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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본래무일물

작성자空山 내려놓음 마음학교장|작성시간26.06.21|조회수38 목록 댓글 0

법우님들
오늘 하루도 종일 이리저리 마음 쓰시고 이제야 자리에 누우셨을 줄 압니다.
그 어깨에 얹힌 짐 잠시만 제 이야기에 맡겨두십시오.
이불을 가슴까지 끌어올리시고
두 손은 배 위에 가만히 속여두십시오.
천장도 보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저 숨이 들고 나는 것만 가만히 따라가 보십시오.
왼쪽의 어깨가 살짝 올라가고
오른쪽 어깨가 가만히 내려가는 것은
다른 일 다 잊으시고 한번 느껴보십시오.
법우님 좀 오늘 하루 얼마나 많은 것을 들고 다니셨습니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떠오른 부분이 오래전에 헤어진 분의 얼굴
자식 걱정 몸 걱정 잠 못 들 걱정
어떤 짐은 10년 전 짐이고
어떤 짐은 30년 전 짐입니다.
어떤 분은 한 평생 한 번도 내려놓아 본 적 없는 짐을 아직도 가만히 어깨에 얹고 계실 겁니다.
불 짐의 이름은 후회일 수도 있습니다.
그때 그 말을 하지 말걸.
그때 그 사람에게 더 잘해줄 걸
그때 그 결정을 바꿀 걸
잠자리에 누우시면 그 후회가 슬며시 머리맡에 올라옵니다.
낮에는 못 한 생각 밀어두었던 것들이
밤에는 가장 먼저 찾아오는 법입니다.
또 어떤 분께는 미움이 취미입니다.
오래된 미국 풀리지 않은 섭섭함.
이제는 잊었다 싶다가도 문득 가슴이 뜨거워지는 그 자리
그 짐은 모양도 무게도 보이지 않는데
어찌 그리 어깨가 무거운지 모르겠다 하셨던 분이 많으셨습니다.
또 어떤 분께는 걱정이 짐입니다.
자식이 잘 살고 있는지
손주가 아프지는 않은지
내 몸이 또 어떻게 될지
걱정은 아무리 해도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우리의 머리만 대면
더 늘어납니다.
잠을 청해 보려 눈을 감으면 걱정이 한 줄로 서서 차례차례 머리맡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무언가를 자꾸 붙들고 따지는 마음이 있습니다.
옳고 그름을 가려야 잠이 올 것 같은 마음
누구 잘못이었는지 한번 더 따져봐야 할 것 같은 마음.
그 마음이 가장 늦게까지 깨어있어.
자정이 지나도 눈을 감지 못하게 합니다.

한 번 빠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
새벽이 다 되도록 마음만 분주합니다.
또 어떤 분께는 자책이 짐입니다.
나는 왜 그때 더 잘하지 못했을까?
나는 왜 그 말을 그렇게 했을까?
그 자책은 누가 짊어지운 짐도 아닌데
손수 평생 어깨에 얹고 오신 중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내려놓기가 어려우셨을 겁니다. 법우님들 그 모든 짐을 한 평생 짊어지고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오늘 밤 한 가지만 여쭙고 싶습니다. 그 짐들이 본래 어디에 놓여있던 것이었습니까? 원래부터 법우님 어깨에 매여 있었으니까. 아니면 어느 사이엔가 가만히 앉아 거기 머무르게 된 것이었습니까?
오늘 밤은 그 한 물음 곁에서 천천히 호흡을 따라가 보시는 시간입니다.


오래전 어느 깊은 산중에 한 분이 계셨습니다.
글도 모르시고 나무를 해서 어머니를 봉양하시던 분이셨습니다.
그분께서 단 한 줄의 게솜을 남기셨는데
그 한 줄이 1000년이 넘도록 수많은 마음의 짐을 가만히 내려놓게 해 주었습니다.
그분이 바로 육조 혜능대사이시고
그 한 줄이 바로

본래 무일물

입니다. 본래 한 물건도 없다는 뜻입니다. 오늘 밤 이 한 자락의 말씀에 가만히 기대어 보십시오. 평생 짊어지신 그 무게가 본래 머물 자리가 없다는 안심을 합니다. 함께 누리시게 될 것입니다.
6조 해능대사께서는 단 한 줄

