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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용두리 등 2편 / 해얀김유순

작성자짓거리 시인|작성시간26.06.09|조회수19 목록 댓글 0

비 내리는 용두리 / 해얀 김유순

 

밤새

삼월 보름달이 다녀간 논두렁엔

아버지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차로통 차로통 논물 고이는 소리

겨우내 메말랐던 논배미마다

조용히 물길이 들고

삽자루 짚은 아버지의 등도

빗속에서 천천히 젖어간다

 

말수 적은 아버지 속마음 대신

논물부터 먼저 들여놓으시던 사랑

저 차로통 거리는 물소리가

평생 가족을 품어온 

아버지의 속마음 같아

한참 동안 듣는다

 

비는 내리고

논은 물을 받아들이고

세월은 또 한 계절을 맞는다

 

 

메아리의 방 / 해얀 김유순

- 치매

 

어느 날 고운 눈매를 가진

꾀꼬리 한 마리가 내 방에 날아들었다

 

이름을 불러도 

눈을 맞추어도

다른 하늘을 보고 있다

예뻐라 고와라

옷매무새를 다독이며 

손을 내밀어 보지만 닿지 않는다

 

말은 허공을 한 바퀴 돌아

다시 내 가슴 속으로 떨어지고 

방 안에는 메아리만 차곡차곡 쌓인다

오늘도 이름을 부른다

혹시라도 그 한 음절이

길을 찾아 돌아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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