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인터뷰 --- 원종린수필가
수필 외길 진정한 수필인 元種麟
원준연 수필가
원준연 : 반도의 한쪽에서는 늦장마로 기록적인 폭우가, 또 다른 한쪽에서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어쩌면 늦더위로 이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시계처럼 정확한 계절의 순환은 어김없이 반복되겠지요. 서늘바람이 불 무렵이면 아버지의 생신도 함께 따라오지요. 옆에 계신다면 백수의 축하연을 해드릴 텐데, 못내 아쉽습니다.
원종린 : 이상기후로 걱정이 많겠구나. 후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사전 대비를 잘하면 좋으련만, 백수연이라, 벌써 그렇게 되었구나. 어쩌면 이승에서의 축연보다도 저승에서 마련한 백수연이 더 황홀할지도 모르니 그렇게 슬퍼할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먼저 온 너의 어머니와 함께 받는 천상의 잔치는 어떨는지 자못 기대가 되는구나.
원준연 : 늘 건강하고 활기차게 사시는 모습을 보고, 저희는 미수를 지나 구순은 거뜬히 넘기실 줄 알았지요. 어느 한 곳 빈틈없이 생활하시는 모범적인 모습은 저희 자손들에게는 늘 본보기와 존경의 대상이었습니다. 가끔은 급하게 응급실을 찾으실 때도 자손들에게는 폐가 될까봐 말씀도 안 하시고 혼자 다녀오셨지요. 아버지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한 미숙한 저로서는 장례식 날 주체할 수 없는 눈물로 대신하였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원종린 : 그래, 주변에 조금도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단다. 장례식 때, 아버지의 유언대로 부의금을 받지 않은 일은 참 잘한 일이다.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원준연 : 아버지가 평생을 교육자와 수필가로 살아오시면서, 마지막으로 세상에 남긴 수필은 병상에서 쓰신 「독립무공자의 변(獨立無功者의 辯)」이었지요. 일제의 학도병으로 징집이 되어서 조교로 근무하던 중, 중국의 임시정부로 망명한다는 모의가 발각되면서, 육군형무소에서 그 모진 고문을 견뎌내셔야 했지요. 그때의 옥중기를 자세하게 집필하여 ‘조선 제22부대 학도병사건(朝鮮 第22部隊 學徒兵事件)’이라는 제목으로『1·20학병사기(1·20學兵史記)』에 발표하셨지요. 총알이 얼굴에 스치기만 하여도 참전유공자가 되는 판인데, 객관적 서류 미비로 독립유공자에 들지 못하신 것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유품을 정리하면서 남아 있는 서류를 발견하였지만, 더 보강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설령 제가 다시 제출한다고 하여도 돌아오는 대답은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사건을 몸소 겪은 분들의 진실을 믿지 못한다면 도대체 무엇을 신뢰할 수 있단 말인지요? 아버지가 겪으셨던 진실은 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해서 결코 사라지는 것이 아니니, 후손들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독립무공자의 자손으로 떳떳하게 살아가렵니다.
원종린 : 그래, 일제가 패망하면서 당시의 문서를 소각 등의 방법으로 급하게 처리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백방으로 수소문하여도 그 이상의 관련 문서를 찾을 수가 없더구나. 함께 고생했던 옥중 동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란다.