본래 무일물

에서 평생 짐 무게가 본래 자리에 없다는 안심을 또렷이 일러주셨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이렇게 흘러갑니다.
먼저 그 한 줄의 게송이 어떻게 나왔는지 그 자리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그다음에는 우리가 평생 짊어진 짐들이 왜 본래 자리가 없는지를 짚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아주 작은 일상의 길들을 하나하나 짚어 드리고 안심과 함께 잠자리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법우님들 다 이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글자 하나하나를 다 새기실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한 가지만 마음에 두십시오.
손바닥 위에 가만히 놓인 한 알의 씨앗을 떠올려 보시는 것입니다.
그 씨앗은 아주 작아서 손금 하나에도 들어갈 만한 크기입니다.
그런데 손을 활짝 펴보시면 그 위에 아무것도 없는 듯한 빈자리가 보이실 겁니다.
그 빈자리야말로 모든 씨앗이 본래 머물던 그 자리입니다. 오늘 밤은 그 빈 손바닥 한 자락에 마음을 가만히 내려놓으시는 시간입니다.

본래 한 물건도 없는 그 자리
가만히 함께 누워 계십시오.
자 그러면 법우님들 이제 본론으로 한 걸음 들어가 보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기댈 그 한자리 본래 한 물건도 없다는 그 자리가
어떻게 해서 1300년 동안 수많은 마음의 짐을 가만히 풀어 주었는지
그 옛 이야기를 천천히 들려 드리겠습니다.

육조 단경이라는 경전이 있습니다. 법우님들께서 이름은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부처님 말씀이 아니면서. 경이라는 이름이 붙은 동아시아 선종의 가장 오래된 보배입니다.
그 안에는 한 분의 큰 스님 일대기와 그분이 평생 펴신 가르침이 두루 담겨 있습니다.
그분이 바로 육조 혜능대사이십니다.

1300년 전 중국 남쪽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신 한 분의 가난한 나무꾼이 어떻게 동아시아 선의 시조가 되셨는지 그 옛 이야기를 한 자락 풀어드리겠습니다. 해능대사는 본래 그를 모르셨습니다.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늙으신 어머니를 모시며 나무를 해다 파는 것으로 살림을 이어가셨습니다. 어느 날 장터에서 한 손님이 외능경 한 구절을 듣고 그 한 줄의 마음이 환해지셨습니다. 그 한 구절이 무엇이었는가 하면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는 금강경의 한 자락이었습니다. 글을 모르시던 분이 그 한 줄을 귀로 듣고 가슴이 열리신 것입니다. 어부님들 이 대목이 참 깊습니다. 깨달음의 자리는 그레 많고 접음에 매여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지요. 그 길로 해능대사는 늙으신 어머니의 살림을 동네 어른께 맡기시고 천리 길을 걸어 오조 홍인대사를 찾아가셨습니다. 조조홍인대사는 그 당시 황매산이라는 곳에서 1700명이 넘는 제자들을 가르치고 계셨습니다. 학식 높고 수행 깊은 큰 스님들이 사방에서 모여드는 큰 도량이었습니다. 봉인대사는 한 눈에 해늠을 알아보셨습니다. 그러나 겉으로는 매우 무뚝뚝하게 배하셨습니다. 글도 모르는 남쪽 시골 사람이 무슨 깨달음을 구하느냐 일부러 그렇게 박쥐하시네요. 방앗간으로 보내셨습니다. 해능대사는 그 방앗간에서 무려 8달 동안 허리에 돌을 매달고 발로 디뎌 쌀을 찢는 일만 하셨습니다. 검문 한 줄 들으신 일이 없습니다. 그저 묵묵히 쌀을 지으셨습니다. 법우님들 잠시 그 모습을 가만히 그려보십시오.
글도 모르는 한 사람이 큰 도량 한 구석에서 여덟 달을 살만 찧고 있는 모습
누가 보아도 깨달음과는 가장 먼 자리에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 자리가 가장 깊은 자리였습니다.
왜냐하면 그분의 마음에는 언제든 한 물건이 따로 없으셨기 때문입니다.
그 일도 학식도 명예도 자라 말 그 무엇도 없었기에

그 마음은 본래 그대로의 청정함이었습니다.

