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 겉절이 / 해얀 김유순
대궁이 서기 시작한 상춧잎을 뜯어
큰 그릇에 담아 슴슴하게 무치다가 간을 보려는데
어머니의 체취가 훅 스쳐 간다
밭일하시다 말고
'밥 먹자'
서둘러 차린 밥상엔 상추 겉절이뿐이지만
땀 흘린 뒤 밥 한 그릇 은 늘 꿀맛이었고
어머니 곁에서 먹는 식사는
진수성찬보다 더 넉넉했다
쌉싸름한 상추 한 잎 씹을 때마다
그날의 햇살과
어머니의 손길이 되살아난다
첫날 / 해얀 김유순
요양보호사 한 사람이 새로 오는 날
아침부터 복도를 한 번 더 돌아보고
비어 있는 사물함도 살핀다
낯선 문을 열고 들어올 사람은
얼마나 긴장하고 있을까
처음 유니폼을 입던 날
어색한 인사와 서툰 손놀림으로
종일 마음 졸이던 그날을 떠올린다
잘해야 한다는 마음보다
괜찮다는 말 한마디가
더 큰 힘이 되었던 날들
오늘은 잘 가르치는 사람보다
먼저 웃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눈다는 건 / 해얀 김유순
잠에 깊이 빠졌다가도
문득 떠오르는 마음 하나
나눈다는 건
그런 일인지도 모른다
텃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새벽부터 바지런하다
통통한 상추를 따는 손끝엔
햇살과 흙냄새가 묻어있고
입가엔 싱그러움을 전하고 싶은
미소가 번진다
좋은 것을 보면
누군가 떠오르는 마음
그 따뜻한 손길에서
사람 사는 향기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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