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의 수행적 역할
의도는 인간의 심리작용에 있어 다양한 역할을 담당한다. 앞서 살펴본 결과, 초기경전에 제시되는 붓다의 핵심 사상에 의도가 면면히 개입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의도는 단지 심리작용에만 머물지 않고 상카라, 업, 윤회와 맞물려 삶과 죽음 등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본 장에서 다룰 의도에 대한 수행적 역할의 탐색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불교는 수행의 종교이다. 초기불교 수행의 핵심은 4성제와 8정도를 실현하여 여실지견하는 데 있다. 이 과정에서 의도에 대한 깊은 이해와 더불어 의도를 수행, 특히 알아차림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수행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이 과정에 있어서 의도를 수행의 대상으로 삼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논의 역시 필수적이다.
1.의도와 3학(三學)
붓다는 구도의 실천적 방법을 강조하였다. 불교의 핵심 교리 중 하나인 8정도는 4성제의 도성제로 나타난다. 즉, 고통을 소멸하기 위한 방법에 해당한다.
붓다는 최초의 가르침, 『담마짝까빠왓따나숫따(Dhammacakkapavattanasutta, 初轉法輪經)』를 통해 고통의 소멸로 향하는 실천적인 방법을 제시하였다. 붓다는 고행주의와 쾌락주의를 부정하는 단상중도(斷常中道)를 통해 8정도를 열반을 성취하는 길로서 제안하였다.
"비구들이여, 여래는 이 두 가지 극단을 떠나 중도를 깨달았다. 이것은 눈을 생기게 하고 앎을 생기게 하며 궁극적인 고요, 곧바른 앎, 바른 깨달음, 열반으로 이끈다. 그 중도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여덟 가지 고귀한 길이다. 곧, 바른 견해, 바른 사유, 바른 언어, 바른 행위, 바른 생활, 바른 정진, 바른 새김, 바른 집중이다. 이것은 눈을 생기게 하고, 앎을 생기게 하며, 궁극적인 고요, 곧바른 앎, 바른 깨달음, 열반으로 이끈다."
8정도는 계정혜 3학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8정도라는 여덟 겹의 고귀한 길은 붓다가 표현한 바와 같이 고통을 소멸하고 해탈의 길로 향하고자 하는 수행자에게 있어, '단단한 마음의 받침대'로서 기능한다. 이러한 8정도는 세 가지 배움(三學, tisso sikkhā)으로 정리되는 데, 경전은 '보다 높은 계행에 대한 배움', 보다 높은 마음에 대한 배움, '보다 높은 지혜에 대한 배움'으로 요약한다. 『쭐라웨달라숫따(Cūḷavedallasutta)』는 재가신도 위사카(Visākha)와 수행자 담마딘나 비구니의 대화를 근거로, 계행의 다발에 '바른 언어, 바른 행위, 바른 생활을, 삼매의 다발에 바른 정진[四正勤], 바른 마음챙김[四念處], 바른 집중[四禪定]을, 지혜의 다발에 바른 견해와 바른 사유가 포함된다고 설명한다.
의도의 수행적 역할을 살피기 위해, 의도가 8정도와 3학과 맺는 관계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본 장에서는 마음을 단속하고 해탈의 여정까지 완성하는 데 있어, 의도가 3학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고자 한다.