자 이제 그 유명한 게송 대결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너무 어렵게 들으실 것 없습니다.
옛 이야기 한 자락 들으신다 여기고 가만히 따라오시면 됩니다.
어느 날 오조 홍인 대사께서
700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들 각자 자기 마음의 깨달은 바를 계속 한수로 지어 가져오라.
가장 깊은 자리를 본 자에게 법을 전하리라.
큰 스님께서 직접 후계자를 정하시겠다는 말씀이셨으니
도량 전체가 술렁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개솜을 지어 올리겠다고 나선 이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도량의 가장 큰 학자. 가장 존경받는 어른이신 신수대사가 계셨기 때문입니다.
모두들 신수대사께서 후계자가 되시는 것은 정해진 일이라 여기고 감히 나서지 못한 것입니다.
그날 밤 신수대사께서 게송을 지어 도량 복도 벽에 써두셨습니다.
그 게송이 이러합니다.

신시보리수
심여명경대
시시근불식
울사야지네.

한국어로 풀어드리겠습니다.

몸은 깨달음의 보리수나무야.
마음은 밝은 거울을 얹은 받침대라.
때때로 부지런히 닦아서
티끌이 잃지 않게 하라.

법우님들 이 게송이 어떻게 들리십니까? 참으로 좋은 말씀입니다.

부지런히 닦으라.
마음 거울에 티끌이 앉지 않도록 늘 깨끗이 가꾸어라.
이 얼마나 옳고 또 정성스러운 가르침입니까?
신수대사께서는 평생을 이 자리에서 부지런히 닦으신 분이셨습니다.
그 정직함 그 성실함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깊은 자리였습니다.

오조 홍인 대사께서도 이 개송을 보시고는 제자들 앞에서 칭찬하셨습니다.

이 게송대로만 닦아도 악도에 떨어지지 않으리라
큰 이익이 있으리라

하셨습니다.
그러나 마음이 완전하게 아는 데는
아직 한 걸음이 더 남았음을 아셨습니다.
그래서 따로 신수대사를 부르시어
다시 한번 지어보라
권하셨습니다.
바로 그날 방앗간에서 쌀을 찧던
혜능 대사께서도 이 소식을 들으셨습니다. 그를 모르시는 분이라 곁에 있던 한 동자에게 그 개송을 읽어 달라. 청하셨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들으신 뒤 한 자락을 답으로 지으셨습니다.
글을 모르시니 곁에 사람에게 부탁하여 같은 벽에 그 게송을 써두게 하셨습니다.
자 이제 그 한 자각을 들어 보십시오.
1300년 동안 한 줄로 마음을 환히 비춰온 그 게송입니다.

보리본무수
명경력비대
본래 무일물
사처 야지네.

한국어로 풀면 이러합니다.

깨달음에는 본래 나무가 없고
밝은 거울에도 본래 받침대가 없네.
원래 한 물건도 없는데
어느 자리에 티끌이 앉으리요?

법우님들 이 한 자락이 어떻게 들어오십니까?
너무 어려우시면 마지막 한 줄만 가만히 마음에 두십시오.
원래 한 물건도 없는데 어디에 티끌이 묻겠는가?
이 다섯자만 마음 한 자락에 얹어두시면
오늘 밤 잠자리가 한결 가벼우실 것입니다.

이 두 게송을 잠시 나란히 놓고보겠습니다.
신수 대사께서는

마음을 거울에 비유하시고
부지런히 닦아 기끌을 없애라

하셨습니다. 혜능대사께서는

그 거울 자체가 원래 받침대가 없으니
한 물건도 없는 자리에는 티끌이 앉을 자리조차 없다

하셨습니다.

같은 자리를 바라보시되
한 분은 닦는 쪽에서 보시고
한 분은 본래 비어 있는 자리에서
보신 것입니다.
신수대사의 자리도 옳은 길이고 혜능대사의 자리도 옳은 길입니다.

다만 혜능대사께서
본래의 자리 본디부터 비어 있어
닦을 것이 따로 없는 그 자리를
한 줄로 곧장 가리키셨기에

오조 홍인 대사께서 그날 밤 가만히 혜능을 부르시어 가사와 법을 전하셨습니다.

본래 무일물
이 다섯자를
다시 한번 천천히 풀어드리겠습니다.
볼래라 함은
본디부터 처음부터라는 말씀입니다.
무일물이라 함은 한 물건도 없다는 말씀입니다.

