方(모 방)자 속의 뜻.
사람들은 자신의 성장 배경이 된 환경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해 같은 것을 보고도 각기 다
른 주장을 하게 되는데, 아마 그래서 같은 한자 모양을 보고도 여러 가지 학설이 생겼을 것
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학계에서는 이미 기존에 누군가가 주장하지 않은 새로운 학설을 주
장하는데는 여러 가지 이유로 주저하게 되어 한자(漢字), 특히 부수에 관한 새로운 주장은
거의 없고 중국이나 일본 학자의 연구 자료만 인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새로운 주장을 하려면 심도있고 다양한 조사와 타당한 자료를 제시해야겠지만, 옛 고
문의 모양이 너무 간단하거나, 지금은 사라진 형태의 도구이거나, 옛 자료가 없는 경우도 많
아 살펴보기 어려운데, 이때에는 조금 위험하겠지만 지금 쓰이고 있는 한자들을 모아 일관
성있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아래에 다음과 같이 방(方)자의 기존 학설들을 살펴본다.
方(방)은 나란히 연결한 배를 뜻한다. 배 두 척을 나란히 연결한 모양에서 뱃머리를 생략
한 형태를 그린 것이다. 무릇 方부에 속하는 글자들은 모두 方을 의미부분으로 삼는다. 汸은
方의 혹체자(或體字)로 水(수)를 더하였다.
‘方(방)’자는 갑골문, 금문 그리고 소전이 비슷하지만 아직 정설이 없다.
서중서(徐中舒)는 ‘쟁기(耒(뢰))’를 그린 것이라고 하였고,(≪갑골문자전(甲骨文字典)≫) 장
훤(張暄,≪문자형의원류변석전(文字形義源流辨釋典)≫)과 고홍진(高鴻縉,≪중국자례(中國字
例)≫)은 ‘方’은 옆으로 서 있는 사람의 목 부분에 ‘―’ 또는 ‘ ’ 등이 걸쳐져 있는 형태로
서 ‘옆모습을 고정시킨다’는 뜻을 나타내므로 ‘旁(방)’자의 초문(初文)이라고 하였다.1)
기타 섭옥삼(葉玉森)은 시렁에 걸쳐있는 칼,≪갑골문자집석(甲骨文字集釋)≫ 위건공(魏建
功)은 ‘병기와 병기를 세워두는 도구’(≪금문힐림(金文詰林)≫)로 보기도 하였고, ‘강은(康殷)’
은 ≪문저원류천설(文字源流淺說)≫에서 “ ‘方(방)’은 (사람) 목 부분에 칼( )이 있는 모습
으로 은나라 사람들은 기타 부족 즉 ‘이방인’을 ‘방’이라 일컬었다”2)하였는데, 강은(康殷)의
설은 참고할 만하다.
위에서 서중서(徐中舒)의 말대로 방(方)이 ‘쟁기’ 모양이라면, 글자의 두 끝이 가지런한 耒
(뢰)의 은상금문( · ) 서주금문( · ) 소전( ) 모양을 간과한 것이며, 고홍진(高鴻
縉)의 설은 주변 사방의 이민족을 말하므로 강은(康殷)의 이방인 설과 일맥상통한다고 볼수
있으나, 섭옥삼(葉玉森)은 시렁에 걸쳐있는 ‘칼’의 설은 모양만 보면 그렇대 해도 方(방)자의
활용면에서 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중국이 통일 이 되기전에는, 사방이 넓고 이민족의 침입이 많았던 관계로 자기 부족이 아
닌 수상한 사람이 자기 구역에 오면 목에 칼을 씌워두고 조사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방인
이더라도 여자에게는 목에 칼을 씌우지 않았다 한다.
‘方(방)’이 부수로 쓰인 예는 ‘㫃(깃발 언)’과 관계있는 글자들이 대부분인데, 이는 ‘㫃(언)’
의 갑골문( · ) 금문( · ) 소전( ) 모양인 깃발 모양인 까닭이다. 이 때문에 지금도
일부 학자 들 중에는 方(방)은 깃발 모양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方(모 방)부의 글자들을 보변 방(方) 외에 까마귀 형상인 於(어조사 어)를 제외하면
상용한자 1800자에 쓰이는 한자 施(베풀 시)·旅(나그네 려)·旋(돌 선)·族(겨레 족)·旗(기 기)
등은 깃발과 관계가 있다.
‘方(방)’은 다른 부수와 만나 음(音)을 돕는데 쓰이며, ‘강은’의 말대로 ‘이방인’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이는데, 방(方)이 음으로 쓰이는 경우를 글자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이방인(方)’을 막기 위한 ‘언덕(阝)’인 防(막을 방), 칼을 씌워 잡아둔 이방인(方)을 잘 다스
려(攵) 놓아주던 放(놓을 방), 여자(女) 이방인(方)에게는 형틀인 ‘칼’을 씌우기를 꺼리던 데
서 ‘妨(꺼릴/방해할 방)’ 이방인(方)이 낮선 곳에서 말(言)로 묻는 ‘訪(찾을 방)’ 등이 그 예라
하겠다.
이로 보면 方(방)은 원시사회에서 자기들 무리와 다른 다른 무리들의 침략이 두려워 이방
인을 보면 남자는 목에 형틀인 칼을 씌웠거나, 전쟁에서 잡아온 남자들의 목에 칼을 씌웠다
가 풀어주거나 노예로 삼았던데서 비롯된 글자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한자 부수의 훈·음을 설명한 책들을 보면, ≪한자부수 214≫에는 ‘아우른 배
방’라 하고, ≪漢韓大辭典(한한대사전)≫에는 ‘두 배를 하나로 합칠 방, 대로 엮어 만든 뗏목
방’이라 하여 설문해자의 설을 따르고, ≪논어로 배우는 한자≫는 ‘방향 방’, ≪조각조각 한
자 뜯어보기≫는 ‘사방 방’, ≪꼬불꼬불 한자≫는 ‘사방 방·방법 방’이라 하여 方(방)의 가차
된 뜻을 따라 쓰고 있어 책마다 다른 훈음을 쓰고 있다. 기타 ‘모’를 대표 훈으로 기록한 책
들도 많이 볼 수 있다.
기타 부수 글자 중에 이방인과 비슷한 노예나 죄인을 뜻하는 글자들을 보면, 죄인의 머리
에 묵형을 가하던 辛(매울 신), 잡혀온 죄인이 주인을 올려다 보는 형상인 臣(신하 신)이 있
고, 노예로 잡혀온 女(계집 녀) 등이 있다.
‘方(방)’이 ‘네모’·‘방법(方法)’ 등의 뜻으로 쓰인 것은 가차의(假借義)이고, ‘사방(四方)’ 등
과 같이 숫자 4와 관계 있는 뜻으로 쓰이는 것은 ‘네모’라는 뜻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이다.3)
위의 내용과 다른 설이나 다른 주장이 있거나, 혹 공감을 하시, 언제든지 필자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도록 질책과 격려해 주시길 바랍니다.
3) ≪설문 한자 창≫, 앞의 책. p.1001.
위의 내용은 한글 +한자문화 원간지 6월호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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