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에 어린 존엄성 - 10] 한자는 구성원리만 알면 쉽다
[대기원] 한 외국인 친구가 한자를 몇 년간 공부했지만 여전히 어렵고,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언어 중 하나라며 내게 하소연하였다. 나는 그에게 배우려는 열의만 있다면, 한자는 전혀 어렵거나 외우기 힘든 글자가 아니라고 알려주었다. 한자의 숫자 중 "一"은 한 획이고, "二"는 두 획이고, "三"은 세 획이다. 어떤 물건을 흙 속(土里)에 넣으면, 묻는(埋) 것이다. "一"을 반으로 나누면 "小"가 되고, 손(手)에 빗자루(帚) 들면 청소(掃)를 할 수 있다. 입(口)속의 것을 땅(土)에 쏟아내면 토(吐)하는 것이다. 이처럼 한자는 글자의 구성원리만 알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문자이다.
그러자 친구는 "肮髒"(항장, 지저분하다)의 "髒"(장)자와 "嘴饞"(취참, 게걸스럽다)의 "饞"(참)자는 20여 획이나 되어 기억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호소하였다.
만약 글자를 무조건 외우려고 한다면, 당연히 복잡하다. 하지만 글자의 구성원리를 안다면,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肮"자는 원래 "坑(갱, 구덩이)자 왼편의 土가 骨로 바뀐 글자이다. 죽은 사람(死人)을 매장(丟棄)하고 흙을 덮으면, 풀(草)이 자라난다. "草"머리에 중간에 "死"자와 아래에 "棄"자의 다리가 바로 "葬"자를 구성한다. 죽은 사람을 묻은 구덩이가 파헤쳐져 뼈(骨)가 드러나면 매장(葬)한지 얼마 안된 시신이라는 뜻이니, "骨" + "葬"이 바로 "髒"자가 아닌가.
嘴"饞"의 "饞"자 역시 구성원리 안의 자의(字義)를 파악한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食"변은 음식과 관련이 있다. "饞"은 "狡兔"(교활한 토끼)를 뜻한다. 옛말에 "狡兔三窟"(교토삼굴) : 교활한 토끼는 세 개의 굴을 판다는 이야기가 있다. 즉 토끼는 그냥 잡기 어려우니, 반드시 개를 데리고 가야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또 "狡兔死, 走狗烹"(교토사, 주구팽) : 토끼를 잡으면, 개는 삶아 먹힌다는 속담도 있다. 이걸 보면 옛 사람들은 "饞"을 잡아 먹는 것을 좋아한 것 같다. 그래서 "饞은 굉장히 먹고 싶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입이 먹을 것만 생각하는 것이 "嘴饞"(취참, 게걸스럽다)이고, 마음속으로 너무 보고 싶어하는 것이 "眼饞(안참, 눈독들이다)이며, 사람들이 먹고 싶어하는 "饞"을 이용하여 남을 모함하는 말(言)을 "讒言"(참언, 헐뜯는 말)이라고 한다.
글 속에 숨어 있는 의의를 알면 많은 글자도 쉽게 기억할 수 있다. 많이 배우고자 하면(學), 많이 물어야 한다.(問) 그래서 학문을 "學問"이라고 하지 않는가.
남영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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