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금) 오후 4시부터 7시30분까지 급한 대로 고구마를 땜방(?) 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가뭄으로 한 달 전에 심은 고구마순의 1/3이 고사했습니다. 대부분 화석처럼 되어 있었습니다. 딱딱한 흙덩어리 속에 바짝 마른 채로 장렬하게……. 이렇게까지 비참한 결과는 10년 만에 처음입니다. 2주 전에 두 단을 더 사다가 심었지만 그마저도 대부분 타죽고 말았습니다. 그냥 내버려 둘까 하다가 고육지책을 썼습니다. 새로 사다가 심으려면 돈이 예상외로 더 많이 들어서 주변 분들한테 고구마 순을 얻어다가 심었습니다. 동네 아저씨가 고구마 순을 정리하면서 버린 것들을 가져다가 하루 밤 동안 물에 담갔더니 싱싱하게 살아나서 심고, 예전부터 고구마 순이 남으면 가져다주시는 할머님께 미리 구해다 심고, 산후리 정집사님 고구마 순도 가져다 심었습니다. 그야말로 다국적 고구마 밭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모자란 것 같아서 그동안 전혀 해 보지 않은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살아남아서 잘 자라고 있는 고구마 순들 가운데 길게 자란 순들을 잘라서 심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도 된다고 해서 많은 양들을 그렇게 해서 심어봤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잘라 심으면서 이러다 둘 다 실패하면 어쩌나 싶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심은 순들을 대충 표시를 해 두었습니다. 얻어다 심은 고구마 순의 맛은 어떤지 실험하기 위해서입니다. 같은 고구마 순이어도 밭에 따라 정말 맛이 다른지 알아볼까 합니다. 또 하나의 실험은 고구마 순을 보통 2-3마디로 잘라서 심는데 아예 좀 길게 7-8마디로 해서 2개정도 심어보았습니다. 이렇게 해도 고구마가 잘 달리면 나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은데(편리해서) 그렇게 싶지 않는 것을 보면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하면서도 실험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분주하게 고구마를 보충해 나갔는데 5고랑은 아직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나중에 심은 고구마 순은 참깨 모에 물을 주면서 슬쩍 같이 뿌려 주었는데 잘 버티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가뭄의 조짐이 보일 때 물을 줬으면 좀 나았을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혹시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건만 비가 어제서야 제대로 내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것도 장마로.......
고구마 순을 심는데 반가운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한 두 방울 내리다가 멈추기를 몇 번 반복하다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합니다. 반가운 마음에 비를 맞으면서 계속 작업을 하는데 사람이 뿌리는 물과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차이가 있음을 알았습니다. 땅을 촉촉이 적시는 비 그리고 이 비를 맞는 고구마 순도 사람이 뿌린 물을 맞을 때와는 다르게 더 생동감 있어 보였습니다. 역시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물은 하늘의 은혜로 살 수 밖에 없는 존재임을 깨닫습니다. 인간의 욕심과 에너지 과소비로 인한 지구 온난화 때문에 이런 일들이 앞으로 계속 될 거라고 하는데…….
우리의 미래를 위해 뭔가를 시작해야할 때입니다. 작은 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