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conventional, conventional, post-conventional level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 이론은, 중간의 제 2 수준인 ‘인습 수준(관습적 수준, conventional level)’을 기준으로, 그 단계에 못 미친 것을 ‘인습 이전 수준’, 그 단계를 극복이나 초월한 것을 ‘인습 이후 수준’으로 분류한다.
따라서 콜버그의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인습 수준’의 특징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 수준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집단의 유지’를 중요시 한다는 것이다. 집단은 가족으로부터 출발하여, 친구, 학급, 학교, 국가로까지 확장된다. 법과 질서는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임을 깨달아 자신도 집단의 일원으로서 당연히 그런 규범을 따라야한다고 인식한다.
그에 비해 ‘인습 이전 수준’에서는, 도덕성이 ‘집단’이라는 개념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사회, 즉 인간 집단에 왜 법과 질서가 필요한지를 모르는 것이다. 이 수준의 어린 아이들은, 단지 엄마 아빠, 선생님이 ‘이런 짓은 하지 마세요.’ 하니까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뿐, 그 이유를 알지 못하며 또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성인들의 눈 밖에서 금지된 행동을 할 경우에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혹시 들켜서 혼나지 않을까 하는 것에만 신경을 쓴다. 따라서 들키지 않으면 그것으로 끝이고, 후에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하거나 하는 일은 없다.
이 수준의 하위 단계로 1 단계 ‘벌과 복종의 단계’와 2 단계 ‘욕구 충족의 단계’가 있다. 이것을 쉽게 설명하자면, 1 단계는 7세 이하의 어린 아이들로 부모의 말을 절대적인 것으로 알면서 대체로 지시를 잘 따르는데, 간혹 제 뜻대로 욕심을 부리다가 부모에게 야단을 맞거나 매를 맞아도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특징이 있다.
그에 비해 초등학교 저학년에 해당하는 제 2 단계에서는 눈치가 발달하여 졸라서 될 때와 안 될 때, 부모가 계실 때 해야 하는 행동과 안 계실 때 할 수 있는 행동을 구분함으로써 자기 욕구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충족시키려고 한다. 대인관계에서는 공정하고 동등한 교환, 동의를 중시하는데, 그 방식은 매우 단순하고 기계적이다. 개인주의적이고 도구적인 도덕관으로 볼 수 있다. 행동적으로는 2 단계에 비해 1 단계가 오히려 더 ‘착하다’. 따라서 1 단계에서 2 단계로 올라갈 때는 도덕적 행동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인지 능력이 발달하는 것이다.
‘인습 이후 수준’은 법과 질서가 집단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것임을 당연히 알고 있다. 그 정도는 이미 그 전 수준(인습 수준)에서 깨달은 바이다. 이제 그는 ‘각각의 법과 질서 등의 규범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또 어떤 이유와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지’까지 생각하면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도 한다. 그리하여 각각의 규범이 하늘에서 떨어진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의 필요에 의해 사람들이 만든 것임을 알게 된다. 질서도 그 자체가 최고 목표가 아니라 바람직한 사회의 유지에 필요한 조건에 불과함을 깨닫는다. 그렇다고 하여 규범과 질서를 무시하고 어기게 되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각 규범을 더 기본적인 것과 부수적인 것, 보편적인 것과 특수한 것 등으로 구분하면서 자기 나름의 도덕 체계를 만든다. 예를 들자면, 법에도 헌법 - 법률 - 명령 - 조례,규칙의 단계가 있으며 하위 법은 상위 법에 위반되는 내용을 가질 수 없음을 알아, 만약 법률이나 대통령의 명령이 헌법에 어긋날 경우 이를 거부하는 것이다. 모든 개별 법률을 '악법도 법'이라며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헌법 정신을 이해한 상태에서 자신의 신념과 논리에 따라 자신이 판단한다. 즉, 이들은 주변 집단이나 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법과 도덕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하여 주관적인 신념 체계, 즉 인생관(세계관)을 형성하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 인습 수준이 '형식적 법치주의'라면, 인습 이후 수준은 '실질적 법치주의'이다.
