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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교회이야기

뱀을 잡다.....

작성자한충일|작성시간10.05.15|조회수73 목록 댓글 0

제가 태어나서 산 곳도 그 당시엔 시골이어서 주변에   논과 밭이 많았습니다. 가끔 뱀도 보고 다양한 벌레도   보며 자랐는데 이상하게 파충류는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칩니다. 사실 저만 그렇겠습니까? 많은 분들이 뱀에   대해서 그런 느낌을 갖고 계시리라 생각이 듭니다. 교   회 예배당을 짓고 이곳으로 와서 산지도 9년이나 지났   습니다. 그전까지는(15년 동안) 빌라나 아파트에서 살았   기 때문에 주변 가까이에 산이 있고 논과 밭이 있는    것은 그리 익숙한 풍경이 아닙니다. 이곳에서 살면서    웬만한 벌레는 익숙해져 가고 있습니다. 돈벌레나 개미 같은……. 하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은 지네 그리고 결정적으로 뱀입니다. 이곳에서 9년 동안 살면서 본의(?) 아니게 뱀을 여러 마리 죽였습니다. 죽이고 나서 한 동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독사가 아닐까 또 집 안이나 예배당 안으로 들어 올까봐 제 딴에는 큰 용기를 내서 거사를 치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에 생명 가운데 사람 생명만 중요한 게 아니라 동식물도 함께 중요하다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게 됐습니다. 지난 가을에 땅 주변에 있는 큰 벚나무를 베어서 치워 놓았는데 얼마 전에 보니 뿌리에서 잘려 나간지가 5개월 이상이 지났는데 꽃망울이 붙어 있는 것입니다. 아직 살아있지만 결국 죽어가겠지요. 그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에 베란다에서 밖에 널려 있는 빨래를 걷으러 나가려고 하는데 바위틈으로 긴 것이 눈에 띄는 것입니다. 순간적으로 섬뜩해서 봤더니 큰 뱀입니다. 전에 같으면 바로 가서 죽였을 텐데 벚나무 사건도 있고 해서 살려주기로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돌을 던지며 도망가라고 했는데 가만히 있는 것입니다. 좀 더 큰 돌을 던져서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제 생각과는 달리 반대로 오는 것입니다. 산이나 저 반대편 밭으로 가면 좋을 텐데 굳이 교회 방향으로 오는 것입니다.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또 살생을 하고 말았습니다. 잘 모르지만 귀한(?) 종류 같기도 한데 그만 제가 끝까지 참지 못하고 일을 내고 말았습니다. 다시 방에 들어와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던져진 뱀이 있는 곳을 봤더니 고양이가 벌써 어떻게 했는지 뱀은 보이지 않고 고양이만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것입니다. 생명을 지켜주며 산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어떤 목사님은 독사면 죽이지만 일반 뱀은 그냥 살려 보낸다고 하는 데 저에게는 그것조차 어렵기만 합니다. 그러면서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좀 더 빨리 뱀이 접근하지 못하게 좀 약을 주변에 뿌리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뱀을 막기 위해 백반도 뿌려보고, 담뱃재도 뿌려보고 했는데 요즘은 옷장에 넣어두는 좀약(나프탈렌 향이 나는)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제 약을 사와서 오늘 새벽에 뿌렸습니다. 제발 주변에 있는 뱀들이 그 냄새를 싫어해서 겨울이 될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저는 뱀 죽이는 목사가 되기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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