합치면 본디부터 한 물건도 없다.

이런 뜻이 됩니다.
여기서 한 물건이라 함은
무슨 큰 짐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에 얹혀있는
그 무엇이든 다 한 물건입니다.
후회 한 자락도 한 물건이요.
미움 한 자락도 한 물건이요.
사랑 한 자락도 한 물건입니다.
그 모든 것이 본디부터 자리가 없다는 말씀이
본래 무일물입니다.

자 그러면 여기서 한 분 버부님께서 이렇게 여쭈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승인 그러면 닫지 말라는 뜻입니까? 아무것도 하지 말고 누워만 있으라는 뜻입니까? 참 좋은 의문이십니다. 다른 분들도 같은 마음에 드셨다면 같이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원래 무이물이라는 말씀은 결코 게으르라는 뜻이 아닙니다. 닦지 말라는 뜻도 아닙니다. 다만 무엇을 더 보태고 더 쌓고 더 끌어모아서 깨달음을 사오려는 그 마음을 가만히 내려놓으라는 말씀입니다. 본래 자리에 그대로 머무르시라는 말씀입니다. 옛 어른의 말씀 가운데 부함이 있으면 다 괴로움이요. 부함이 없으면 그대로 편안함이라는 한 자락이 있습니다. 고대 무유물의 자리는 바로 그 구함 없는 자리입니다. 무언가를 더 닦아서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그 부담을 가만히 내려놓는 자리입니다. 본래 그대로의 마음 그 자리에 가만히 머무르시는 일 그것이 곧 가장 깊은 다툼입니다. 비유 하나 틀어드리겠습니다. 한여름 푸른 하늘을 한번 그려보십시오. 그 하늘에는 본래 아무것도 매달려 있지 않습니다. 구름이 흘러가도 하늘은 구름이 아닙니다. 비가 내려도 하늘은 비가 아닙니다. 새가 날아도 하늘은 새가 아닙니다. 하늘은 본래 그대로 비어 있어 무엇이 지나가도 자국이 남지 않습니다. 우리 마음의 본래 자리가 꼭 그러합니다. 왜가 지나가도 본래 자리에는 자국이 없습니다. 미움이 지나가도 본래 자리에는 흔적이 없습니다. 또 한 가지 비유를 들어 드리겠습니다. 늦가을 잎이 다 떨어진 빈 가지를 가만히 그려보십시오. 봄에는 잎이 가득했고 여름에는 그늘을 드리웠고 가을에는 단풍이 빛났습니다. 그러나 그 모두가 지나가고 나면 가지는 본래의 가지 그대로 남습니다.
잎이 있을 때도 가지요. 잎이 없을 때도 가지입니다.
우리 마음도 그러합니다.
평생 모은 일들이 다 지나가고
본래의 마음자리는 그대로 그 자리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들어 드리겠습니다.
종일 짐을 짊어지고 들길을 걷던 사람이 저녁 무렵 마루의 짐을 가만히 내려놓는 그 한순간을 떠올려 보십시오.
짐을 내려놓는다고 해서
마루가 어디 가는 것이 아닙니다.
마루는 본래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다만 짐을 내려놓을 때
그 자리가 비로소 드러나는 것입니다.
우리 마음도 본래 이 자리에 있었습니다.

평생 짊어진 짐을 가만히 내려놓을 때
본래 자리가 비로소 드러납니다.

자 그러면 이제 오조 홍인대사 이야기를 잠시 더 들려 드리겠습니다.
오조홍인 대사라 하면 중국 선종의 5번째 조사이시고. 4조 도신 대사의 법을 이어받으시고
황매산 동산사에 도량을 여시고
도를 구하고 일구어내신 어른이셨다.
그 도량의 가풍은 글 공부와 좌선이 함께 함께 가는 자리였으니
학식 깊은 신수대사 같은 어른이 으뜸 제자로 계신 까닭도 거기 있습니다.
그러나 홍인대사의 안목은 학식의 깊고 얕음에 매여 있지 않으셨습니다.

