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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글, 그런데...... (독수리와 솔개의 진실)

작성자김원중|작성시간11.11.03|조회수822 목록 댓글 2

참 좋은 글, 그런데.......

 

오늘 아침 동아일보에서 좋은 글을 읽었다. 정호승 시인이 쓴 ‘모든 벽은 문이다’라는 제목의 글이다. 링크를 걸어놓을 테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일독하시기 바란다.

 

http://news.donga.com/NewList_Letter/3/70040100000102/20111103/41597251/1

 

이제 본 이야기를 시작하자.

점심 때 쯤 우리 큰 딸 선형이가 시험 기간이라 일찍 귀가하였다. 오늘 시험은 어떻게 보았는지 몇 마디 나눈 뒤, 선형이에게 이 글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중 3인 선형이는 금방 다 읽고는 “참 좋네요”라고 말했다.

나는 다시 “그 글에서 무엇을 배우고, 느꼈어?”라고 물었다.

그러자 선형이는,

“먼저 독수리가 그렇게 오래 살고 또 그런 비밀이 숨겨 있는 것을 처음 알았고요, 그리고 두 번째는.....”

그때 내가 중간에서 말을 끊었다.

“뭐? 뭐라고? 독수리가 그렇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네, 지금까지 전혀 몰랐어요, 독수리에 대해서는.”

“아니, 너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말하는 거야? 그걸 사실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야?”

“네? 그럼 그게 사실이 아니란 말이에요?”

“어떻게 그게 사실일 수 있겠니? 너는 지금까지 학교에서 생물 과목도 배우고, 또 TV나 컴퓨터에서 ‘동물의 세계’와 같은 걸 많이 보았잖아? 그런데 조류 중에 이런 식으로 사는 걸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었니?”

“내가 못 보고 지나갔을 수도 있잖아요?”

“만약 독수리가 정말 그렇게 산다면 그건 너무도 신비로운 일이고, 사람들이 그런 것을 놓칠 리가 없을 거야. 만약 우리가 이제까지 그 비슷한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면 일단 의심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이 내용은 신문에 난 것이고, 필자도 그것이 사실이라고 쓴 것 같은데요?”

“그래. 그렇더구나. 내가 보기에도 글 쓴 사람은 사실로 생각하는 것 같아.”

 

(여러분도 그 부분을 직접 읽고 판단해 보시라.)

 

조류 중에서는 하늘의 제왕인 독수리가 삶의 벽 앞에서 문을 여는 존재다. 독수리의 평균 수명이 인간과 비슷한 까닭은 늙음과 죽음의 벽 앞에서 독수리가 스스로 새로운 삶의 문을 열기 때문이다. 독수리는 30년 좀 넘게 살게 되면 무뎌진 부리가 자라 목을 찌르고 날개의 깃털이 무거워져 날지 못한다. 날카롭게 자란 발톱마저 살 속을 파고들어 죽을 수밖에 없는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이때 독수리는 본능적으로 이대로 죽을 것인가, 아니면 뼈를 깎는 고통의 과정을 밟아 새롭게 태어날 것인가 선택하게 된다. 만일 새 삶을 선택하면 6개월 정도 그 과정을 견뎌내야 한다. 높은 산정에 둥지를 틀고 암벽에 수도 없이 부리를 쳐 깨뜨리는 아픔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새 부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부리가 나면 발톱을 모두 뽑아내고 새 발톱이 자랄 때까지 또 기다려야 한다. 그러고는 그 새 부리로 낡은 날개의 깃털도 뽑아내고 새 깃털이 자라 날갯짓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참으로 견디기 힘든 고통의 과정이 아닐 수 없다. 그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이때 독수리의 몸은 피범벅이 된다. 그런데도 독수리는 그 고통의 벽 앞에서 자신을 전부 새롭게 갈고 새 삶의 문을 연다. 만일 독수리가 벽 속에 있는 문을 보지 못한다면 결코 인간과 같은 수명을 누리는 새 삶을 살지 못한다.

 

우리는 오늘이라는 벽 앞에서 내일이라는 새로운 삶을 위해 독수리처럼 선택과 결단의 문을 열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반드시 독수리와 같은 고통과 인내의 과정이 필요하다.

 

 

“아빠도 지금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실히 아시는 것은 아니잖아요?”

“물론 그래. 아빠가 조류학자가 아니니까 지금 확신을 갖고 있지는 못 해. 단지 내 상식에 비추어 볼 때 이건 사실일 수 없다고 판단한 것뿐이야. 그래서 인터넷에서 한번 검색해 보려고 해. 그래야 진실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겠지.”

“나도 궁금하네요. 아빠가 확인하신 후에 저에게도 알려주세요.”

