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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소식

일요일, 아이와 함께 베어트리파크를 다녀왔습니다. (上)

작성자김홍철|작성시간22.04.04|조회수513 목록 댓글 26

안녕하세요.

그동안 코로나로 어디 나가지도 못했던 가족들과 함께 바람을 쐬러 어딜 가볼까 하다가 예전에 인터넷에서 잠깐 보고 나서 "아 곰 보러 가야겠다"라고 생각했던 베어트리파크가 생각나서 어제 다녀왔습니다. :)

 

이름(베어트리파크)에서 알 수 있듯이, 곰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라고 많이들 생각하시고, 저 역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이름부터가 대놓고 베어트리파크인데다가... 들어가면 이런 곰 조형이 방문객을 반겨주거든요.

 

뒤의 인사말은 처음에는 그리 주의깊게 보지 않았던 것이, 테마파크의 인사말이라는게 다 그렇지...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인사말 말미에 보이는 설립자 송파(松波) 이재연이라는 분과 이 곳의 역사에 대해서 찾아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뒤에서 다시 이야기를 할께요. 그렇게 생각이 바뀌고 나니 저 곰 뒤로 보이는 돌기둥들의 모양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도 다시 보이더군요.

 

입구 근처에 있는 호수입니다. 날이 좀 더 따뜻해 지면 이곳에서 비단잉어들이 돌아다닌다고 하네요. 6월 쯤 다시 와 보고 싶습니다.

 

사실 이 때부터 뭔가 느낌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저 뒤의 돌에 새겨진 것은 인위적으로 만들거나 색칠한 것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무늬입니다.

마치 금강산을 보는 것 같은 모습이 돌의 형성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졌고, 그 무늬를 드러내기 위해 돌의 모양만 사람이 손본 것입니다. 자연스럽고 뚜렷한 무늬를 갖춘 수석은 그 가치가 어마어마하다 하는데, 도대체 이 돌은 가격이 얼마나 나갈지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뒤의 나무들을 보면 하나하나 정성들여 관리되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그 어떤 수목원에서도 볼 수 없었던 나무들의 모습입니다.

 

위의 수석을 지나가면 나오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청동 조각상입니다.

놀랍게도 이 물건은 흔히 보는 복제품이 아닌 "진품"입니다.

프랑스 정부에서 진품이라고 인정하는, 본래의 석고틀에서 만들어진 청동상 열다섯개 중 하나이며 국내에 단 두개밖에 없는 것 중 하나가 이렇게 놓여있는겁니다.

 

이 사진을 찍을 때 까지만 해도, 여름에 아이들이 여기서 발담그며 물놀이를 하기도 하겠구나 싶었습니다만...

저 뒤로 보이는 둥근, 휘몰아치는 구름같은 무늬가 새겨져 있는 돌은 그 자체로 무늬를 갖고 있는 수석이고, 그 아래에 있는 거북이 모양 돌들 역시 거북 등딱지 모양을 갖고 있는 수석입니다.  이쯤 되면 이 곳이 단순한 동/식물원이 아니라는 느낌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동화속에 들어와 있는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주는 조경입니다.

나무 한두개 정도를 이렇게 꾸며놓은 것은 봤어도, 이렇게 대규모로 아름다운 조경을 만들어놓은 곳은 해외의 궁전 같은 곳에서나 보았지, 실물로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터라 이 길 앞에서 잠시 말을 잃었습니다.

 

길을 따라 올라가면 곰과 작은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작은 동물원, 그리고 곰에게 먹이(당근)를 주는 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장이 나옵니다. 그런데 저 곰 조각상들도, 동물원 등에서 볼 수 있는, 적당히 만든 조각상이 아니라 예술가들이 공들여 만든 조각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아이고 이 게으르기 짝이 없는 녀석들 같으니라고...... 날이 아직 쌀쌀한지라 투실투실하기도 하고...

관람객이 당근을 가지고 가면 얼른 달라고 손짓까지 합니다. 물론 그걸 지켜보면서 그냥 잠을 자고 있는 녀석들도 있고, 당근을 던져서 버리나 등을 맞추면 그 때가 되어서야 뒹굴 하고 굴러와서 누운채로 받아먹는 게으름쟁이 녀셕들도 있고요. 허허.

 

일부 관람객들은 신기한 나무모양, 그리고 작은 동물원 및 곰을 만날 수 있는 체험을 하며 그래서 베어트리파크구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사실, 이 곳의 진수는 이 이후부터 나오더군요.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전경입니다. 

나무들을 일일이 이쁘고 깔끔하게 가꿔놓은 모습이, 단순히 길 옆이나 눈에 보이는 곳 뿐만이 아니라, 저 너머의 산(윗 사진의 왼쪽 상단에 보이는)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12만평 부지의 거의 모든 나무들이 저렇게 정성들여 가꾸어지고 있는 곳은 정말이지 처음 봤습니다.

 

설립자 분이 현역이시던 시절 타고다니던 차량이라고 합니다.

링컨 컨티넨탈 Mk. IV 차량인데, 이건... 1970년대 초반을 호령하던, 고급차량의 끝판왕쯤 됩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의전차량으로도 쓰였으며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 역시 링컨 컨티넨탈을(윗 사진의 직전 모델) 탔지요.

저 차의 옆으로는 역시 고급차량의 끝판왕인 마이바흐가 있었습니다.

 

도대체 어느분이 이런 차량을 타고다니셨나 하고 검색해 봤습니다.