혜능대사의 게송을 보신 그날 밤 홍인대사께서는 다른 제자들이 모를 시간에 가만히 방앗간으로 가셨습니다.
그리고는 짚은 지팡이로 방아의 받침을 세 번 두드리시고 돌아가셨습니다.
해능 대사께서는 그 뜻을 알아채시고
그날 밤 상경에 홍인대사의 방으로 가셨습니다.
삼방총을 이르는 말입니다.
홍인대사께서는 그 자리에서 혜능에게 다시 한 번 금강경을 풀어주셨습니다.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

그 한 자락이 다시 풀려나오자
혜능 대사는 크게 깨치셨습니다.

그러고는 홍인대사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어찌 자성이 몰래 청정함을 알았으며
어찌 자성이 본래 생기고 사라지지 않음을 알았으며
어찌 자성이 본래 모자람이 없음을 알았으리

하셨습니다. 법우님들 이 말씀이 어떻게 들리십니까? 우리 마음의 본래 자리는 본래 깨끗하고 본래 생겨나거나 사라지지 않으며 본래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다는 말씀입니다. 평생 모자라다고 여기시며 더 채우려 애쓰셨던 그 무게가 사실은 원래 모자란 것이 없었다는 그 한마디로 가만히 풀려 나갑니다. 공인대사께서는 그날 밤 가사와 발우를 해능에게 전하시고 곧장 남쪽으로 떠나라 이어지셨습니다. 시세 많은 마음들이 귀를 쫓을 것이니 한동안 숨어 지내며 인연이 물을 익을 때를 기다리라 하셨습니다. 개능대사는 그 길로 남쪽으로 숨어 들어가시어 무려 15년을 사냥꾼들과 함께 산 속에서 사셨습니다. 그 15년 동안에도 그분의 마음 한자락에는 먼저 둔 한 물건이 없으셨습니다. 어부님들 잠시 호흡을 한번 가만히 가다듬어 보십시오. 복고풍 천천히 들이쉬시고 다시 천천히 내쉬십시오. 오늘 밤은 이 한 자락만 가만히 마음에 두십시오. 원래 한 물건도 없다. 평생 짊어지신 그 모습 모든 무게 구애도 미움도 걱정도 온기부터 자리가 없었다는 그 한마디 다 이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저 한자랑 따뜻한 옛 이야기 들으신 여기시면 충분합니다. 자 이제 이 본래 자리의 가르침이 위의 평생 짊어진 짐 위에 어떻게 가만히 내려앉는지 그 이야기를 다음 자락에서 좀 더 깊이 풀어드리겠습니다. 부모님들 이제 두 번째 자리로 가만히 옮겨 앉으시겠습니다. 첫 번째 자리에서는 육조 해능대사의 개송한 줄 몰래 한 물건도 없다는 그 말씀의 자리를 함께 더듬어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그 말씀이 어떻게 법원님의 평생 어깨로 내려와 그동안 짊어지신 마음의 짐을 가만히 풀어드리는지를 천천히 살펴드리겠습니다. 두 분 그저 길게 한번 내쉬시면 됩니다. 들이쉬는 것은 몸이 알아서 합니다. 고부님들께서 일생 지고 오신 짐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입니다. 어떤 분께는 오래된 후회가 어깨 위에 얹혀 있을 것이고 또 어떤 분께는 끝내 풀지 못한 미움 한 자락이 가슴에 박혀 있을 것입니다. 자식 걱정이 머리 위에 무겁게 얹혀 있는 분도 계실 것이고 먼저 가신 분에 대한 그리움이 갈비뼈 사이에 잠겨 있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다 이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저 그래 내 짐이 이만큼이구나 하고 한번 헤아려 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여기서 혜능대사께서 단 한 줄로 이뤄주신 자리가 바로 그 진리일 그대로 얹힙니다.
본래 한 물건도 없다.
그 말씀은 법우님께서 지금 짊어지신 그 원래는 머물 자리가 없다는 안심입니다.

짐이 가짜라는 뜻이 아닙니다.
짐이 무거운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그 짐이 본래부터 어떤 자리에 못 박힌 듯 막혀 있는 것이 아니라
인연 따라 잠시 얹혔다가
인연 따라 가만히 흘러가는 자리에 놓여 있을 뿐

이라는 것입니다.
못 박힌 짐이 아니라 잠시 얹힌 짐
이 한 차이가 잠자리의 무게를 다르게 만듭니다.
이 자리를 부처님께서는 금강경에서 한 번 더 친절하게 이어주셨습니다.
금강경의 열 번째 장엄 정토군에서 부처님께서는 수보리 존자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
응당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

는 뜻입니다.
어디에도 못을 박지. 말고 어디에도 줄은 지 말고 그저 마음을 내라는 말씀입니다.

