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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가는 길...

작성자김문숙(서울)|작성시간21.03.09|조회수853 목록 댓글 38

작년말께 난치병 진단을 받아

급격히 상태가 나빠지고 있는

친구를 찾아가기 위해 기차안에 있습니다

 

단단한 중소기업을 하던  남편의 그늘에

팔자좋은 여인에서 

40대 이른 나이에 티비보다 침실에 들어간 남편을 돌연사 직전에 발견해 응급처치로 

겨우 회생시켜  8년여 동안 아기처럼 생각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던 남편의 병간호를 살뜰히 하다가 하늘로 보내고

몇년간 두 딸을 교육하고 

결혼 시키고 난 후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고생하면서  지내다가

이젠 정신차려서 여행도 하고

밝게 살아 보겠다며 

코로나 직전에 두번째 유럽여행을 함께 다녀오고 

작년 봄 코로나가 약간 반짝할 때

설악산 며칠 즐거히 여행하고

코로나 시국이 좋아지기만 기다리다가  

지난 연말에 몹쓸 병을 진단받고

이제는

바깥 출입도, 말하는 것도

집안에서 조차 거동이 어려운 지경이 되어

시간이 흐를수록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 자신의 모습을 아는 친구의 시간들이 너무나 아파서

우울감에 헤매고 있는 중입니다

자주 느끼는 거지만 

하고 싶은 일, 보고 싶은 건 

미루지 말고 그 때 그 때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합니다

며칠전 입맛이 너무 없다며

저번에 네가 해준 보리굴비가 생각났다는 친구의 얘기에

이것조차 해줄 수 있는 기회가 몇번이나 될까,

친구 보내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

보리굴비와 몇가지 보따리에 싸서

친구 찾아 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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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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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김문숙(서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3.11
    곁에서 동무해 주며
    따뜻한 식사라도 만들어 함께 하는
    시간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작성자윤선영(부천) | 작성시간 21.03.14 저도 어제 작년 1월1일에 멀리 떠난 친구에게 다녀왔네요 뭐가 그리 급한지 지몸 안챙기더니 갑자기 떠난친구한테 갔는데 더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한평도 안되는 한볌반짜리 에 풀만 무성하게 이름도 잘 안보이게 ~
    아둥바둥여행도 못해보고 매일 스트레스에 싸여 우울증이있는데도 식구들은 모르더라고요
    생화도 놓을자리 없는그곳에 조화만 힌구석에 꽂고 돌아오는길...참..
    친구한테 잘해주시니 그친구 그마음 알고 고마와하겠지요
    친구와 많은대화하고 오세요~
  • 답댓글 작성자김문숙(서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3.14 아, 네!
    님께서도 그런 아픔 있으셨네요...

    3박4일을 친구와 함께 하고 떠나오는데
    고맙고 미안하다며 눈물짓는 친구를
    뒤로하고 돌아오는길이
    아프고 힘들었습니다

    자기관리를 그토록 잘하던 그녀가
    언제일지 모르는 자신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모습,
    그리도 단정하고 깔끔한 사람이
    급격히 나빠지는 건강상태로
    자신을 맘대로 움직이는 것도,
    먹고 마시고 말하는 것도
    너무나 힘든 모습은
    제 마음도 이리 무너지는데
    그녀의 마음이 어떨지 생각하면
    아프고 아프네요....

    관심을 감사드려요.!!
  • 작성자홍정선(인천) | 작성시간 21.03.16 선생님 글보며 4년전 청주에 사는 친구가 아프다기에 찻아갔다가
    건강이 너무 안좋은 모습에 눈물짖고 왔던 기억이 나네요

    내일은 안부 전화 한번 해야겠습니다
    힘내시고 건강하세요.
  • 답댓글 작성자김문숙(서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3.17 친구분은 건깅은 좀 어떠신가요

    제 친구는 불과 서너달 전까지
    하하호호 거리며 만나 수다떨었었는데
    난치병 진단을 받고
    불과 2,3개월 만에 실내활동하는 것도
    먹는거, 대화하는 것도 어려운,
    치료약도 없는 현실에
    시시각각 나빠지는 건강상태를 보며
    그 친구의 맘이 어떨지를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집니다

    봄이면 피어나는
    백양사의 연초록의 애기단풍잎을
    좋아하는 친구와 얼마 후면
    함께 애기단풍보러 가자고
    힘내서 다리에 기운좀 넣으라고
    내가 휠체어 밀고 산책도 하고
    백양사에 가면 늘 먹던 맛집의
    산채장식도 먹자고 약속했습니다
    그 때까지 이리 앉아라도 있을 수 있을까
    걱정하는 친구에게
    그러기 위해 우리 노력하자
    통화히며 얘기했습니다

    건강 잘 챙기십시다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 미루지 말고
    주어진 복도 잘 누리며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크게 듭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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