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아무래도 운전과는 체질 적으로 안 맞는 사람일지 모른다.
여러 가지 정황을 볼 때 문득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장 불길한 예감이 급한 성격인데
이호실은 그런 아내에게 "출발 50"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출발할 때부터 50키로로 달린다는 얘기였다.
'공포의 오공구칠(5097)의 시대가 지나가고
이제 새로운 팔공팔팔(8088)의 시대가 왔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아무리 운전에 소질이 없는 사람이래도
남들보다 더 많은 세월과 실수가 있은 후에는
일정 수준의 운전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운전을 하는데 아내의 문제점이 드러난 이상
그냥 방치할 수 만은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틈틈이 안전 운전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무엇보다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
자주 강조를 했다.
"사고는 누구나 낼 수 있다.
운전을 하는 이상 사고가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수습 만은 잘해야 한다.
절대로 당신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먼저 나에게 전화해라.
여의치 않으면 경찰을 불러라.
절대로 상대방이 요구하는 대로 임의로 합의해서는 안 된다."
그런 내용을 머리에 주입을 시켰다.
그러나 그것도 처음에는 잘 먹혀들지 않았다.
어느 날은 뒤로 후진하다가 주차해 놓은 트럭 뒤에 차를 들이받아
조수 석 뒤의 문짝을 쭈그려버리고 말았다.
그러면 그대로 나에게 보고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든 나 몰래 그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차를 가지고
집으로 들어오지 않고 여기 저기 차를 고치려 다녔나 보았다.
그런데 한번도 차를 고쳐 본 경험이 없는 아내는
차를 가지고 공업사엘 간 것이 아니라
몇 번 가 보았던 세차 장으로 가서
주인 아저씨에게 쭈그러진 부분을 좀 펴 달라고 사정을 했나 보았다.
그런데 이 엉뚱한 아저씨가
쇠 파이프를 이용해서 어떻게 해보려고 하다가
그만 멀쩡한 차 유리까지 박살을 내고 말았다.
유리창 사이로 파이프를 꽂아 넣은 후 힘껏 제껴 버렸으니
그 사이에 끼여있는 유리가 쏟아질 수밖에 더 있겠는가
그렇게 엉망이 된 차를 큰 길가에 세워 놓고
아내가 그냥 걸어서 올라 오길래 사고 난 것은 생각도 못하고
오후에 다시 나가려고 그러는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나중에야 그런 사실을 안 나는 몹시 속이 상했지만
더 이상 나무라면 더욱 기가 죽어서 운전도 늘지 않을 것이고
또 유사한 사고가 생길 때에는 나의 꾸중이 무서워서
더욱 바람직하지 않는 방법으로 해결을 하려고 할지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속상한 마음은 다 접어 버리고 먼저 아내를 위로했다.
"바보야, 그런 일이 있으면 먼저 나에게 전화를 해야지.
혼자 해결하려고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어.
당신 안 다친 것 만도 얼마나 다행인데...."
그 말을 해 놓고 나중에 내가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모른다.
내 말에 용기를 얻은 아내의 사고는 그 후에도 계속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