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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작성자진웅용|작성시간20.04.20|조회수262 목록 댓글 0

2층 술집에서 뛰어내려서 머리가 깨지는 바람에 수술을 받았던 학생... 삭발을 해서 모자를 쓰고 수업에 들어올 수 밖에 없었던 학생... 그걸 모르고 건방지다고 벗으라고 했던 선생님이 장차 시인이 된 그 학생의 시집에 해설을 써 준다. 그 학생이 장석남이고 그 시집이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이다.

 

장석남의 고향은 서해의 덕적도란 섬이란다. 섬에서 나고 자란 이력이 있어 그런지 배를 밀고 매는 시가 등장한다.

 

사랑은 참 부드럽게도 떠나지 / 뵈지도 않는 길을 부드럽게도 // 배를 한껏 세게 밀어내듯이 슬픔도 / 그렇게 밀어내는 것이지 // 배가 나가고 남은 빈 물 위의 흉터 / 잠시 머물다 가라앉고 // 그런데 오, 내 안으로 들어오는 배여 / 아무 소리 없이 밀려 들어오는 배여 (배를 밀며 )”

 

중요한 건 순서다. 배를 미는 게 먼저고 매는 게 나중이다. 이 순서가 바뀌면 절망과 희망이 바뀐다.

 

사랑은, // 호젓한 부둣가에 우연히, // 별 그럴 일도 없으면서 넋놓고 앉았다가 // 배가 들어와 // 던져지는 밧줄을 받는 것 // 그래서 어찌할 수 없이 // 배를 매게 되는 것 (배를 매며 )”

 

시인은 일반적인 것을 거꾸로 보는 눈을 가지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잘못 보는 것이지만 이상적으로는 잘 보는 것이다.

 

가장 낮은 자가 가장 깊이 / 가장 가벼운 자가 가장 높이 (1 - 흘러감 )”

 

水墨(수묵) 정원이란 이름으로 9개의 연작시가 있는데 그중 9번짐이 제목에 가장 어울리는 작품이다.

 

번짐, /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 여름이 되고 / 너는 내게로 /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水墨 정원 9 - 번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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