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사제 성화의 날)
한국 천주교회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권고에 따라, 1995년부터 해마다 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에 ‘사제 성화의 날’을 지내며, 사제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복음 선포의 직무를 더욱 충실히 수행하는 가운데 성덕을 쌓을 수 있도록 스스로 다짐하고, 또한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사제들을 위해 기도하도록 권고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아버지 하느님께 감사 기도를 드리십니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ἐξομολογοῦμαί σοι, πάτερ, κύριε τοῦ οὐρανοῦ καὶ τῆς γῆς, ὅτι ἔκρυψας ταῦτα ἀπὸ σοφῶν καὶ συνετῶν καὶ ἀπεκάλυψας αὐτὰ νηπίοις).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마태 11,25-26)
자기 스스로 지혜롭고 슬기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하느님 나라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오히려 보잘것없는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게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철부지와 같은 백성의 무거운 짐을 벗겨 주시고, 사랑과 정의와 평화를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새로운 삶을 가져다주십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예수님께서는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태 11,28-29)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 시대의 유다인들에게 있어서 율법은 무거운 짐이 되고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백성으로 선택된 그들의 신원을 지키기 위해 모세가 그들에게 준 율법이 그 근본 정신인 사랑과 자비는 사라지고 껍데기인 율법만이 그들에게 남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율법 학자와 바리사이들에 대하여 “그들은 무거운 짐을 꾸려 남의 어깨에 메워 주고, 자기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 하지 않는다.”(마태 23,4)고 책망하십니다. 율법은 이스라엘 백성들로 하여금 죄의식만 느끼게 했고, 율법에 매인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율법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죄인으로 취급되었고 얼굴도 들지 못하던 처지였습니다.
예전에는 험한 밭이나 논을 깊이 갈아엎을 때 겨릿소를 부렸다고 합니다. 겨릿소는 같은 멍에를 메고 쟁기를 끄는 소 두 마리를 말합니다. 겨릿소를 부릴 때에는 일을 잘하고 경험이 많은 소를 농부 쪽에서 볼 때 왼쪽에, 일을 잘 못하고 경험이 적은 소는 오른쪽에 세웁니다. 왼쪽에 서는 소를 ‘안소’라고 하고, 오른쪽에 서는 소를 ‘마라소’라고 부릅니다. 마라소는 안소를 따라 자연스럽게 일을 배웁니다. 마라소는 시간이 흘러 일을 배우고 경험을 쌓으면 안소가 된다고 합니다.
교황청 성직자부는 2020년 사제성화의 날을 맞아 발표한 묵상 자료를 통해 ‘그리스도의 마음을 지닌 사제들’이 되새겨야 할 5가지 덕목을 깊이 묵상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각 덕목에 대한 교황님의 말씀을 인용합니다.
-“① 감사: 예수님은 하느님의 지혜를 철부지들에게 드러내 보이시는 하느님께 감사하셨다(마태 11,25). 감사는 그리스도인의 자질이고 목자의 존재 방식이다. 사제는 감사를 의미하는 성찬례의 거행을 통해 특별한 방식으로 그리스도의 성심에 동화된다.
② 자비: 사제는 삶의 모든 상황에서 모든 이에게 다다르시어 악에서 치유해 주고자 하시는 하느님 사랑의 표징이 되어야 한다.
③ 연민: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연민으로 자기 형제자매들의 상처를 직접 다가가 어루만지는 사제야말로 참으로 좋은 본보기이다.
④ 깨어 있음: 현실에, 교회에, 우리 자신에 대하여 실망했을 때, 우리는 달콤한 슬픔에 젖어 들고자 하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슬픔은 불만과 적의를 품게 해 변화와 회개를 위한 모든 노력을 수포로 만들어 버린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부활하신 주님의 살아있으며 힘있는 말씀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깨어 노력해야 한다.
⑤ 용기: 용기있는 마음을 지켜나가려면 우리의 정체성을 이루는 두 유대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첫째, 예수님과 이루는 유대요, 둘째, 형제들과 이루는 유대이다.”-
‘성심’(聖心)은 ‘거룩한 심장’입니다.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에서 심장이라는 단어는 인간 주체, 곧 인간 자신을 의미합니다. 고통받는 이들을 어루만져 주시는 예수 성심을 향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권고 말씀으로 오늘의 강론을 갈무리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극심한 어려움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연민 가득한 길을 따라 그들과 동행하면서 그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이 길은 사람을 변화시킵니다. 연민의 길이 그리스도의 성심께로 가까이 이끕니다. 그리스도의 성심은 애틋한 사랑의 혁명으로 우리 모두를 맞아들입니다. 고통받는 이들을 어루만져 주시는 예수 성심께 자신을 내어 맡겨 생명의 길을 찾도록 기도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