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 증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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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이야 꽃불이야
꽃불이야 불꽃이야
앞자리와 뒷자리는 거리가 멀다
제 몸 네가 태우는 불꽃은
훌훌 타기라도 해서 고운 재로 남으면 너의 뿌리에 뿌려라도 주련만
타는 둥 마는 둥 얼기설기 엮여 타다만 성근 재가
돌아가지도 못해 바람에 쓸리는 울음이라니
제 몸 제가 태우는 꽃불은
활활 활짝 피어올라 맘껏 펼치는 춤사위에 홀려 빠진
벌 나비 짓거리로 장단치며 빼문 입술이 들락날락하다가
만화방창 흥겨운 듯 제 스스로 돌아가는 날갯짓에 하늘의 웃음이라
불꽃이야 꽃불이야
꽃불이야 불꽃이야
앞서기도
뒤서기도
꽃은 꽃, 웃음도 울음도 맺고 떠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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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본 것은 눈이 떠지고서
살아있다는 걸 안 것은 숨을 쉬고서다
잠 깨 빛살을 느끼고
눈 떠 빛결을 맞는다
밤새 아무것도 알지 못한 길에서
구름을 잡으려 꽃을 보지 못했다
오늘도 살았다
뜨고 보고 눈
쉬고 깨고 숨
망연한 길에서 막연히 보낸 밤이
눈부신 낮을 맞아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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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을 바라면 가뭄이 들고
비를 구하면 폭우를 내려
하늘을 바라보는 꽃밭 뙈기가 엉망이다
그동안 질척한 땀이며
그사이 고달픈 숨이며
한 치 앞을 재지 못한 눈치가 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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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에서 눈을 마주쳐 맘을 흔들고
망초에서 꿈을 보고 몸을 펼치고
새겨보면 허공 잡기에 허리 굽고
돌아보면 바람 따르기에 귀먹었다
어제 그제 그끄제부터 수를 거꾸로 매달아
그끄제 그제 어제 오늘
오늘에 이르러 더 나가지 못하는 지금
누군가 금이라고 말하는 그 입에 침을 바르고
지그시 기다리는 금빛
꽃이다
꽃봉에 솟아나는 웃음
금세 눈이 오른다
꽃잎에 어른대는 눈물
금방 눈이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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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밥상 위에 알과 알이 구르다가 멈춘다
먹어야 살을 채운다며
크고 작은 알로 숨을 깨치려는
닭의 알과 꿩의 알이다
알과 알이 그리는 동그라미
다른 것도 아니고 같은 것도 아니다
깨지지 못하면 곯고 깨치지 못하면 굳는다
알알이 굴러
알알이 앓아
꼬끼오 까꿍 깨다 깨치다 깨닫다
알 꽃, 앓아야 봉을 맺고 알아야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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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 솔길을 걷는다
저 꽃이 뭐지?
뭐? 풀꽃이지!
말이 가벼이 풀풀 난다
내가 모르면 네가 들어온다
너의 입이
너의 눈이
너의 손이
너의 발이
나의 몸을 휘젓는다
억새가 억지를 피우고
갈대가 갈 때를 알려주고
삭풍에 벌거숭이로 풀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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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을 갈면 날카로워진다는 걸
날을 세우면 반짝여진다는 걸
날은 재고
날을 깨워
날에 선다
재고 깨고 선만큼 당당해지는 날
허풍으로 부른 배 둥둥
우쭐해진 소리에 흠흠
제대로 갈지 못한 간밤에
맘껏 알지 못한 지금이 혼미해져
날을 쑥쑥 빼내 휘저을 때마다 녹이 슬어
녹이 떨어진다
녹슨 꽃잎이 난다 간다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