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묘(智妙)
5)지혜로 비추는 경계
위에서 논한 4교의 20가지 경계가 앞서 논한 10여시·12인연·4제·2제·3제·1제의 경계를 비춤에 대하여 논한다. 앞서 경계에 대하여 논할 때 10여시는 10법계에 의거하여 그 성질을 토대로 분류한 것과 달리 나머지 다섯 가지 경계는 4교의 가르침을 토대로 분류하였다. 이에 10여시에 대해서는 20가지 지혜를 4교가 아닌 성문·연각·보살·부처의 계위나 법계에 의거하여 경계를 비춤에 대해 밝히고, 나머지는 4교를 기준으로 경계를 비춤에 대해 논한다.
먼저 20가지 지혜가 10여시를 비춤에 대해 논하면 다음과 같다. ①세간의 지혜[世智]는 지옥·아귀·축생·아수라·인·천의 6도(六道)계의 10여 시를 비춘다. ②5정심과 4념처의 지혜[五停心四念處智]·③4선근의 지혜 [四善根智]·④4과의 지혜[四果智]·⑤벽지불의 지혜[支佛智]·⑦법을 체득한 벽지불의 지혜[體法支佛智]는 성문과 연각의 2승계의 10여시를 비춘다.
⑥6도의 지혜[六度智]·⑨법을 체득한 보살이 공을 바탕으로 방편을 쓰는 지혜[體法菩薩入眞 方便智]·⑩법을 체득한 보살이 공에서 가로 들어가는 지혜[體法菩薩出假智]는 두 가지를 비추는데, 위로 깨달음을 구하는 것은 보살계의 10여시를 비추고 아래로 중생을 교화하는 것은 6도의 10여시를 비춘다. ⑪별교 10신의 지혜[別教 十信智], ⑫30심의 지혜[三十心智] 역시 마찬가지로 위와 아래로 보살계와 6도의 두 가지 10여시를 비춘다. 이처럼 보살의 지혜가 두 가지 10여시를 비추는 것에서 보살은 자행과 화타의 양자를 모두 구비하여 두루 비춤에 대해 알 수 있다.
별교의 ⑬10지의 지혜[十地智]는 차례대로 비추는 것은 보살계의 10여시를 비추고, 차례 없이 비추는 것은 불법계의 10여시를 비춘다. ⑰원교 5품제자위의 지혜[圓敎五品弟子智]부터 ⑳묘각의 지혜[妙覺智]까지의 원교의 네 가지 지혜는 모두 불법계의 10여시를 비춘다. 별교는 격별의 중도를 깨닫고 원교는 원융의 중도를 깨닫는 것의 의미를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데, 별교는 3제 내지 여려 경계를 개별적으로 하나씩 차례로 알아나가는 것과 달리 원교는 3제원융으로 나아간다.
다음으로 20가지 지혜가 12인연·4제·2제·3제·1제의 경계를 비추는 것은 4교를 기준으로 통하기 때문에 함께 논한다. 먼저 20가지 경계가 네 가지 12인연[四種十二因緣]을 비추는 것은 장교의 지혜는 사의할 수 있는 생멸의 12인연[思義生滅十二因緣]의 경계를 비추고, 통교의 지혜는 사의할 수 있는 불생불멸의 12인연의 경계를 비추고, 별교의 지혜는 사의할 수 없는 생멸의 12인연의 경계를 비추고, 원교의 지혜는 사의할 수 없는 불생불멸의 12인연의 경계를 비춘다. 20가지 지혜가 네 가지 4제[四種四諦]를 비추는 것은, 장교의 지혜는 생멸4제의 경계를 비추고, 통교의 지혜는 무생멸4제의 경계를 비추고, 별교의 지혜는 무량4제의 경계를 비추고, 원교의 지혜는 무작4제의 지혜를 비춘다. 20가지 지혜가 2제를 비추는 것은 장교의 지혜가 석공2제[析空之二諦] 의 경계를 비추고, 통교의 지혜가 체공2제[體空之二諦]의 경계를 비추고, 별교의 지혜와 원교의 지혜는 중도를 드러내는 2제의 경계[顯中之二諦]를 비춘다.
이 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도를 드러내는 방법과 전제에 있어서 차이가 있으므로 별교는 격별한 중도의 2제[別中二諦]이고, 원교는 원융한 중도의 2제[圓中二諦]라 한다. 앞서 일곱 가지 2제[七種二諦]를 논했던 내용과 연결하여 설명하면 장교는 참으로 존재[實有]하는 것을 멸하여 진제를 말하는 등 분석하여 공을 알기 때문에 석공(析空)이다. 통교는 환유(幻有)의 속제를 말하고, 멸하거나 분석없이 공을 진제로 하여 공을 체달하기 때문에 체공(體空)이다. 별교와 원교는 이 환유와 공, 모두를 속제로 하고 진제로 나아가기 때문에 중도를 드러낸다[顯中]고 한다.