원준연 : 아버지! 저는 병상에서 나눈 아버지와의 마지막 대화를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좋은 수필을 많이 쓸 것과 당신의 수필문학상을 잘 이끌어 나가라는 말씀이셨지요. 미력이나마 혼신의 힘을 기울여서 지금껏 잘 유지·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강직한 성품 때문이겠지만, 문단에서는 제법 공정하고 반듯한 수필문학상으로 알려져 많은 분께서 수상하기를 원하는 문학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니, 2003년 아버지의 팔순을 맞아서 제자들이 원종린(元種麟)수필문학상 제정을 건의하였을 때 아버지는 극구 사양하셨지요. 그렇지만 제자들도 물러서지 않고 아버지의 수필 등단 40년이 되는 2005년에 다시 의견을 모았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탄생한 원종린수필문학상이 올해로 18회째를 맞고 있습니다. 문학상 제정에 뜻을 세우고 힘을 모아 주신 제자들이 참으로 대견스럽고 고맙습니다. 전국의 많은 문우들이 아버지의 상을 받으면서 수필에 대한 긍지와 격려를 느끼며 더욱 힘을 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도 전국에서 유수의 수필가들이 응모하여 저로서는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대상이나 작품상이나 매년 10:1 이상의 경쟁력을 보이고 있지요. 해마다 응모의 열기가 더해 가는 만큼 심사의 열기도 그에 못지않습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더 많은 분께 수상의 기쁨을 안겨드리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 지면을 빌어서 늘 관심을 두시고 응모해 주시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아버지! 2020년에는 원종린수필문학상 수상 작품집 창간호를 발간하였습니다. 훌륭한 수상자들의 주옥같은 작품을 더욱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 운영위원들 모두 일치하였지요. 기 수상자들의 대표작과 새로 선정된 수상자의 작품과 프로필 등을 싣는데, 모두 아름다운 훌륭한 문학작품으로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는 3호를 발간 할 예정입니다.
지금처럼 저의 역량이 미치는 데까지 열심히 잘 이끌어 나가겠습니다. 잘 지켜봐 주시고 이심전심의 격려를 보내주시면 더욱 힘이 날 것 같습니다.
원종린 : 그래, 아버지의 수필문학상을 모두가 받기를 원하고 신뢰하는 문학상으로 잘 이끌어 주어서 고맙구나. 지금처럼 초심을 잃지 말고 공정하고 바르게 잘 운영하여 많은 분들의 칭송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아버지도 너의 어머니와 함께 천상에서 열심히 응원하마!
원준연 : 아버지! 내년 2023년은 아버지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때마침 충남문인협회에서는 '얼 살리기' 사업으로, 아버지를 선정하였습니다. 대단히 기쁘고 영광스럽습니다. 충남문인협회의 김명수 회장님과 이정우 직전 회장님을 비롯한 임원들과 나태주 시인, 신현보 시인, 조동길 공주대 명예교수 등 공주의 여러 문인께서 힘을 모아주셨고, 이광복 한국문인협회 이사장님과 논산의 권선옥 문화원장께서도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격려해 주십니다. 원종린수필문학상 운영위원의 꾸준한 노력도 간과할 수는 없지요. 생전에 아버지께서 올곧게 살아오신 덕택이기도 합니다. 도와주신 모든 분께 깊은 감사를 올립니다.
이제는 아버지의 고향인 충남 공주시의 협조를 얻어서 많은 시민이 찾는 바람직한 장소에 아버지의 문학비뿐만이 아니라 공주시가 배출한 훌륭한 예술인들을 기리는 기념비적 광장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문학비는 예술성이 가미된 조형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역시 공주출신의 작가에게 의뢰하여 그 의미를 더하고자 합니다. 내년 6월 아버지의 기일 때나 9월 원종수필문학상 시상식에 즈음하여 '얼 살리기'사업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어 그동안 협조해 주신 분들의 노고에 보답하는 시간이 오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문학비 조성에 애써 주신 분들과 원종수필문학상 수상자들 그리고 아버지를 기억하시는 모든 분이 한자리에 모여서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를 추모하는 아름다운 장이 펼쳐지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원종린 : 문학비의 건립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충남문인협회를 비롯하여 도와주신 분들이 정말 고맙구나. 제막식에 오시는 분들 한 분도 빠짐없이 소홀히 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하거라.
원준연 : 예, 알겠습니다. 내년 아버지의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아름다운 문학비의 제막식을 그려 봅니다. 수필 외길을 올곧게 걸어오신 진정한 수필가께 드리는 후학들의 마지막 선물입니다!
모두 모두 고맙습니다!
2022년 11월 『월간문학』가상인터뷰 - 원종린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