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크리스마스 이브는 특별한 순서 없이 평소처럼 수요예배를 드리려고 합니다. 교회학교를 본격적으로 다닌 이후(군 기간 2년 제외) 이브 행사를 하지 않는 것은 처음입니다. 초등학교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선생님들이 시키는 것에 따르며 즐겁게 보냈지만 중학교부터는 약간의 부담감이 작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시골 교회에 다닌 저는 그 때부터 선배들과 함께 이브 행사를 준비하는 것을 시작으로 전도사/목사로서 준비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에게 이브는 저녁 밥을 제대로 못 먹는 날이었습니다. 준비하고 진행하는데 신경이 가다보니 편하게 밥을 먹은 적이 거의 없지 싶습니다. 목회를 하면서는 좀 더 날카로워졌습니다. 예배당을 새롭게 지은 다음부터 행사 후 작은 식사 나눔이 시작됐습니다. 참으로 좋은 시간들이었습니다. 여선교회에서 때로는 자원하는 분들이 음식을 준비해 와서 함께 나누는 즐거운 시간이었고 아이들만 보내는 부모님들과 교회에서 만나는 시간이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간을 위한 준비가 좀 버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는 한 번 쉬어 보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결정을 내린 또 다른 이유는 안 믿는 부모님들이 자녀가 커 가면서 한 분씩 빠지기 시작해서 성도들만의 잔치로 끝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한 번 쉼으로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는 새로운 대안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이유는 몇 년 동안 제 부주의로 힘들었던 일이 그나마 어느 정도 정리가 됐습니다. 그런데 저희 부부가 긴장이 풀려서인지 몸이 좀 좋은 상태가 아니어서 한 번 쉬기로 했습니다. 많은 양해를 바랍니다.
올 성탄 트리는 소나무로 했습니다. 예배당 뒷산에 눈 폭탄을 맞은 소나무가 부러져 있어서 제가 만들어 보았습니다. 옛 추억을 생각하며 정말 기쁘게 끌어오고 받침을 만들었습니다. 학창시절 크리스마스 시작은 트리 나무를 자르러 산에 올라가는 한 달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삼총사로 함께 한 친구들과 톱을 가지고 가서 적당한 나무를 잘라서 내려옵니다. 그리고 화분에 꽂고 흙을 담습니다, 그리고 강단에 올린 다음에 장식을 합니다. 그러다가 트리 모형이 나오고 또 환경보호도 해야 해서 생나무를 잘라서 트리를 하는 것이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올 해 눈 폭탄에 부러진 소나무가 있어서 아마추어 트리를 만들어봤습니다.(원래는 이 트리도 안 하려고 했습니다.) 새로운 힘을 얻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의 촌스럽지만 정겨운 트리가 만들어졌으니 전처럼 각 가정에서 성탄절 날 함께 나눌 수 있도록 과자 종류를 가져다 놓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