1)의도와 계학(戒學)
바른 계(戒, sīla)를 지키는 것은 수행자에게 중요한 일이다. 계학은 8정도의 바른 말(正語, sammā vācā), 바른 행위(正業, sammā kammanta), 바른 삶(正命, sammā ājīva)로 제시된다. 계를 지키는 것에 대한 초기경전의 설명은 『낌실라숫따(Kiṃsīlasutta)』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어떠한 계행이 있고, 어떠한 실천을 하며, 어떠한 행위를 닦아야만, 사람이 바르게 정립되고 또한 으뜸가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 손위의 사람을 공경하고 시기하지 말며, 바른 시간에 스승을 만나 잘 설해지고 명료하게 발음된 법문을 바른 순간에 지성으로 들어라. 고집을 버리고 겸허한 태도로 때를 맞추어 스승을 찾아, 목표와 가르침과 자제와 청정한 삶에 새김을 확립하고 또한 실천하라. 가르침을 즐기고 가르침을 기뻐하며, 가르침에 입각하고 가르침에 대한 언명을 알아서, 가르침을 비방하는 말을 입에 담지 말고 잘 설해진 진리의 말씀에 따라 생활하라. 웃음, 농담, 비탄, 성냄, 그리고 허위, 사기, 탐욕, 오만, 또한 격분, 폭언, 오염, 탐닉을 버리고 광기를 떠나 자신을 확립하여 행동하라. 잘 설해진 것은 좋은 식별의 핵심이고, 학습되고 식별된 것은 삼매의 핵심이다. 사람이 성급하거나 방일하면, 지혜도 학식도 늘지 않는다"
상기 경전에는, '실천', '생활', '말과 말씀' 등의 단어가 주요 단어로 등장한다. 계를 지키는 것의 근간에는 말과 행동, 실천이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다. 8정도를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바른 말[正語], 바른 행위[正業], 바른 삶[正命]이 계학에 속한다. 이러한 세 가지 요소는 8정도의 다른 요소들에 비해 보다 기본적이고 실질적으로 드러나는 요소에 해당한다. 말은 입으로 드러나고, 행위는 행동으로 보여지며, 삶은 삶의 형태나 직업의 형태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8정도의 정명은 바른 삶과 바른 직업의 의미를 모두 가진다. 따라서 출가와 재가의 구분에 제한되지 않는다. 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도덕성이 필요하며, 정신적인 과정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과정 역시 중요하다. 인간은 언행으로 표출하기 전에 이를 지시하는 마음의 작용이 먼저 일어난다. 이 작용을 의도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계학은 의도를 통해 확장된 마음이 행위로 옮겨지는 것을 다스리고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신체적 행위를 하기 이전에 발생하는 마음의 작용인 의도를 알아차려 부당한 행위로의 진행이나 확장을 막는데도 역할을 한다.
계학의 바른 말은 말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말은 우리의 생각을 외부로 표출하여 나의 의사를 전달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담마빠다(Dhammapada, 法句經)』는 언어의 중요성에 대한 가르침을 제시한다.
"참사람은 어디서든지 놓아버린다. 참사람은 욕망 때문에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다. 즐거움을 만나도 괴로움을 만나도 현명한 님은 우쭐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아무에게 거친 말을 하지 말라. 받은 자가 그에게 돌려보낼 것이다. 격정의 말은 고통을 야기하니. 되돌아온 매가 그대를 때리리라."
"언어적인 방종을 막고 언어적으로 자제하라. 언어적 악행을 버리고 언어적으로 선행을 행하라."
"언어를 잘 수호하고 정신을 잘 제어하여 신체적으로 악을 행하지 말고 이들 세 가지 행위의 길을 청정히 하라. 선인이 선한 길로 매진하라."
"진실이 아닌 것을 말하는 자 하고도 하지 않았다고 하는 자 지옥에 간다. 이들 비천한 행위를 하는 두 사람은 죽은 뒤에 저 세상에서 동일하게 된다."
"수행승이 입을 수호하고 진실을 말하고 들뜨지 않고 가르침과 의미를 설명하면, 그가 말하는 것이야말로 감미롭다."
상기 경전에서 말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바른 말을 하는 것은 지혜를 추구함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로 서술된다. 말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기 위해서는 말하려는 의도의 파악이 필수적이다. 『청정도론』은 이러한 언어의 기능이 바로 의도(cetanā)의 표현에 있다고 기술하였다.
"'언어적 암시'는 마음에서 생겨난 땅의 세계가 언어의 구별을 일으키는 것을 통해서 생물적 물질을 자극하는 조건으로서의 형태 변화이다. 의도의 표현을 기능으로 삼고, 언어적 소리의 원인이 되는 상태를 현상으로 삼고, 마음을 일으키는 땅의 세계를 토대로 삼는다."
