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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학과 사상

보편성을 띤 한국문학 작품

작성자서울서명희|작성시간02.08.25|조회수460 목록 댓글 0
가칭 <한국문학의 이해>란 강의에서, 다른 나라의 학생들이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보편적인 성격을 띤 작품을 선정해서 가르치기 시작하려고 한다....

하지만 보편적인 문학작품이란 어떤 것일까?
문학과 비문학의 경계에 있어서, 문학에 깊이 입문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수필?
인간의 삶 중에서 매우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문제들, 사랑, 잠, 배고픔, 종교, 가족...등의 문제를 다룬 작품?
어느 민족에게나 있는 성격의 문학...예컨대, 민요 같은?

어느 것을 생각하든, 맞딱뜨리는 작품은, 매우 특수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수필이라고 해도 우리 나라 사람의 사고 방식이 담겨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것이라면 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인간의 삶 중에서 보편적인 문제들이라 해도 문화적인 것이 아닐 수 없고, 하다못해 인간의 문제가 아닌 자연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라 해도 자연에 대한 태도는 문화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닌가? 민요는, 얼핏 생각하기엔 아리랑 같은 것을 많은 외국인들이 알 것 같지만, 설사 안다 하더라도,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정도로는 가르칠 내용이 없을 것이다. 그 이상의 아리랑을 가르치려 한다면 우리 나라 사람들도 잘 모르는 내용들을 소화해야 하는 결과를 낳게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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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데체 보편적인 문학이라는게 무슨 의미일까? 특수성이 결여된 문학이란 존재할 수조차 없는 것이다.

처음으로 돌아가자. 보편적인 문학에 대한 요청은, 학생들이 접근가능하고 흥미를 느껴야 한다는 데서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보편성이란 화두를 염두에 두고 외국인을 위한 한국문학교육에서 처음으로 다룰 만한 작품이 어떤 요건을 가져야 하나?
1. 인간이 보편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고, 정서적,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 작품.
2. 형식적으로 특수하거나 까다롭지 않아서, 초심자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 : 운문보다는 산문이 나을 듯.
3. 학생들의 기대치 안에 있는 것. : 가령, <한국 문학의 이해>라는 제목을 보고서 학생들이 기대한 것이 있는데, 한국인이 쓴 에세이 등을 처음으로 읽게 된다면 좀 의외라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
4. 학생들이 한 시간의 강의를 듣고, 거기서 다룬 작품 전체를 습득, 기억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라면 좋지 않을까. 사실 문학 작품을 기억해서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라면 어느 정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좋고, 그렇게 하는 것은 사실 이야기를 정말 즐기게 해 주는 것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따라서 구조가 복잡하고 등장 인물이 너무 많은 소설이나 장편 등은 좋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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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국 결론은 <흥부전>이 어떨까 하는 것이다.
<흥부전>에서 다루고 있는 가족의 문제는 보편적인 것이다.
형이 아우를 데리고 사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은 매우 특수한 것일 수 있지만, 굶어 죽게 된 아우를 내쫓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은 보편적인 감정이 아닐까. 권선징악의 주제를 담은 해피엔딩의 구조는 우리 고전 문학의 특수한 성격이지만, 자신의 욕심 때문에 아우와 동물을 괴롭힌 놀부가 나쁘고 흥부가 착하다는 식의 선악에 대한 판단은 보편적인 것일 거다. 이외에도, <흥부전>은 지나치게 복잡한 구조를 가진 것도 아니고, 적절한 흥미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밖에, 이야기를 읽은 후에 판소리 공연 들을 화면으로 보면서 정말 특수한 한국문학에 입문하도록 하는 매개로 삼을 수도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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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실은, 이거 낮에 박사과정 연구실서 30~40분씩 걸려 접속해서 입력하다가 두 번이나 중간에 접속 끊기고, 랜선 점검하고, 온통 법석을 떠는 바람에 2시에 포기하고 말았더랬습니다. 아마 제 맘에 잘 정리되고 완결된 과제로 여겨지는 것이었다면 과사무실에 가든 연구소 가서든 부탁을 하든 올렸을 텐데, 이런 어줍쟎은 내용을 올리느라고 하루 종일 난리를 치고나니, 무안하기도 하고, 맥빠지기도 하고...

하지만, 수업을 받고 나니까, 올리기가 정말 무안하군요. 수업 시간에 정말 '틀을 깨는' 경험을 하고 나니. 담부턴 이런 뻘쭘한 사태를 절대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수업 전에 반드시 생각한 내용을 올리겠습니다.
앞으로 제 선입견과 편견을 얼마나 깨뜨려야 할지, 긴장되고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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