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보시면 됩니다? 되긴 뭐가 돼?
요즘 내가 뭔가에 관해 질문했을 때 이런 식의 답변을 자주 듣는다.
“ ...라고 보시면 됩니다.”
“ ...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전에는 이런 식의 말은 내용이 복잡하고 어려운 경우 그것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비슷하지만 더 쉬운 예를 들어 비유적으로 설명할 때 주로 쓰였다. 예를 들면, 전압, 전류, 저항을 설명할 때 ‘전압은 물의 고도차, 전류는 수로에 흐르는 물의 양, 저항은 수로 중간의 걸림돌로 보시면 됩니다.’ 하는 경우처럼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경우가 아닐 때도 널리 사용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다.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가이드에게 한라산 높이를 물었다. 그랬더니 그의 답변이 이렇다.
“1950m입니다. 남한에서 가장 높다고 보시면 됩니다.”
가장 높으면 높고, 아니면 아닌 것이지 ‘그렇게 보시면 되긴’ 뭐가 되나? 참으로 이상한 말도 다 있다.
그런가 하면, 또 이런 경우도 있다.
전자제품을 사려고 한 매장에 들렀더니 판매원이 설명하는 말이 이렇다.
“우리는 직매장이기 때문에 중간 유통 마진이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다른 매장에 비해 10% 정도 저렴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때의 ‘보시면 됩니다’, ‘생각하시면 됩니다’는 또 뭘까? 내 귀에는 ‘그렇게 믿어주시면 좋겠습니다.’거나, 더 심하게는 ‘그렇다고 속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 들린다.
이럴 때는 나는 속으로 이렇게 말한다.
‘그건 당신의 바람일 뿐이고, 내가 바라는 것은 그저 이 집의 정확한 가격뿐이라네. 더 싼지 안 싼지는 내가 다른 매장을 들러 비교 후에 판단하겠네.’
이제 정리해 보자.
‘...라고 보시면 된다’고 말할 때 그 ‘된다’는 무슨 뜻일까? 아마도 ‘맞다’ 혹은 ‘틀리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그 말을 뒤집으면 ‘만약 당신이 내가 말한 대로 보거나 생각하지 않으면 틀린다’는 말이 아닌가? 왜 묻는 말에 대답하면서 판단의 기준이나 방향까지 강요하는가? 맞고 틀리고는 답변자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자가 대답을 들은 후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런 답변은 참으로 오만방자한 것이다.
또 어떤 때는 그런 답변은 마치 ‘당신은 자세히 알 필요 없고 대충 이 정도로만 생각하면 된다’는 뜻으로 들리기도 한다. 왜 그렇게 성의 없이 대답하나? 자세히 길게 설명하기가 귀찮아서? 내가 상세한 내용을 알게 되면 곤란한 일이라도 생기나? 그것도 아니라면 혹시 내가 이해력이 떨어져 보여서 그런가? 상세히 설명해도 못 알아들을 것 같아서? 어떤 경우든 그건 참으로 무례한 태도이다.
최종 판단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당신은 그저 내 질문에나 아는 대로 성실하게 대답해 주면 된다. 이런 식의 담백하고 단순한 어법으로 말이다.
“한라산은 1950m로 남한에서 가장 높습니다.”
“우리 매장의 가격은 OOO원이고, 다른 매장보다 싸다고 자부합니다.”
혹시 당신도 내용을 잘 몰라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려는 것이라면 솔직하게 이렇게 대답하든가.
“저도 자세히는 잘 모르고, 들은 바로는 대충 이러저러하다는 것 같습니다만......”
(2015. 6. 7.)
(경남대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