인간이 말을 하는 것은 곧 의도를 표현하고자 함이다. 이러한 전제에 따른다면 '바른 말'은 '바른 의도'의 표현이 되고, '바르지 못한 말'은 '바르지 못한 의도'의 표현이 된다. 입으로 표현되는 말은 인지 여부를 떠나, 반드시 그것의 의도를 포함한다. 초기경전에서 제시하는 바른 말의 구체적 덕목은 네 가지[妄語, 兩舌, 惡口, 綺語]이다. 이들은 ①'거짓말을 하지 않음(진실된 말)', ②'이간질 하지 않음(악의없음)', ③'거친 말을 하지 않음(부드러운 말)', ④'불필요하거나 무의미한 말을 하지 않음'이다. 이와 같은 '거짓말', '이간질 하는 말', '거친 말', '불필요한 말'을 하는 배경에는 나의 이익[貪]과 타인에 대한 분노[瞋] 그리고 어리석음[癡]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마음[三毒心]들은 언어적 의도로 작용하여 언어적 표현을 하게 만든다.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을 단속하는 것은 수행의 발전에 중요한 덕목이기에, 붓다는 이를 8정도의 한 단계로 설정하였고 말을 함에 있어 '주의를 기울일' 것을 강조하였다. '바른 말'이 곧 '바른 의도'의 표현이라면, 상기 덕목은 ①'거짓말을 의도하지 않음', ②'이간질을 의도하지 않음,' ③'거친 말을 의도하지 않음,' ④'불필요한 말을 의도하지 않음'으로 바꾸어 표현해도 무방할 것이다. 모든 것은 그 이면에 있는 의도에 의해 결정된다. 거짓말 뒤에는 진실을 거짓으로 표현하려는 의도가 존재하고, 거친 말을 하는 의도에는 누군가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이간질하는 말은 우정을 깨거나 막으려는 의도가, 한가한 수다는 명확한 의도가 존재하지 않는 채로, 단지 말을 하려다 보니 하게 되는 말이다. 이러한 말들은 모두 불건전한 의도를 갖고 있기에 단속의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구체적으로 주의를 기울여 단속할 것인가? 붓다는 "언어가 있을 때, 언어적인 의도를 원인으로 내적인 즐거움과 괴로움이 일어난다."라고 하여, 말을 꺼내기 전에 그 말을 하고자 하는 의도가 발생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따라서 말을 단속하는 것은 말 자체를 단속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하고자 하는 그 마음[의도]을 먼저 단속하는 일이 된다. 이 문제에 대해, 헤네폴라 구라나타나는 '가장 중요한 결심은 말을 하기 전에 생각하겠다는 결심으로 마음을 경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입을 열기 전에 자신의 동기가 건전한지, 탐욕이나 성냄, 어리석음에서 기인한 말이 아닌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상처가 되는 말, 험담이나 쓸데 없는 말도 마찬가지이다. 말하기 전에 잠시 시간을 갖고 '이 말은 사실인가?' '친절한가?' '유익한가',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는가?' '지금이 말하기 적절한 때인가?'라고 묻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이는 곧 말하기 전에 일어나는 마음, 즉 의도를 명확히 주시하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바른 말을 하기 위해서는 말 자체가 아닌, 그 이전에 일어나는 마음 즉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알아차려야 한다. 말하려는 순간 자신이 갖고 있는 의도를 알 수 있다면 바르지 못한 말을 하는 것을 피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계학의 두 번째 요소는 '바른 행위(正業, sammā kammanta)'이다. 바른 행위란 '살아있는 생명을 해치지 않고(不殺生)', '주지 않은 것을 빼앗지 않고(不偸盜)', '청정하지 못한 삶을 살지 않는 것(淸淨行)'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한 보다 구체적인 언급은 붓다와 제자 쭌다의 대화인 『쭌다숫따(Cundasutta)』에 등장한다.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는 것을 떠나고,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는 것을 삼가니, 몽둥이를 버리고, 칼을 버리고, 부끄러워하고, 자비로워서, 모든 뭇삶을 가엾게 여깁니다. 주지 않는 것을 빼앗는 것을 떠나고, 주지 않는 것을 빼앗는 것을 삼가니, 마을이나 또는 숲에 있는 다른 사람의 부와 재산에 대하여, 그 주지 않는 것을 남몰래 훔치지 않습니다. 사랑을 나눔에 있어 잘못된 행위를 떠나고 사랑을 나눔에 잘못된 행위를 삼가니…."
그리고 붓다는 이러한 불살생, 불투도, 청정행의 세 가지 잘못된 행위는 악하고 불건전한 의도로부터 발생하는 것임을 『빠타마산쩨따니까숫따(Paṭhamasañcetanikasutta)』에서 명확히 하였다.
