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초파일에 연등을 다는가
연등불 수기는 우주적인 위대한 사건
2014년 05월 02일 (금) 16:49:43 조준호 yathabhuta@hanmail.net
오는 양력 5월 6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우리는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봉축 행사로 연등(燃燈)을 단다. 흔히 초파일에 연등을 다는 이유에 있어 연꽃 등인 연등(蓮燈)과 관련해서 생각하기도 한다. 즉 연꽃은 부처님과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다. 연꽃의 기능인 처염상정(處染常淨)처럼 진흙같은 더러움에 처해 있지만 항상 깨끗함을 유지하고 또한 더러움을 맑게하라는 의미로, 혹은 진흙탕[중생계]속의 연꽃 같은 부처님이 나신 날로 해석하기도 한다. 여기에 등으로 연꽃을 밝히니 연등을 달아 번뇌와 무지 그리고 괴로움에 쌓인 어두운 세계[無明]를 밝힌다는 설명도 더한다. 부처님은 어두운 세계에 반야지혜와 같은 등불로 오셨기에 이를 기념하고 다시 각성하자는 의미로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연등을 달아 부처님과 같이 성불의 세계에 이르고자 등(燈)을 다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등(燈)을 다는 연등행사의 유래를 <현우경> 등의 전거를 들어 설명하기도 한다. 여기서 부처님께 꽃을 뿌리고 향을 사르고 밤에는 등불로 공양을 올린 사례를 든다. 또한 연등과 관련하여 <현우경>의 가난한 한 여인의 일화인 빈자일등(貧者一燈)이 많이 회자되기도 한다. 빈자일등의 이야기는 당시 꼬살라의 수도에서 왕이 석 달 동안 부처님과 승가를 위해 음식, 약, 가사 그리고 등불 등을 공양할 때 가난한 한 노파의 기름 등만이 꺼지지 않고 밤 새 타고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현재도 날씨가 무더운 인도에서는 낮보다도 시원한 밤에 행사를 많이 치룬다. 종교적인 행사도 마찬가지이다. 때문에 행사장을 밝히는 등불은 중요한 공양물이었다.
이외에도 초파일에 등을 켜는 연등 행사에 대해 여러 설명들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초기경전에서 부처님에 대한 주요 공양물은 음식과 약품과 의복 등의 수행 상 필수품이었다. 나아가 반열반 후의 다비식에 올린 공양은 향과 꽃다발 그리고 음악으로 나타난다.
앞서 언급한 <현우경>은 초기경전이 아니다. 초기경전 이후부터 이렇게 부처님께 야간에 등불 공양이 언급되기도 한다. 반면에 초기경전에서 부처님과 승가에 등불 공양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문제는 인도불교에서 언제부터 등불 공양이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부처님 오신날에 대대적으로 불을 켜는 연등 행사의 유래와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필자는 초파일을 맞이할 때마다 왜, 언제부터 등을 달게 되었는지에 대해 항상 의문을 품고 있었다. 아직까지 이에 대한 학계의 규명도 없다.
이번에 새롭게 안 사실이 하나 있다. 이는 이제까지 접해 보지 못했던 것이다. 최근 조선 세종 때 편찬된 부처님 일대기인 <석보상절>에 설명을 달기 위해 관련한 여러 불전들을 검토하는 과정에서이다. 이는 불전에 근거한 가장 그럴듯한 초파일 연등의 유래로 생각된다. 그것은 바로 연등불(燃燈佛)과 석가모니 부처님이 관련한 이야기인데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부처님 오신 날, 연등(燃燈)을 다는 것은 단지 석가모니 부처님과 관련있는 것만이 아니다.
둘째, 그것은 먼 먼 과거불인 연등불(燃燈佛)과 관련하여 유래한다.
셋째, 24 과거불(過去佛) 가운데 처음인 연등불 때 보살이었던 수메다(Sumedha : 無垢光)가 연등불로부터 미래에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授記)를 받았던 일에서 유래한다. 수메다는 연등불 시대에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생 이름이다.
넷째, 희유(稀有)하게도 연등불로부터 미래에 성불하리라는 수기를 받은 날, 석가모니 붓다는 정확히 같은 날 보드가야 보리수 아래에서 성도하였다.
다섯 째, 때문에 연등 부처님이 석가모니 부처님을 수기한 일이 이루어진데 대해 축하하고 기념하기 위하여 연등을 단다는 것이다.
여섯 째, 달리 말하면 석가모니 부처님의 깨달음은 정반왕의 아들로 태어난 현생의 문제만이 아니라 연등불 시대인 먼 먼 영겁의 우주적인 기약이 드디어 똑같은 날에 완성되었다는 우주사적인 의미이다.
