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원래 힘들고 어려운 것
홈페이지에 공부에 관한 글을 몇 번 쓰다 보니 학생들의 질문도 종종 받는다. 그 중에는 ‘공부를 쉽게, 혹은 재미있게 하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는 것도 있다. 그래서 오늘은 그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겠다.
공부를 재미있게 하는 방법?
없다!
공부는 재미로 하는 것이 아니다. 게임이나, TV, 영화, 노래방, 당구 등 재미있는 것이 지천으로 널려있는 세상에 어느 누가 재미 삼아 공부를 하겠는가? 재미로만 인생을 산다면 공부를 선택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내가 전에 서울대 시간 강사를 할 때 내 강의를 듣던 서울대생 수백 명에게 ‘과연 공부가 재미있더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공부가 취미인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하니 그 많은 학생 중 손 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28동 101호의 커다란 계단형 강의실이었는데, 누가 손들었나, 앞뒤를 둘러보던 학생들 중 몇 명이 먼저 웃기 시작하더니 금방 강의실 전체가 웃음바다가 되었다. 도대체 뭐가 우스워 그러느냐고 내가 앞에 앉은 학생에게 물으니 그가 대답하기를,
“너무 안심이 되어서 그렇습니다. 사실 저는 지금까지 저 혼자만 공부를 싫어하는 줄 알았거든요. 지금까지 공부가 힘들고 어렵지만 서울대 들어오기 위해 이를 악물고 꾹 참아왔습니다. 그래서 어쩌다가 서울대에 합격하긴 했지만 속으로는 다른 친구들을 두려워했었습니다. 저 이외의 다른 서울대생들은 모두 공부를 좋아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공부를 싫어하는 저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뒤쳐질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알고 보니 저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 역시 공부를 좋아한 것은 아니더란 겁니다. 그러니 너무 안심이 되는 것이지요. 지금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서울대생뿐만 아니라 수능시험에서 수석을 했던 사람들 역시도 공부를 재미로 했던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잡지에서 수능 수석들의 인터뷰 기사를 보았는데, 그들은 한결 같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었다.
◈ 2001년 수능 자연계 수석(만점) 이주현
2001년 수능에서 자연계 만점을 받아 서울대 전기공학부에 특차로 입학한 이주현(20) 군의 고등학교 때 좌우명은 ‘대학 가서 놀자’였다. 솔직히 공부가 즐겁지 않았다는 이 군은 고등학생의 여건으로는 어차피 놀아 봤자 제대로 놀 수 없기 때문에 꾹 참았다고 한다. 그는 인터뷰 끝에 “우리나라에서는 고등학교 때 성적이 제일 중요하다. 인생을 놓고 볼 때 노력한 것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게 가장 많은 시기가 바로 고등학교 때라고 생각했다.”는 똑 소리나는 말 한 마디를 덧붙였다.
◈ 2001년 수능 인문계 수석(만점) 장원석
2001년 수능에서 만점을 받아 서울대 법대에 특차로 입학한 장원석(21) 군은 요즘 사법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다. 장 군은 한 해 재수를 했다. 현역 때는 경제학과를 지원했지만 재수를 하면서 법학으로 진로를 바꿨다. 고등학교 때까지 계속 시험을 치러 왔고 또 시험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사법)시험 한 번 더 보는 게 뭐 어떠냐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법대에 진학해 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지금은 시험이 두렵다며 웃는다.
장 군은 “고등학교 때 솔직히 공부가 재미있었던 건 아니며 단지 공부를 싫어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 1994년 수능․본고사 서울대 수석 최지석
1994년도 수능과 본고사를 합쳐 서울대 법학부에 수석으로 입학한 최지석(28) 씨는 현재 원주에 있는 모 부대에 법무관으로 복무하고 있다.
공부에 대해서 묻자 “고등학생 때는 할 수 있는 게 공부밖에 없지 않습니까? 또 저 자신은 공부가 가장 경쟁력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공부가 싫다고 생각하면 그 다음 선택이 난감해져요. 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이왕이면 즐겁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입시 공부 자체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고등학생 때는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을 빨리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요즘 ‘공부 잘 하는 방법’, ‘수능 잘 보는 비결’ 등을 소개하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혹시 그 책 내용이 ‘이렇게만 하면 쉽게 성적을 올릴 수 있다’라는 것이라면 그것은 분명 사기이니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그런가 하면 ‘명상을 이용한 공부 방법’, ‘머리를 총명하게 하는 비법’을 다룬 책들도 눈에 띄는데, 그 역시 기대만큼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명상을 많이 해서 머리가 총명해졌다 하더라도, 막상 책상에 앉아 책과 씨름하지 않는다면 그 총명한 머리도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컴퓨터를 최신 기종으로 업그레이드 해놓고는 실제로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과 같다. 공부에 있어 가장 어려운 것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닌, 바로 ‘책상에 꾹 참고 앉아 있기’이다. 머리를 좋게 하거나 맑게 하는 것 역시 공부방을 말끔하게 정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껏해야 공부의 사전 준비 작업일 뿐, 그 자체가 공부는 아니지 않는가? 공부를 잘 하고 싶다고? 그렇다면 이런 저런 쓸데없는 관심은 딱 끊고 당장 책상에 앉아라. 지겹고 힘들더라도 꾹 참고 버텨라. 그것만이 공부를 잘 하는 비결이다. 공부는 원래 힘들고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경남대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