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境)·지(智)·행(行)의 이해
『법화경(saddharmapuṇḍarīka Sūtra)』의 한역은 총 여섯 가지가 있었는데 이 중 세 가지가 소실되어 『정법화경』, 『묘법연화경』, 『첨품묘법연화경』의 나머지 세 본만 전해지고 있다. 이 중 『묘법연화경』은 구마라집이 번역한 것으로 총 7권 28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천태대사는 『묘법연화경』(이하 『법화경』)의 전체28품 중 1품에서 14품은 '적문(迹門)', 15품에서 28품은 '본문(本門)'으로 나누고, 다시 2문 각각을 서분(序分), 정분(正分), 유통분(流通分)으로 나누어 2문6단의 구조를 제시했다.
『법화경』은 방편을 열어 진실을 보이는 '개권현실(開權顯實)'의 방법으로 묘법(妙法)을 설하는 경전이다. 적문에서는 개3현1(開三顯一)로 3승의 방편을 열어 1불승(一佛乘)의 진실을 보이고, 본문에서는 개적현본(開跡顯本)으로 적불(迹佛)의 방편을 열어 본불(本佛)의 진실을 보인다. 중생의 근연(根緣)을 관하여 이들에게 맞추어 방편과 진실을 구분하여 설명하고, 거친[麤] 방편을 버리고 묘법의 진실로 나아갈 것을 말하지만 법화의 개현으로 종국에는 추묘의 구분이 없는 추즉묘(麤卽妙)를 깨달아 절대묘(絶待妙)인 원융한 실상을 깨닫게 하시는 것이다.
『법화경』에 관한 천태대사의 강설 중 『묘법연화경문구』(이하 『법화문구』)과 『법화현의』 그리고 『마하지관』은 '천태3대부(天台三大部)'로 불린다. 『법화문구』는 앞서 언급한 2문6단의 구조를 바탕으로 각 품별로 경전의 문구에 대한 자세한 주석을 제시한다. 『법화현의』는 경전의 깊은 뜻을 5중현의(五重玄義)라는 5가지 분석체계를 통해 밝힌다. 『마하지관』은 원돈지관의 구체적인 방법을 25방편과 10관(觀)으로 제시한다.
본 논문의 주된 논의 대상인 경묘(境妙)·지묘(智妙)·행묘(行妙)는 위의 세 가지 논서 중 『법화현의』에 등장하는 개념이다. 5중현의 중 첫 번째인 명현의(名玄義)에서는 '묘법연화경'이라는 경전의 이름을 한 글자씩 해석하는데, 이 때 '묘(妙)'자를 두 가지로 나누어 해석한다. 먼저 묘를 전체적으로 논하면 상대묘(相待妙)와 절대묘(絶待妙)가 있다. 상대묘는 추에 상대하여 묘를 밝히는 것이고, 절대묘는 끊음[絶]으로 묘(妙)의 뜻을 밝힌 것으로 묘는 끊고 추는 끊어지는 것이다. 다음으로 개별적으로 해석하면서 『법화경』 적문과 본문에 나타난 묘를 10가지로 정리하여 밝히는데, 이것이 적문10묘와 본문10묘이다.
적문의 10가지 묘는 경묘(境妙)·지묘(智妙)·행묘(行妙)·위묘(位妙)·3법묘(三法妙)·감응묘(感應妙)·신통묘(神通妙)·설법묘(說法妙)·권속묘(眷屬妙)·공덕이익묘(公德利益妙)이다. 본문의 10가지 묘는 근본의 원인묘(本因妙)· 본과묘(本果妙)·본국토묘(本國土妙)·본감응묘(本感應妙)·본신통묘(本神通妙)·본설법묘(本說法妙)·본권속묘(本眷屬妙)·본열반묘(本涅槃妙)·본수명묘(本壽命妙)·본이익묘(本利益妙)이다.
적문10묘와 본문10묘의 같고 다름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양자 모두 자성3법(自性三法)과 화타3법(化他三法)으로 이루어져 자행을 통해 스스로 진성궤(眞性軌)·관조궤(觀照軌)·자성궤(資成軌)의 3법을 구족하고, 화타로 중생 또한 3법을 구족하도록 하는 것에서 그 구조가 동일하다. 10묘 각각에 대하여는 먼저 나누고 합함이 있다. 적문의 경묘·지묘·행묘·위묘는 자행의 원인(圓因)으로 본문에서는 이를 합하여 본인묘로 한다. 또 적문의 3법묘는 자행의 원과(圓果)로 본문에서는 이를 습과(習果)와 보과(報果)로 나누어 각각 본과묘와 본국토묘가 된다. 감응묘·신통묘·설법묘·권속묘는 적문과 본문의 이름이 같다. 그리고 본열반묘와 본수명묘는 적문10묘에는 없는 것으로, 『법화경』 본문에서 부처가 구원 겁전의 본시에 이미 열반을 이루어 그때 이룬 수명이 무량함에 대해 설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정리하면 '표1'과 같다.
이처럼 경묘·지묘·행묘는 『법화경』에서 스스로 3법을 이루는 자행(自行)의 원인(圓因)으로 적문에서 설해진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1불승 보살도의 시작이자, 본문에서 설명된 본불(本佛)이 보리심을 발하여 보살도를 닦은 것을 의미한다. 본 장에서는 경(境)·지(智)·행(行)의 관계에 대한 논의 이 전에 경, 지, 행이 무엇인가를 가늠하기 위해 『법화현의』의 적문10묘 중 경묘, 지묘, 행묘 각각의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경계와 지혜 그리고 수행의 관계에 관한 연구/이혜린 금강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 불교교학전공 석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