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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거리시인新作詩

꼴에서 깔을 본다 / 증재록

작성자짓거리 시인|작성시간26.06.14|조회수52 목록 댓글 0

꼴에서 깔을 본다 / 증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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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면 가없는 길을 간다는 낙가의 냇물 위로

쑤욱 쑥 내려와 눕는 어둠이 생각을 보인다

방향을 보여주던 낮이 밤으로 덮이면서

앞서려 다툰 발의 외로움과

나서려 달린 손의 흔들림과

마주쳐 다친 마음의 상처가

홀로 지나야 하는 어둠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 스치는 듯 후빈다

참새가 깬 벽두부터

먼저 일어난 꿈은 바뀌었고

먼저 맞는 시간은 분주했고

먼저 가는 길은 외로웠다

먼저는 나중을 보지 못해 참, 참말로 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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갔다가 올 게

이따가 할 게 

그 막연한 말로 지나온 나날

숨은 들락날락 그새 죽고 살고 

순간을 알 수 없는 막막한 길에서

헛꿈에 솟은 땀은 골창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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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홀로는 기다림이다

그 사이 외로움이 먼저 때를 찾아 우뚝 서는 길

바람은 불어와 흔들고 가는

빛살은 달려와 사라져 가는

돌아본다

바람도 빛살도 품지 못한

비로소 그러려니 여유

온통 몸을 잡아먹은 시꺼먼 그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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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말을 따라다닌다

여기와 저기가 말 앞에서 겹쳐지고 

이 시간과 저 시간이 기억을 불러와 만나고

다시 뿔뿔이 손을 놓으면서

돌아 돌아 시침 따라 제 자리 오늘

죽어가고 사라지고 태어나고 오늘뿐

그 또한 말로 말을 돌리고 따라가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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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과 날이 주름으로 굽어지면서

낯설어지는 길

자꾸 나서기가 꺼려진다

양발은 어디로 가는 건지 짝을 벌려 홀로 뒤뚱

양손은 앞뒤를 젓기보다는

서로를 놓칠까 봐 뒤춤에서 손깍지 끼고

바람 속도가 두려워 망설이는 

얼굴을 믿지 못해

뒤로 돌아가는 고개에서 움츠린 등

시간의 굽은 흔적을 본다

고개를 숙이고 돌려 숨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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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예

네에서 예로 오기까지 한참 걸렸다

순하게 받아들이는 네에서

둥글게 품어 안는 예에 이르는 길은

짧은 말일수록 깊이를 살펴 기대가 크다

네, 예

말과 말 사이의 줄기며 잎새를 따지지 않는 숲이 짙다

단답 뒤에 달려오는 갸우뚱

소리 없는 청동종이 파문을 일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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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는 사랑은 지나가고

주는 사랑은 다가온다

사리 사리를 풀어주며 다가오는 내일

와서 맞고 가서 잊는

뭘? 누굴?

살피지도 못한 채 눈동자만 굴리다가

아무것도 볼 수 없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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