“그럴게. 아직까지는 정답을 모르지만, 아마 아빠 판단이 옳을 거야. 이걸 통해서 선형이에게 한 가지 말해 주고 싶은 것이 있어. 세상에는 부정확한 정보가 많고, 또 우리는 그것을 가려낼 수 있는 판단력을 갖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거야. 이번 일이야 단순히 독수리에 관한 것이니까 설사 정보가 왜곡되더라도 우리 삶에 별 영향은 없겠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예를 들면요?”

“음 - .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도 그렇고, 종교도 또 그럴 수 있지. 예를 들면 4대강 사업이라든가,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한미 FTA도 양 편에서 정반대되는 소리를 줄기차게 주장하니까 정말 어느 쪽 말이 맞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지. 그런데 그런 문제는 대충 어느 쪽으로 결정해도 별 상관없는 일이 아니거든.”

“그렇겠네요. 그럼 종교는요?”

“종교 쪽에서는, 어떤 분은 태어나자마자 일곱 걸음을 걸은 후에 뭐라 뭐라 말을 했다고 하고, 또 누구는 물 위를 걸었다고도 하는데 그런 걸 사실로 믿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뭔가 다른 삶을 살 가능성이 높지. 그럴 때의 판단력은 매우 중요한 거야.”

“음 - ”

“그러니까 잘못된 정보로 인한 어리석은 삶을 살지 않기 위해서는, 첫째 정확한 정보를 알려고 노력해야 하고, 둘째 논리적이고 현명한 판단력을 키워야 하는 거야. 그게 바로 우리가 공부하는 목적이지.”

“알겠어요. 그런데 제가 어제 밤늦게까지 시험공부 하느라고 지금 몹시 피곤하거든요. 좀 자야겠으니까 이제 그만 하면 안 되겠어요?”

 

딸과의 대화를 대충 이렇게 마무리한 후, 나는 곧바로 인터넷에서 독수리와 솔개(‘독수리’가 아니라 ‘솔개’가 주인공인 버전도 있단다.)에 관해 알아보았다.

 

진실은 대충 이러하다.

먼저 독수리의 수명은 70년(30년 + 40년)이 아니라 야생상태에서 18 ∼ 24년이다. 솔개는 독수리보다 수명이 짧다.

 

또, 동물생태학을 전공하고 한국조류학회 회장을 지낸 구태회 경희대 환경·응용화학대 학장은 “요즘 솔개의 생태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는 했으나, 얼토당토않은 얘기”라고 어이없어 했다.

 

구 교수는 “부리가 재생되어서 다시 난다는 것은 생명체에서 만무한 일”이라며 “새가 부리를 부분적으로 다쳤을 때 이따금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보완하는 게 나타날 수는 있으나, 생태학적으로 부리가 다시 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생명체로서 한번 살았으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버랜드에서 동물들을 일상적으로 관찰하고 돌보는 권순건 수의사도 마찬가지로 답하면서, “새의 부리가 손상되면 다시 나지 않는다. 새들이 부리를 다치면 음식물 섭취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살 수가 없다. 조류는 포유류랑 달라서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기간이 매우 짧다”고 덧붙였다. 솔개가 몇 달을 굶으면서 부리를 바위에 쪼아 새 부리로 재생시킨다는 이른바 ‘솔개 생태론’의 주장에 대해서 권 수의사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뭘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우화와 실화를 구분하지 못하고, 비유와 사실을 구별하지 못하며, 상징과 실재를 혼동한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많을수록 개인은 허망한 삶을 살게 되고, 사회는 혼란에 빠지기 쉽다. 그러니 올바른 지식과 건전한 판단력은 얼마나 중요한가? 또 그러하니 교육의 책임은 얼마나 막중한가?

 

(2011.11. 3.)

(경남대 김원중)

 

<참고 자료>

 

https://www.youtube.com/watch?v=MPQJRdvIQOE


https://www.youtube.com/watch?v=gdtoc2dSjXs


https://www.youtube.com/watch?v=KxYALBiyLTI

 

첨부파일 media literacy 2(비판적 해독능력,신문기사 요약).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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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이나경 | 작성시간 11.11.04 뭐라고 할까..... 어떻게 말로는 표현이 안되네요..... 가끔 아이들에게 '그럴것이다'라는 추측을 '그렇다'라고 말할 때가 있었는데 갑자기 반성이 되네요... 새로운 정보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일까' 라고 의심하지 않고 '그럴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왜 들까요?
  • 작성자이소현 | 작성시간 11.11.04 정보를 아무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우리가 사람들과 얘길를 할 때 "에이 정말 그럴까.."
    하면 "정말이야.. TV에 나왔어..신문에 나왔어.."하면 왠지 믿음이 가거든요.. 그래서 정치권에서도 말썽이 생길때면 언론플레이를 한다고 하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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