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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작성자윤시현|작성시간26.06.16|조회수12 목록 댓글 0

사람들은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간은 해결자가 아니라 침묵하는 목격자에 가깝다.
다만 우리가 상처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할 뿐이다.

아직도 내 안에는 미움과 원망이 남아 있다.
그것은 어쩌면 상대를 향한 감정보다 무너져 버린 과거의 나 자신을 향한 애도인지도 모른다.

너무 아팠던 순간에는 살아남기 위해 기억을 지운다. 마치 단기기억상실에 걸린 사람처럼
그러나 잊는다는 것은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의식의 가장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일이다.

너는 내게 사랑이었고 동시에 상실이었다.
그리고 상실은 언제나 사랑보다 오래 남는다.

사람들은 용서를 아름다운 덕목이라 말하지만 용서는 결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느 날 문득 찾아오는 이해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 너를 용서하지 못했다.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간이 흐르며 깨닫는다.
내가 붙잡고 있는 것은 어쩌면 너라는 사람이 아니 너를 통해 존재했던 한 시절의 나였다는 것을

우리는 사랑했던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랑 속에서 살아 있던 자신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른다.

숨 막히는 기억들이 다시 찾아온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잊지 못하는 것이 꼭 불행은 아니라는 것을

어떤 기억은 사라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더 깊게 만들기 위해 남겨지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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