이런 사람들은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의 법을 의도적으로 거스르기도 하고(양심범), 남들이 따를 수도 없으며 그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도 없는 수준의 매우 엄격한 기준을 스스로에게 부과하기도 한다(테레사 수녀, 간디, 마틴 루터 킹, 여러 고승들). 이들은 사회 일반의 규범 안에서 그것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기능과 의미를 파악한 후 그것을 초월한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도덕성을 다른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자율적 판단(autonomous judgement)에 따라 반성적 규범(reflective norm)을 갖고 있다고 하겠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인습 수준’에 있는 사람은 대개 ‘인습 이전 수준’에 있는 사람과 ‘인습 이후 수준’에 있는 사람을 구분하지 못하고, 똑 같은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두 수준 모두 ‘관습’, 즉 주어진 법과 규범을 항상 따르는 것은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관습적인 사람은 그 양 집단이 모두 종종 사회 규범을 어긴다는 점에서 그들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모르고 있다, 그 양 집단이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그 이유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여러분은, 그 다른 점을 이해하는가? 다음의 문제를 통해 설명해 보라.
- 일요일 새벽 6시에 근처 공원에서 운동을 하기 위해 걸어서 집을 나섰다. 공원으로 가는 길목 신호등이 마침 빨간 불이다. 시간이 일러서 오가는 차는 한 대도 없고, 내 옆에는 보행자 2 명이 서 있다. 한 명은 중학생 정도이고 또 한 명은 초등학생으로 보인다. 좌우를 살피다가 내가 건널목을 건너기 시작하자 초등학생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나를 따라 건너는데 중학생은 눈살을 찌푸리며 제 자리에 계속 서 있다. 각 사람의 도덕성 수준은? -
* moral(도덕적), immoral(비도덕적), amoral(무도덕적)
<영어 예문> Babies are neither moral nor immoral creatures, they are amoral.
(아기들은 도덕적이지도 비도덕적이지도 않다. 그들은 도덕과 관계가 없다.)
출생 후 일정 기간의 유아기에는 그들을 도덕적 잣대로 판단할 수 없다. 즉, 그들은 도덕적이지도, 비도덕적이지 않으며, 단지 ‘무도덕적’이다.
도덕적이냐, 아니냐의 판단 기준으로는 행동의 ‘결과’보다도 ‘의도’가 중요하다. 걸음마 단계의 유아가 마트에서 과자를 들고 계산대를 그냥 지나갔다고 해도, 그 아이가 ‘훔칠’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제 행동의 의미조차도 알지 못할 것이므로, 거기에는 도덕적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
이렇게 도덕적 판단을 할 수 없는 단계에 있는 존재를 ‘무도덕적’(amoral)이라 한다.
이제까지의 논의를 종합해보자면, 유아들은 나이와 발달 수준에 따라 다시 ‘무도덕적 수준’과 ‘인습 이전 수준’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인지 발달 수준이 낮은 영아나 아주 어린 유아들은 ‘인습 이전 수준’도 아닌, 아예 ‘무도덕적 수준’이다. 이런 수준을 어떤 발달이론에서는 아직 1 단계에도 들지 못했다고 하여 0 단계로 분류하였으며, 피아제는 ‘도덕 전 단계’, 또는 '자아중심적 단계'라고 명명하면서 5세 이전의 유아들이 이에 속한다고 하였다. (피아제의 ‘도덕 전 단계’는 콜버그의 ‘인습 이전 수준’과는 다르다.)
그 이후 인지와 언어 발달이 어느 정도 이루어져 적어도 ‘착한 아이, 나쁜 아이’라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비로소 ‘인습 이전 수준’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 참고자료
(경남대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