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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수- 합수머리 변증법

작성자조성순|작성시간26.06.05|조회수13 목록 댓글 0

                                         합수머리 변증법 
                                          제14회 작품상
                                                         서태수

 


  이무기들의 단판 승부. 누가 용이 될 것인가. 
  물줄기를 이끌고 전력으로 치달아온 두 개의 물머리가 온몸으로 맞선다. 물줄기가 부딪치는 합수머리에는 항상 소용돌이가 인다. 물기둥이 솟고 물거품이 일고, 비늘을 번쩍이며 살점이 튕겨 나가는 용틀임의 육탄전이다. 물머리가 부딪쳐 용솟음치면 먼 길 함께 달려온 몸통이 어깨를 겯고는 넌출지고 소쿠라져 상대를 휘감는다. 맨 끝에 달라붙은 물꼬리도 물똥을 튀기며 엉겨든다. 반드시 두 개의 물머리 중 어느 하나는 온몸이 부서져야 끝나는 절체절명의 소용돌이다. 
  크든 작든 모든 물줄기는 이 과정을 거친다. 물살 세찬 시냇물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골짝마다 계곡물이 여울목을 휘돌고 있고, 더 톺아 오르면 숱한 실개천이 모여들고 있음을 본다. 이 실개천들도 석간수나 옹달샘 같은 더 작은 물줄기의 부딪침으로 형성된 물길들이다. 
  그러나 어쩌랴. 합수머리의 소용돌이는 더 깊고 넓은 물굽이를 형성하기 위한 필연적 통과의례인 것을. 다행히 자연의 치유력은 이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맞서 그동안 생겼던 상처를 다독이고, 갈등을 봉합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물길은 자신의 형상이나 색깔을 온전히 지니려 고집하지 않는다. 자기와 정체성이 다른 존재까지도 다 품고 목적지까지 함께 가기 위해서는 자기도 변해야 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안다. 그래서 물맛도 바꾸고 색깔도 바꾸고, 더러는 탁해지기도 하며 때로는 함께 더러워지기도 한다. 
  이들이 장강長江으로 흐를 수 있는 까닭은 패자를 배척하지 않는 승자의 너그러움 때문이다. 합수머리에서는 혁명의 기세로 부딪치지만 승자의 행진은 패자를 포용하는 유유한 평화로움이다. 이것이 자연이 주는 교훈, 곧 합수머리의 변증법적 지혜다. 


  선거도 서로 다른 물길의 부딪침이다. 두세 줄기의 이질적 존재가 힘겨루기를 통해 하나의 대표자를 선출한다는 점에서 합수머리의 격랑과 흡사하다. 그러나 인간 세상의 선거 결과는 대부분 자연과는 다르게 진행된다. 배척하거나 적대시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 하늘 아래 크든 작든 유일지존唯一至尊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소아적小我的 물머리들이야 또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평범한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인 몸통도 물꼬리도 맹목적으로 부화뇌동附和雷同하여 불필요한 갈등을 겪기도 한다. 수단에 불과한 선거가 목적으로 변해버린다. 
  인간의 선거가 합수머리의 변증법적 융합을 따르지 못하는 것은 인위적 가치관의 몰입 때문이다. 정치든 경제든 사상이든, 선거의 쟁점이란 세상 구원의 이념으로 확장되어 특정 집단이 공유하게 만든 뭉게구름 솜사탕이다. 그럼에도 물머리의 편가르기에 매몰된 투표자는 선거의 쟁점을 완고한 이념으로 각인하고 스스로를 그 속에 가두어 버린다. 이념이란 자칫 세상을 재단裁斷하는 도구가 된다. 대상을 구분하여 선택을 하게 되고, 나아가 상대를 배제하고, 비난하고, 급기야는 억압의 도구로 화한다. 사람 사는 행복 세상을 위한 도구로서의 이념이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행복을 앗아 버리는 주객전도 현상이다. 더구나 선거의 이념이나 정책은 선택의 문제일 뿐으로 다음 기회에는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도 있는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인위적 가치개입을 경계하며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설파했던 노자는 존재의 가치를 중립적으로 보았다. 그리하여 보편화된 이념은 그 선악善惡에 관계없이 세상을 구분 짓는 잣대가 되는 바 이는 곧 폭력이라고 했다. 이념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얘기다.
  금수강산 우리나라에는 계곡도 강도 참으로 많다. 이 모두가 숱한 합수머리 경험을 통해 다양한 물길의 화합으로 이룩한 흐름의 몸짓이다. 우리는 높낮이가 다르고 빛깔이 다르고 성분이 다른 온갖 물길들이 하나로 뭉쳐 흐르는 강물의 지혜를 날마다 눈으로 본다. 
  민주주의 선거는 인류가 창안해 낸 최선의 정치 제도이다. 다수결 승자의 원칙을 따르되 공동의 화합으로 운영하는 정신, 이것이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민주(民主)’와 ‘공화(共和)’의 참된 의미일 것 같다. 
  선거의 계절이든 선거가 끝난 세월이든, 합수머리의 변증법적 지혜를 실은 강물은 세상의 희로애락을 싣고 아름다운 산야를 휘돌아 감돌아 유유히 굽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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