평생 짊어지신 짐은 결국 어딘가에 마음의 못을 깊이 박아두어 두었기 때문에 무거워진 것입니다.
미움이라는 못 후회라는 못 걱정이라는 못 그 못이 박혀 있는 동안은
짐이 흘러가지 못합니다.

부처님의 그 말씀은 못을 때라는 고통이 아니라
본래 박을 자리가 없다는 관점입니다.

마음이라는 자리가 본래 허공 같아서 못이 들어갈 단단한 살이 없다

는 것을 이어 주시는 것입니다.
혜능대사의

본래 한 물건도 없다

는 말씀과 금강경에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

는 말씀은
두 분께서 두 곳에서 같은 한 자리를 가리키고 계신 것입니다.
두 분이 두 손가락으로 같은 너를 가리키시니
법우님들께서는 손가락을 보지 마시고
그 달의 환한 자리에 가만히 기대시면 됩니다.
손가락은 잠시 가리키는 것이고
다른 본래 그 자리에 있던 것입니다.
어느 손가락에도 기대지 않는 그 달의 자리가
본래 한 물건도 없는 자리입니다.
여기서 한 자락 더 보태 드리겠습니다.
3조승찬 대사의 신신녕이라는
짧고 깊은 글의 첫 줄에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다.
어렵지 않다는 그 한마디가 평생 무엇이든 어렵게만 짊어오신 법우님들의 어깨를 가만히 풀어 드립니다.
어렵게 닦아야 풀리는 짐이 아닙니다.
어렵게 따져야 풀리는 해독도 아닙니다. 몰래 자리가 없는 것에
자리를 만들어두고
무겁다 무겁다 하셨던
그 한 꿈을 가만히 놓아 보시는 것으로 시작이 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역사를 조용히 읽어 드리겠습니다.
마음의 짐은 더 닦으려고 애쓰실수록 도리어 무거워집니다.
이 미움을 어떻게든 닦아 없애야지
하시는 그 마음이
미움이라는 못을
한 번 더 깊이 박습니다.
이 후회를 반드시 지워야지 하시는 그 다짐이 후회다.
또 한 겹의 후회를 덧칠합니다.
닦으려는 손길이 도리어 먼지를 다시 일으키는 일 법우님들께서도 이 평생 여러 번 겪어 보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혜능대사께서 일러주신 자리는
닦는 자리가 아닙니다.

원래 닦을 것이 없다는 자리입니다.

닦지 말라는 게으름이 아니라
구하지 않고
본래 자리에 가만히 머무르시라
는 깊은 권유입니다.

더하지 않을 때 본래의 청정함이 드러나고 잡지 않을 때 본래의 가벼움이 드러납니다.

꽉 쥐고 있던 주먹을 가만히 펴는
그 한 순간을 떠올려 보십시오.
누군가 손을 억지로 펴려지는 게 아닙니다. 그저 손가락의 힘을 한 번 떼시는 것 뿐 입니다.
원래 한 물건도 없다는 자리도
꼭 그와 같습니다.
지금부터는 법우님께서 이 자리에 가만히 기대실 때
몸과 마음에 어떤 변화가 차례로 찾아오는지
네 가지로 천천히 짚어 드리겠습니다.

첫째 가슴 한가운데에 얹혀 있던 무거운 돌이 한 모서리부터 가벼워집니다.
그동안 미움이나 후회 한 자락이 확 박혀 있던 자리에
본래 자리가 없다는 한 호흡이 스며들면
돌은 부서지지 않더라도
그 무게가 절반쯤 사라집니다.

둘째 자꾸 떠오르던 옛 생각이 잦아듭니다. 떠오르는 일을 막으시는 것이 아니라 떠올라도 머물 자리가 없으니
잠시 지나가는 구름처럼 가만히 흘러갑니다.

셋째 어깨와 목이 슬며시 풀립니다.
마음의 못이 빠지면
몸의 근육도 함께 풀리니
본디 마음과 몸이 한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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