연등불은 빠알리나 산스끄뜨는 Dīpānkara-Buddha이다. 연등은 등에 불을 켠다는 의미이다. 또한 등(燈)으로 옮겨진 Dīpā는 섬의 의미도 있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등을 의미한다. 한역의 음역(音譯)으로 제화갈라(提和竭羅) · 제원갈불(提洹竭佛) · 제원갈(提洹竭)로 옮겨졌다. 의역으로는 연등불(燃燈佛) · 보광불(普光佛) · 정광불(錠光佛) 등으로 옮겨졌다. 연등불은 과거세(過去世)에 석가보살에게 성불(成佛)하리라는 수기(授記)를 주신 최초의 부처님이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옛날에 연등불이 세상에 출현하였을 때 다섯 송이의 연꽃을 사서 연등불에게 공양하고 스스로 머리카락을 풀어 진흙 밭에 깔고 연등불로 하여금 그 머리카락을 밟고 지나가시게 하였다. 이러한 공덕으로 보살은 미래에 성불하리라는 수기를 받았다고 한다. 이같은 연등불의 이야기는 초기경전 가운데는 한역 증일아함(增一阿含)에 몇 차례 나온다. 그리고 빠알리 경전으로는 다섯 번째 니까야인 Khuddaka-nikāya에 속해 있는 Buddhavaṃsa에서도 나타난다. 여기서 Dīpānkara-Buddha, 즉 연등불은 24 과거불 가운데 첫 번째에 해당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성도하게 된 가장 중요한 계기는 바로 과거에 첫 부처님인 연등불과 인연을 통해서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하나 알아 두어야 할 점은 부처님의 탄생일과 성도일 그리고 반열반일이 같은 달, 같은 날로 본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부처님의 일대기에서 가장 중요한 이같은 삼대 사건이 한 날에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어느 전승을 수용하느냐에 따라 탄생일과 성도일 그리고 반열반일을 달리 보고 있는 경우도 있다. 우리의 전통인 동아시아 불교는 달리본다. 하지만 상좌불교권에서는 부처님의 일대기에서 이같은 삼대 사건은 같은 날로 보고 현재에도 같은 날에 봉축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불전에서 연등불이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생인 수메다에게 미래에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를 준 날이 바로 부처님의 탄생일일이요, 성도일이요, 그리고 반열반일이라는 것이다.
이로써 부처님의 탄생일은 성도일 그리고 반열반의 날과 겹친다고 하는 삼중(三重)의 중요성을 갖게 된다. 더 나아가 석가모니 부처님이 성도하게 된 인연에 더 심오한 의미가 부여된다. 바로 먼먼 과거의 연등불과 관련한 우주 역사의 완성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 우주적인 위대한 사건을 기념하여 등(燈)을 다는 연등 행사가 부처님 오신날에 대대적으로 행해지는 것이다.
이같은 이야기가 나타내려 한 점은 연등불과 관련한 석가모니 붓다의 가르침은 시대를 초월하여 언제 어디서나 보편성을 가지고 있음을 강조적으로 천명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붓다(Buddha)의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 : anuttarā-sammā-sambodhi)은 무상정편지(無上正徧智)라고도 한다. 달리 말하면, 과거의 부처님인 연등불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에 이르기까지 그 깨달음의 내용은 가장 높고[無上], 보편적이며[正等/ 正遍], 올바른 깨달음[正覺]이라는 것이다. 일체를 모두 포괄한다는 sammā는 등(等)이나 편(遍)으로 옮겨졌듯이 언제 어느 곳에서나 두루 통하는 보편성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처럼 불교의 가장 대표하는 핵심개념이 바로 보편성을 나타내는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불교에서 말하는 법(法 : 진리)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언제 어디서나 항상 통할 수 있는 이치로서 깨달음의 내용이다. 때문에 부처님의 가르침의 보편성은 초기경전에서 “시간을 초월해 있는 가르침[akāliko]”이라고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이유가 된다. 불법은 시대를 초월하여 보편성에 바탕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러한 법은 붓다와 그의 제자들의 당대에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시간을 초월한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불전에서 불교가 시간을 초월한 보편성을 가진 진리라는 확신은 먼먼 과거의 연등불까지 거슬러 설명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시대를 뛰어넘어 있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역사성과 정통성을 기념하기 위한 의미로 초파일에 등을 켠다는 것이다. 이는 아직까지 불교계에 드러나 있지 않은 숨어있는 연등행사의 유래이며 의미라 생각한다. 이는 앞으로 초파일의 연등행사의 유래와 변천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초파일과 관련한 좀 더 큰 의미를 복원하여 봉축할 수 있을 것이다.
-조준호/한국외대 인도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