여성우위 서사물의 양상과 의미」, 경북대 대학원, 1992
-이미자, 「여성영웅소설의 연구」, 숙대 대학원,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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