"어떻게 악하고 불건전한 의도에서 생겨나고 고통을 초래하고 고통의 과보를 가져오는 세 종류의 신체적인 행위의 오염에서 비롯된 잘못이 있는가? 수행승들이여, 세상에 어떤 사람은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니, 잔혹하고 손에 피를 묻히고 살육에 전념하고 살아있는 존재에 대하여 자비심이 없다. 주지 않은 것을 빼앗으니, 마을이나 숲에 있는 다른 사람의 부와 재산을 주지 않는 것임에도 남몰래 훔친다. 사랑을 나눔에 잘못을 범하니, 어머니의 보호를 받고 있거나…중략…이러한 여인들과 관계한다."
바르지 못한 행위는 악하고 불건전한 의도로부터 발생한다.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는 행위는 자비심이 없음과 분노라는 의도로부터 발생하고, 주지 않는 것을 빼앗는 행위, 사랑을 나눔에 잘못을 범하는 행위는 탐욕하고자 하는 의도, 바른 행위에 대한 알아차림이 없는 어리석음 등을 바탕으로 발생한다. 붓다는 이처럼 3독심(三毒心)을 의도로 가지는 행위를 악하고 불건전한 의도에서 기인하는 행동으로 규정하고, 이러한 의도와 행동을 모두 경계할 것을 강조하였다. 『단다왁가(Daṇḍavagga)』는 나 자신이 폭력을 무서워하고 안락을 구하듯, 다른 모든 존재에게도 동일한 태도를 견지해야 함을 강조한다.
"어느 누구나 폭력을 무서워한다. 모든 존재들에게 죽음은 두렵기 때문이다. 그들 속에서 너 자신을 인식하라. 괴롭히지도 말고 죽이지도 말라. 어느 누구나 폭력을 무서워한다. 모든 존재들에게 삶은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그들 속에서 너 자신을 인식하라. 괴롭히지도 말고 죽이지도 말라. 자신은 안락을 구하면서 안락을 바라는 존재들을 폭력으로 해친다면 그는 죽은 뒤에 안락을 얻지 못한다."
붓다가 제시한 윤리적 행동 원칙은 단순한 금지사항이 아니라, 선(善)을 행하는, 즉 모든 인류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좋은 의도를 표방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도덕적 원칙은 사람들의 단결과 화합, 바른 관계를 증진시킴으로써 사회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에도 기여한다. 나와 다른 모든 존재를 차별 없이 대하고자 하는 의도가 곧 악한 행위로부터 자신을 벗어나게 하는 원인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붓다는 악 한 행위에 대해 지적하며, 악한 행위를 하지 않기 위해서 네 가지의 마음[四無量心]을 닦을 것을 권하였다. 자애의 마음[慈無量心], 연민의 마음[悲無量心], 기쁨의 마음[喜無量心], 평정의 마음[捨無量心], 즉 4무량심이 그것이다. 붓다는 이러한 네 가지 마음을 의도적으로 일으키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지혜를 지닌 수행승으로서 최상의 해탈을 꿰뚫지 못했더라도, 자애, 연민, 기쁨, 평정의 마음에 의한 해탈이 계발하면, 그것이 돌아오지 않는 경지로 이끈다."
다른 존재에 대해 평등한 마음을 가지는 것은, 악한 행동을 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라앉혀 업을 짓지 않도록 돕는 것은 물론 불교 수행의 최종목표와도 연결된다. 시작은 의도적일지라도 네 가지 마음을 닦는 행위의 반복을 통해, 악한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고 바른 행위를 점차 확장하게 된다.
계학의 마지막 요소는 '바른 삶(正命, sammā ājīva)'이다. 불교에 있어 삶(생계)이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바른 삼매에 들기 위한 예비단계로 간주된다. 언어적인 행위에 주의함, 몸으로 하는 행위를 단속함에 더해 바른 삶이 함께 해야 비로소 계학이 완성된다. 이는 타인과 함께 공존하는 삶의 태도에 대한 규율에 해당된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까마귀처럼 교활하고 무례하고 파렴치하고 뻔뻔스러운 오염된 삶을 사는 것은 쉽다. 항상 부끄러움을 알고 청정을 찾고 집착을 여의고 겸손하고 식견을 갖추고 청정한 삶을 사는 것은 어렵다."
부끄러움, 뻔뻔스러움, 겸손함과 같은 가치들은 모두 타인과의 관계를 전제로 한다. 타인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고, 타인에게 뻔뻔스러운 태도를 가지며, 타인 앞에서 겸손해하기 때문이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떠한 태도를 지닐 것인가의 문제가 계학의 근간이 된다.
