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 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일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새.2 - 천상병 그러노라고 뭐라고, 하루를 지껄이다가, 잠잔다--- 바다의 침묵, 나는 잠잔다. 아들이 늙은 아버지 편지를 받듯이 꿈으로 꾼다. 바로 그날 하루에 말한 모든 말들이, 이미 죽은 사람들의 외마디 소리와 서로 안으며, 사랑했던 것이나 아니었을까? 그 꿈 속에서...... 하루의 언어를 위해, 나는 노래한다. 나의 노래여, 나의 노래여, 슬픔을 대신하여, 나의 노래는 밤에 잠잔다. 새.3 - 천상병 저 새는 날지 않고 울지 않고 내내 움직일 줄 모른다. 상처가 매우 깊은 모양이다. 아시지의 성(聖)프란시스코는 새들에게 은총 설교를 했다지만 저 새는 그저 아프기만 한 모양이다. 수백 년 전 그날 그 벌판의 일몰(日沒)과 백야(白夜)는 오늘 이 땅 위에 눈을 내리게 하는데 눈이 내리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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