20가지 지혜가 3제를 비추는 것을 『중론』의 3제게(三諦偈)와 연결하여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장교의 지혜는 중도 없는 2제[無中之二諦]를 비추는데, 이는 곧 '중인연생법(衆因緣生法)'으로 모든 속제에 따른 법을 포섭한다. 통교의 지혜는 중도의 2제[中之二諦]를 비추는데, 이는 곧 '아설즉시무(我說即是無)'로 모든 진제에 따른 법을 포섭한다. 별교와 원교의 지혜는 중도를 드러내는 2제[顯中之二諦]로, 이는 곧 '역위시가명(亦爲是假名)'과 '역시중도의(亦是中道義)'의 2구로 모든 중 도제에 따른 법을 포섭한다.
장교의 '중도 없는 2제'는 속제와 진제의 상즉, 즉 중도에 대한 고려 없이 유와 무로 진속을 구분하고, 공의 진제로 나아가는 편향된 공[偏空]의 경계를 의미한다. 통교의 '중도의 2제'는 다만 공이 아닌[不但空] 중도를 보고 나아감을 뜻하는데, 앞에서 통교의 별교와 원교로의 피접을 논한 것에서 그 뜻을 확인 할 수 있다. 또한 이 중도의 2제는 유무의 구별이나 분석이 아닌 체달을 통해 공을 깨닫는 즉공(卽空)의 경계이다. 별교와 원교의 '중도를 드러내는 2제'는 진속의 구분, 즉 유·무의 긍정이나 부정을 떠나 상즉으로 원융한 중도 진리를 드러냄을 뜻하나 다만 별교는 이를 알아감에 있어 속제·진제·중도제 내지 공·가·중의 3제의 단계적 차원에서 드러내고, 원교는 즉공즉가즉중(卽空卽假卽中)으로 구별없이 원융하게 말하기 때문에 격력3제와 원융3제로 구분할 수 있다. 내용을 정리하면 '표9'와 같다.
마지막으로 20가지 지혜가 1실제(一實諦)와 무제를 비춤에 대해 밝히는 것은 각각이 4제에 그 뜻이 통함에 따라 앞서 네 가지 4제를 논한 것에 의거하여 밝힌다. 먼저 20가지 지혜가 1제의 경계를 비추는 것은 『대지도론』의 4실단(四悉壇)을 밝혀 모두 진실이라고 이름한 것에서 뜻을 찾는다. 장교의 지혜는 생멸1실(生滅一實)을 비추고, 통교의 지혜는 무생멸1실(無生滅一實)을 비추고, 별교의 지혜는 무량1실(無量一實)을 비추고, 원교의 지혜는 무작1실(無作一實)을 비춘다. 무제 역시 이와 같아 장교의 지혜는 생멸무제를 비추고, 통교의 지혜는 무생멸무제를 비추고, 별교의 지혜는 무량무제를 비추고, 원교의 지혜는 무작무제를 비춘다. 4교의 20가지 지혜가 10여시를 제외한 나머지 다섯 가지 경계를 비추는 것을 정리하면 '표10'과 같다.
경계와 지혜의 연결을 통해 같고 다름을 확인하고 정리했으나, 이를 '아는 지혜'와 '알아지는 경계'로 서로 구별하고 절대적인 연결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 본디 부처만이 아는 경계와 지혜를 인연에 따라 세우지만, 이는 명자(名字)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 『법화현의』에서는 관점을 달리하여 경계에 상대하여 지혜를 밝힘으로 지혜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는데, 이는 경계와 지혜의 관계를 시사한다. 이 부분은 다음 장에서 자세히 다룬다.
지금까지 20가지 지혜에 대해 정리한 내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의의를 추와 묘를 통해 논하면, 장교·통교·별교의 지혜는 구별이 있거나, 방편이 따라 원융하지 못하고 추(麤)하다. 그러나 원교의 지혜는 구별 없이며 단계나 순서가 없이 원융하여 묘하기 때문에, 처음의 5품제자위의 지혜에서 원교의 묘각위의 지혜에 이르기까지 방편 없이 진실이다. 이렇게 말하면 상대묘이나, 법화의 개현으로 방편을 열어 진실을 보이고 모든 추가 묘에 귀일하여 추즉묘로 원융하여 절대묘에 귀일한다. 이처럼 '지묘'에서 논한 20가지 지혜가 모두 원융한 절대묘에 귀일하는 것이 『법화경』의 '지혜의 묘[智妙]'이다.
<경계와 지혜 그리고 수행의 관계에 관한 연구/이혜린 금강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 불교교학전공 석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