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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시회등단시인詩

그늘의 깊이 / 난아 김선옥

작성자짓거리 시인|작성시간26.06.10|조회수17 목록 댓글 0

그늘의 깊이 / 난아 김선옥

 

수백 년 전

어느 효자의 간절한 기도가

흙 속에 깊이 박혀 싹을 틔웠을까

금왕 용계리 나지막한 자리에

마을의 넓은 지붕이 되어 삼백 년 동안

가지마다 바람을 받아내고 

줄기마다 벼락의 흉터를 감싸안으며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터를 지켜온 나무

 

마을에 눈물이 고일 때면 낮은 울음으로

웃음꽃이 피어날 때면 초록 소매를 넓혀 

춤추던 나무

이제 노인의 굽은 등을 받쳐주고 

맑은소리를 담아내는 징검다리가 된다

 

함부로 꺾지 못할 몸부림 속에서 

배운 것은 오직 하나 

가장 높이 자란 나무가

가장 낮고 넓은 그늘을 베푼다는 것 

 

오늘도 두 팔 벌려 마을을 안아주며

푸른 시간의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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