'바른 삶'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언급은 다양한 문헌에서 관찰된다. 재가의 신자는 다섯 가지를 판매하지 말아야 하는데, '무기', '사람', '고기', '술', '독극물'이 그것이다. 또한 '기만', '사기', '점술', '요술', '고리대금'으로 살아가는 것도 금지된다. 구체적인 금지의 목록과 더불어 반드시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내용도 존재하는데, 이는 함께 일하는 이들을 잘 대해야 한다는 내용의 규율로 제시된다. 주인이 아랫사람에게 지켜야 할 다섯 가지는 ①'능력에 맞게 일을 안배할 것'. ②'음식과 임금을 지불할 것.' ③'병이 들면 보살필 것.' ④'맛있는 것을 함께 나눌 것.'⑤'적당하게 휴식을 취하도록 할 것' 등이다. 아랫사람은 ①'먼저 일어날 것.' ②'늦게 잠들 것.' ③'주어진 것에 만족할 것.' ④'일을 잘 처리할 것.'⑤'주인으로 하여금 명성을 높이게 하고 칭송할 것' 등의 규율을 지켜야 한다.
'바른 삶'과 관련한 초기경전의 설명은 현대 시대의 노사관계에 적용하여도 손색이 없을 만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덕목이 제시된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또한 '바른 삶(생계)'로서 제시된 내용들을 분석해 보면, 이 구체적인 덕목들은 모두 바른 언어와 바른 행위를 수반하는 것을 전제로 함을 알 수 있다. '기만, 사기, 점술, 요술, 고리대금'으로 살아가지 않는 것은 '바른 언어'에 해당하고, 무기, 사람, 고기, 술, 독극물 등을 판매하지 않는 것은 '바른 행위'에 해당한다. 즉 잘못된 행동이나 잘못된 말을 하지 않고, 정직하게 생계를 도모할 것을 강조한 것이다. 『아나나까숫따(Anaṇakasutta)』는 "근면한 노력으로 얻고, 완력으로 모으고, 이마의 땀으로 벌어들인 정당한 원리로 얻어진 재물을 소유하고, 향유하며 공덕을 베풀고, 빚을 지지 않고 허물이 없는 것"을 재가자의 행복으로 규정하였다. 아직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이 존재하는 재가자라 하여도, 바른 언어와 바른 행위를 바탕으로 바른 생계를 유지한다면 이 또한 행복 의 요소임을 확실히 하였다. '바른 삶(생계)'은 '바른 말'과 '바른 행동'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종합적 행위이다. '바른 말'과 '바른 행동'에는 모두 특정한 의도가 개입된다. 따라서 '바른 삶(생계)' 또한 마음의 차원에서 일어나는 의도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상기 경전에서 '아직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이 존재한다'고 서술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3독심을 경험하며, 깨달음을 얻지 못한 범부(凡夫)라 하더라도 좋은 의도로서 규율을 지키는 것을 통해 분명한 행복을 경험할 수 있다고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상좌부 불교의 설명은, 비록 정신적인 번뇌(āsava)와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불건전한 경향(anusaya)이 마음에서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건전한 의도를 포함한 좋은 마음의 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의도는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하나는 좋은 곳에서 다시 태어나도록 돕는 좋은 행동을 지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8정도를 더욱 열심히 수행하도록 돕는 것이다. 두 번째의 기능은 결국 개인을 윤회로부터 해탈하게 하는 것과 깊이 관련된다. 마음 속의 불건전한 경향이 제거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바른 말'과 '바른 행동', '바른 삶(생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하면 적어도 좋은 곳에서 태어나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그리고 8정도를 더욱 열심히 추구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이는 해탈로 이어지는 수승한 방편이 됨을 확인할 수 있다.
'바른 말'과 '바른 행동', '바른 삶(생계)'는 모두 직접적으로 의도와 연결된다. 건전한 의도는 건전한 말, 행위, 삶을 낳고, 건전하지 못한 의도는 반대의 결과를 낳는다. 몸과 말로 짓는 행위에 대해 어떠한 의도가 작용하느냐에 따라 계학의 완성 여부가 결정된다.
<초기불교 수행의 의도 역할 연구/ 곽정은 동국대학교 대학원 선학과 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