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먼저는 고점숙 여사가 필기에 합격한 후 곧바로
실기 시험에 합격해서 면허증을 찾아갔고
그 다음에는 이점숙 여사가 그렇게 했다.
그러도록 아내는 겨우 2종 필기 시험에 합격한 후
코스를 통과하지 못하고 번번이 쓴 고배를 마시고 있었다.
강사들이 가르쳐 주는 방식대로 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니
자꾸 탈선이 되는 것이었다.
"아줌마, 난 몰라요.
난 더 이상 어떻게 아줌마를 가르쳐 줄 수가 없어요"
강사들이 머리를 싸매고 골치 아파했다.
나중에는 나를 볼 낯도 없었는지 버스 타고 학원 다닐 테니
나더러 태워다 주지 마라고 했다.
그리고 어느 시험이 있던 날.
학원에 다녀온 아내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묻는 나에게
코스 시험에 합격했다고 말했다.
나는 너무 기뻤다.
아내의 운전 실력을 볼 때 주행은 그다지 큰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이제 다음 번에 주행 시험은 합격해 놓은 거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아내의 코스 시험을 축하하기 위해서
이호실과 김진수 등을 불러서 기분 좋게 한 잔씩 쨍그랑 했다.
그리고 다음 번 주행 시험 날.
마침 그 날 김진수도 대형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 시험 장에 갔었는데
이상하게 아내가 코스 시험 장에 서있더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형수, 주행 시험 장은 저쪽인데 왜 여기에 서 계세요?
시간 다 되었는데 빨리 저 쪽으로 가세요"
그렇게 주행 시험 장에 데려다 주고 왔다고 했다.
난 그냥 아내가 착각해서 그랬을 거니 하고 말았다.
그런데 훗날 아내는 그 날의 일을 고백했다.
자꾸 코스 시험에 떨어져서 거짓말을 했는데 그 날 김진수에게 들켜서
얼마나 창피한 지 몰랐다고...
그런 일이 있은 후, 수 개월 후에야 아내는 운전 면허를 땄고
그 때야 비로소 아내는 내가 친구의 아내들과 함께
운전 면허 학원에 등록하게 한 것이
얼마나 정신적으로 부담이 되었는 지를 눈물로 하소연했다.
아내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한 나의 생각 없는 행동에 대해서
아내에게 너무 미안했다.
일주일 후,
영광 밀재를 넘어서 아내와 함께 면허증을 찾아오던 날
우리는 밀재 정상에서 그 유명한 밀재 약수로 목을 추기며
면허증을 찾는 그 날 함께 사 먹자고 했던 옛날 찐빵을 하나씩 사 먹으며
멀리 내려다 보이는 해보면과 월야면을 바라보았다.
이제 어려운 일은 다 지나가고
즐겁고 좋은 일만 있기를 빌며 아내의 손을 잡아 키스를 하고
까실한 수염으로 문질러 주었다.
고진감래(苦盡甘來) 끝에 기어코 운전 면허증을 딴 아내야말로
나의 최고의 경의의 표시를 받기에 손색이 없는 인물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