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기원전 265년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진(秦)은 조(趙)를 공격하여 세 개의 성을 빼앗았다. 조(趙)는 효성왕이 새로 등장하였지만 어리기 때문에 그 어머니인 태후가 정치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가 진의 공격을 막아내는 방법은 그 옆에 있는 제(齊)가 도와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제(齊)는 그 복잡한 국제 관계에서 순순히 조를 돕겠다고 할 수 없고 확실히 조가 배반하지 않을 것을 담보해야 했기 때문에, 조왕의 동생이고 태후의 아들인 장안군(長安君)을 인질로 보내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조의 태후는 자기 아들을 다른 나라에 인질로 보내기가 싫었고, 제나라 사람들은 원조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조나라의 대신(大臣)들은 태후에게 장안군을 인질로 보내라고 강하게 요구하였다. 그래도 태후는 요지부동이었다. 끝내 태후는 ‘다시 장안군을 인질로 보내자는 사람이 있으면 이 늙은 여편네가 그 얼굴에 침을 뱉을 것이다.’라고 위협했다. 더 이상 태후에게 권고할 사람이 없었지만 나라는 진(秦)의 공격 앞에 풍전등화(風前燈火)였다.
이때 원로대신인 촉룡이 오랜만에 태후를 만나자고 하였다. 늙은 신하가 오랜만에 오겠다고 하니 거절할 수는 없었지만, 태후는 장안군의 일로 오는 것이라고 짐작되어 잔뜩 긴장하고 맞이하였다. 그런데 촉룡은 그의 아들 촉서기(觸舒祺)에게 하급 무관직을 내려 달라고 부탁하였다. 태후는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촉룡에게 촉룡같은 사내대장부도 어린 아들을 걱정하는지를 물었다. 이 기회를 타서 촉룡은 태후를 설득하기 시작하였다. 자식 사랑이야 남녀가 다를 이유가 없지만 중요한 것은 먼 미래를 내다보면서 사랑해 줘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생각해 보십시오. 태후께서 사랑하는 딸을 연(燕)으로 시집보낸 것은 연과 우호관계를 맺어서 조(趙)에서 아들이 편안하게 왕노릇을 하게 하고자 한 것이지요?"
"그렇소."
"그러면 역사를 보면 3세(世)에 걸쳐서 후(侯)를 이은 사람이 있었습니까?"
"없었소. 직위에 해당하는 만큼의 공로가 없었기 때문이요."
"그렇습니다. 자리는 높으나 공로는 없었고, 후하게 대우하니 아무런 수고도 하지 않고 보물만 쥐고 있다가 결국은 화(禍)를 만난 것입니다. 그러면 지금 제(齊)에 인질로 보내기 싫어하시는 장안군은 어떻습니까? 그에게 높은 작위를 주었고, 기름진 땅을 주었으며, 보물을 많이 주었으나, 나라에 공로를 세우지 않으면 그것을 지킬 수 있겠습니까?"
태후는 즉시 장안군을 제(齊)로 보내어 인질이 되게 하니 제의 군대는 즉각 출동하였다. 제의 군대가 출동하는 것을 본 진(秦)의 군대는 바로 물러갔다.
조금만 생각하면 촉룡의 말은 만고(萬古)의 진리이다. 그러나 눈앞만 바라보는 사람들은 이를 실천하지 못한다. 눈앞만 보는 조의 태후 같은 사람이야 오늘날에도 도처에 있다. 지금 당장 의사가 돈을 잘 번다고 생각되면 앞으로 10년 뒤에나 의사가 될 아들에게 의학공부하기를 권하는 것이 세태다. 지금 변호사가 돈을 잘 버는 것 같으니 10년 후에나 변호사가 될 수 있는 아들에게 법학공부하기를 권고한다.
그러나 10년 뒤에 아니 그 아들이 인생의 황금기를 보낼 30년 후에도 사회가 지금과 같을지 또는 어떻게 바뀔 것인지는 생각해 보지도 않는다.
30년 전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 택시기사는 첨단직업이었고, 선망의 직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역사는 변하게 되어 있다. 미래를 생각하면서 행동하고 준비하지 않는다면 희망은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미래를 전망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사지식은 안중에도 없으니 전국시대의 조태후(趙太后)는 도처에 있는 셈이다.
그런데 미래를 일깨워 줄 촉룡같은 말을 해도 귀를 기울이지 않으니, 또한 조태후만도 못한 것은 아닐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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