이 곳의 설립자는 LG그룹 창립자인 구인회 회장의 둘째 사위인 송파(松波, 서울의 송파(松坡)동과는 상관없고 고 김종필 총재가 이 분의 식물원을 둘러보고 소나무가 파도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것을 계기로 얻은 호라고 합니다) 이재연이라는 분으로, LG그룹의 부회장으로 계시다가 은퇴하셨다고 하네요.

 

이제 슬슬 납득이 되기 시작합니다. 입구의 곰 뒤에 있던 돌기둥은 그냥 돌기둥이 아니라 주상절리를 그대로 들고온 돌기둥들이었습니다. 생각하는 사람 청동조각상의 진품도, 그 앞에 있던 금강산 무늬의 거대한 수석도, 폭포 앞에 있던 거북이 모양의 수석과 지구 모양의 수석, 사람의 손길이 가득 담긴 온 산의 나무들. 저기까지 올라오면서 지나친 모든 것이 예사롭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네요. 재벌의 재력을 가진 사람이 일반인으로써는 상상하기도 힘든 재력과 본인의 인생 50년을 평생의 취미로 삼은 나무와 수석에 그야말로 아낌없이 들이부어서 이루어낸 결과물인겁니다. 젊은 시절부터 식물 키우는 것을 좋아해서 하나둘 키우던 화초와 정원수들을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에 옮겨 식물원을 만들고, 이후 그 자리가 개발되면서 세종시(당시 공주시)에 다른 터를 잡아서 지금의 베어트리 파크를 만들었다고 하네요.

 

이 곳은 단순히 '사업을 하자' 라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테마파크 같은 곳이 아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걸 머리속에 넣고 다음 코스로 가 봅니다.

 

가는 길에서 계속 만날 수 있는 금송입니다.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곰 조각공원입니다.

새총곰가족 이야기라는 동화에 나오는 모습들을 예술가의 손을 통해 이렇게 재밌는 모습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음.. 장난끼 많고 잘못한거 혼내면 눈물 뚝뚝 흘리는 동글동글한 새총곰의 모습이 아들녀석의 모습과 똑같아서 웃음이 나오는 곳이었습니다.

 

온대식물들이 가득한 온실입니다.

다만 이곳의 온실은 다른 식물원들의 온실과는 느낌이 좀 다른것이.... 모든 식물들이 정말 잘 관리되고 있다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설립자의 의지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랄까요...

게다가, 저기 보이는 돌하루방은... 이 곳 설립자가 누군지를 생각해 보면 제주도에서 갖고온 진짜 돌하루방일거라 생각합니다.

아이가 앉아있는 저 의자는 거대한 나무의 뿌리부분을 그대로 깎아내고 다듬어서 만든 의자일 터인데, 이런거 가격은 크기와 직결될 터라.... 어후.. 얼마일지 생각하기도 무섭네요.

 

여름이라면 장미정원도 볼 수 있었을 터이지만, 아직 꽃이 올라오지 않아서 정원수들이 가득한 곳으로 바로 넘어가 봅니다.

아.... 사진찍으라고 있는 긴 벤치도 거대한 돌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 뒤로 보이는 돌과 나무들의 모습이 그야말로 자연을 들어다가 옮겨놓은 듯 합니다.

어느 돌 하나도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 없이 모두 자연에서 갖고온 것들입니다.

 

이 느티나무는 사연이 있다고 하네요.

말라 죽은 것 같았으나 정성들여 관리해주니 다시 가지를 뻗고 살아났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제 날이 따뜻해 지면 멋진 이파리들을 다시 보여주겠지요.

 

아이가 가운데 들어갈만한 공간이 있네요. :D

 

다시 푸르른 이파리가 돋아날 모습을 기대합니다. 초여름에 다시 한번 꼭 와보고 싶습니다.

 

정말 신기한 모양으로 자라난 나무. 

 

하나하나 세심하게 관리되고 있는 정원수들의 모습입니다. 국내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니... 정말 놀라웠습니다.

 

아이들에게야 베어트리파크를 방문하면 동물들과 인사하고 곰들과 인사하고, 동글동글한 나무들을 본 모습들이 기억에 남을 터이지만, 세월의 때가 묻은 어른들에게는 희귀하고 멋진 정원수가 있는 이 곳, 그리고 이 다음에 나오는 수석과 분재들이 잊혀지지 않는 강렬한 느낌을 주리라고 확신합니다.

 

음.. 글이 많이 길어졌네요. :)

내일 수석과 분재 사진들을 마저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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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이수향(대구) | 작성시간 22.04.05 너무 훌륭한곳입니다
    엣날제주의 테디베어란곳에 손자들고간적있는데~ 여기는수목수석 온갗거 구경 잘했습니다 감사
  • 답댓글 작성자김홍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4.06 제주의 테디베어 박물관은 그 이름 그대로 테디베어가 핵심인 곳이지만, 이곳의 곰은 미끼상품에 가깝다랄까요.. :D
  • 작성자김정욱(양산) | 작성시간 22.04.05 아름답게 가꾼 공간을 개방해서 많은사람들이
    보는대로 느끼는대로 풍요로움...... 좋은 시간 즐겁게 감상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홍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4.06 저런 공간을 저렇게 자유롭게 개방해서 모든 이에게 그 감동을 주려는 설립자의 뜻이 감사하게 느껴지는 곳입니다.
  • 작성자이미자(대구) | 작성시간 22.04.12 베이트리파크 세종시 전의면에 있는곳 맞나요?
    그곳에가니 조경도 넘예쁘고 5월이면 장미까지 피는 환상이더군요
    가족여행 참좋으셨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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