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리모컨
박노산
처음엔 내 손을
꼬옥 잡고 있었습니다.
해가 지나니
아이들 손을 꼬옥 잡고 있었습니다.
또 해가 지나니
그 놈은 지금
아내의 손을 꼬옥 잡고 삽니다.
아내도
그 놈 손을 놓지 못합니다.
그 놈과 함께 있으면
아내는 늘 즐겁습니다.
그저 아내가 손가락만 움직여도
반갑게 눈을 뜨고
아내가 원하는 대로
웃고, 울고
춤도 추고, 노래도 합니다.
때로는 혼자 남은 아내의 손을
묵묵히 어루만지며
하루 종일
아내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예전엔
내가 그랬었는데
애들이 그랬었는데
예전엔
나를 보며 눈을 뜨고
아이들을 보고 웃었는데!
언젠가부터
거칠어진 아내의 손에
목석같은 녀석 하나,
잔소리도 없이
짜증도 내지 않고
꼬옥 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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