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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박노산
가시도 아닌
화려함도 아닌
저 높은 곳의 목련도 아닌
양지바른 언덕 개나리도 아닌
숲속도 아니고
강가도 아니고
인적 많은 동구밖도 아니고
한 번 태어나기도 어렵거늘
누굴 위해 너른 공간 비워둔 채
바위틈에 피었느냐
도랑에 피었느냐
내 가슴속에 피었느냐!
너에게 줄 수 있는 것이라곤
물도 없고
흙도 없고
햇빛도 없구나
오로지 내 너를 위해
사랑밖에 줄 수 없느니,
지나던 바람에 휩쓸려 스러지지 않는다면
발에 짓밟히어 스러지지 않는다면
그 모양 그대로 곱게 자라
세상의 꽃이 되거라.
목련이 될 수 없어도 좋다
개나리가 아니어도 좋다
그저 내 품에 풀꽃으로 남더라도
너도 나처럼
사랑할 줄만 알면 된단다.
삶에 지친 생명들이 들판을 떠 돌때
네가 그들을 안아 주거라.
♣시작노트------------------------------------------
풀꽃과도 같은 우리 아이들에게 목련처럼 높은 곳에 살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풀꽃으로 남아도 좋습니다. 세상의
가장 밑에 피는 꽃이기에 더 아름다울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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