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에 나오는 내용이다.
여자와 아버지가 마을의 다른 집을 얻어 살자 엄마는 팔을 걷어 붙이고 그 집으로 달려가 여자가 쌀을 씻어 밥을 안치는 아궁이에 걸린 솥을 떼어내 도랑물에 떠내려 보내 버렸다(p. 105.).
여기에 나오는 ‘안치다’라는 단어에 대해서 알아보자.
‘안치다’는
동사로
밥, 떡, 구이, 찌개 요리 따위를 만들기 위하여 그 재료를 솥이나 냄비 항아리
따위에 넣고 음식이 되게 하다는 의미로
- 시루에 떡을 안치다.
- 솥에 쌀을 안치러 부엌으로 갔다.
-식초를 항아리에 안치고 천으로 봉했다.
-고구마를 솥에 안쳤다
.
‘안치다’는 일상생활에서 많이 쓴다.
매일 끼니때마다 ‘밥을 안쳐야’하고, 특별한 먹을거리를 마련할 때도 ‘안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 ‘안치다’를 써야 할 자리에 ‘앉히다’로 잘못 쓰는 경우가 있다.
○ 친구들은 모두 배가 고파 난리들이었다. 서둘러 전기밥솥에 쌀을 앉히고 코드를 꽂았다. 친구가 일본에서 사다 준, 당시로서는 귀하기 그지없는 도시바 전기밥솥이었다(한국일보, 2003년 12월 10일).
○ 결국엔 시루 아래로는 쌀가루를 얇게 앉히고 위로는 두껍게 앉히는 식으로 두 내외가 타협을 하는 때도 있었다(오마이뉴스, 2005년 3월 9일).
○ 보리밥은 보리쌀을 앉히고
뜸을 들인 다음 강원도 대표 음식 감자를 한 알씩 넣는다(서울신문,
2005년 6월 16일).
이 밖에도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글을 보면
‘순두부백반과 함께 두부찌개를 앉히고 아침 식사 손님을 맞이한다./
텐트를 치고 밥과 찌개를 앉히고 나자 이제는 안도감에 술잔을 돌린다./
김치찌개를 앉히고, 단호박과 가지를 전자레인지에서 쪄냈어요./
시어머니가 밥을 앉히고 며느리에게 불을 때라고 일렀다.’라며 쓰고 있다.
이는 모두 ‘안치다’를 써야 할 자리에 엉뚱하게 ‘앉히다’를 쓴 경우다.
더욱 위 오류는 언론 매체 것이어서 안타깝다. 물론 위 글 중에는 언론 매체에 외부 기고자가 발표한 것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교열을 통해서 바르게 나가도록 해야 하는 것은 언론사의 책임이다.
‘앉히다’는
1.‘앉다’의 사동사로
- 할머니가 손녀를 무릎에 앉히다.
- 이사장이 자기 아들을 교감 자리에 앉혔다.
- 안채를 동남쪽에 먼저 앉히고 사랑채와 행랑채는 동향 쪽에 앉혔다.
2.그런데 ‘앉히다’는 타동사로
무엇을 올려놓거나 설치하다.
- 계단에 지붕을 앉혔다.
‘안치다’가 ‘앉히다’가 발음이 같지만, 혼동할 문제는 아니다.
우선 ‘안치다’는 먹을거리를 익히기 위해서 솥이나 냄비에 담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앉히다’는 여러 상황에서 쓰이지만, 몸을 움직이는 상황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생각하면 크게 혼동할 일이 없다.
[출처] ‘안치다’와 ‘앉히다’ 차이|작성자 윤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