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문(鰐魚文)-한유(韓愈)
昔先王旣有天下(석선왕기유천하) :
날 선왕께서는 천하를 다스림에 있어서,
列山澤(열산택) :
옛산과 연못을 벌려놓고 살피시어
罔繩擉刃(망승착인) :
그물과 얼개미와 작살과 칼로
以除蟲蛇惡物爲民害者(이제충사악물위민해자) :
벌레와 뱀과 같은 백성들에게 해를 끼치는 악한 물건들을 없이하고,
驅而出之四海之外(구이출지사해지외) :
그것들을 이 세상 밖으로 몰아내었었다.
及後王德薄(급후왕덕박) :
후세의 임금에 이르러서는 덕이 엷어져서
不能遠有(불능원유) :
멀리까지 통치하는 수가 없었으니,
則江漢之間(칙강한지간) :
곧 강수와 한수 지방조차도
尙皆棄之(상개기지) :
모두 버려두어
以與蠻夷楚越(이여만이초월) :
오랑캐들과 초나라 월나라에게 주었는데,
況潮嶺海之間(황조령해지간) :
하물며 조주는 영남 바다 사이에 있고
去京師萬里哉(거경사만리재) :
장안으로부터 만리나 떨어졌으니 어떠하였겠는가?
鰐魚之涵淹卵育於此亦固其所(악어지함엄난육어차역고기소) :
악어들이 여기에 잠복하여 알 낳고 새끼를 기르는 것은 정말로 적당한 장소라 할 것이다.
今天子嗣唐位(금천자사당위) :
지금 천자께서는 당나라 제위를 계승하시어
神聖慈武(신성자무) :
신령스럽고 성인다우시며 자애롭고 용맹스러우시니,
四海之外(사해지외) :
온 세상 밖과
六合之內(육합지내) :
온 천하를
皆撫而有之(개무이유지) :
모두 달래어 잘 다스리고 계시다.
況禹跡所揜揚州之近地(황우적소엄양주지근지) :
하물며 우의 발자국이 덮였었던 양주에 가까운 고장이며,
刺史縣令之所治(자사현령지소치) :
자사와 현령이 다스리는 곳으로써
出貢賦以供天地宗廟百神之祀之壤者(출공부이공천지종묘백신지사지양자재) :
공물과 세금을 바치어 하늘과 땅의 신과 종묘와 온갖 신들을 제사지내도록 하는 땅이야 잘 다스리지 않겠는가?
鰐魚其不可與刺史(악어기불가여자사) :
악어는 자사와 함께
雜處此土也(잡처차토야) :
이 땅에 섞여 지낼 수가 없는 것이다.
刺史受天子命(자사수천자명) :
자사는 천자의 명을 받들어
守此土(수차토) :
이 땅을 지키고
治此民(치차민) :
이 곳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이다.
而鰐魚睅然不安溪(이악어환연불안계담) :
그런데 악어가 눈을 부릅뜨고 계곡과 호수를 불안하게 하며
據食民畜熊豕鹿麞(거식민축웅시록장) :
그 곳을 근거로 백성들의 가축과 곰․멧돼지․사슴․노루를 잡아먹고
以肥其身(이비기신) :
그의 몸을 살찌우고
以種其子孫(이종기자손) :
그의 자손을 불리면서,
與刺史亢拒(여자사항거) :
자사에게 항거하며
爭爲長雄(쟁위장웅) :
우두머리 자리를 다투고 있다.
刺史雖駑弱(자사수노약) :
자사가 비록 우둔하고 약하다 하더라도
亦安肯爲鰐魚低首下心(역안긍위악어저수하심) :
또한 어찌 악어에게 머리를 숙이고 기가 죽어서
伈伈睍睍(심심현현) :
두려워하며 가는 눈으로 바라보기만 하면서,
爲民吏羞(위민리수) :
백성들의 관장이 되어서
以偸活於此邪(이투활어차사) :
여기에 구차히 살아가려 하겠는가?
且承天子命(차승천자명) :
또한 천자의 명을 받들어
以來爲吏(이래위리) :
이 곳 관장으로 부임해 온 것이니,
固其勢不得不與鰐魚辨(고기세부득불여악어변) :
진실로 그 형세가 악어에게 분별을 지어주지 않을 수가 없게 되어있는 것이다.
鰐魚有知(악어유지) :
악어도 지각이 있다면
其聽刺史言(기청자사언) :
자사의 말을 잘 듣도록 하라.
潮之州大海在其南(조지주대해재기남) :
조주는 남쪽에 큰 바다가 있어서
鯨鵬之大(경붕지대) :
고래나 붕새 같은 큰 물건과
蝦蟹之細(하해지세) :
새우나 게 같은 미세한 물건들도
無不容歸(무불용귀) :
모두 받아들여
以生以養(이생이양) :
의지하여 살게 함으로써 그들이 살아가고 새끼를 기르게 하고 있다.
鰐魚朝發而夕至也(악어조발이석지야) :
그런데 악어가 거기에서 아침에 출발하여 저녁에는 조주로 오고 있다.
今與鰐魚約(금여악어약) :
지금 악어에게 엄명하노니,
盡三日(진삼일) :
삼 일이 다하지 전에
其率醜類(기솔추류) :
추악한 너의 무리를 이끌고
南徙于海(남사우해) :
남쪽 바다로 옮겨가서
以避天子之命吏(이피천자지명리) :
천자의 명을 받은 관리를 피하도록 하라
三日不能(삼일불능) :
삼 일 안에 못하겠다면
至五日(지오일) :
오 일이 되도록 참아주마.
五日不能(오일불능) :
오 일 안에 못하겠다면
至七日(지칠일) :
칠 일까지는 참아주마.
七日不能(칠일불능) :
그러나 칠 일 안에도 못하겠다면
是終不肯徙也(시종불긍사야) :
이는 끝내 옮겨가려들지 않는 것이며,
是不有刺史(시불유자사) :
이는 자사를 무시하고
聽從其言也(청종기언야) :
그의 말을 따르지 않으려는 것이다.
不然則是鰐魚冥頑不靈(불연칙시악어명완불영) :
그렇지 않다면 곧 악어가 어리석고 완고하며 신령스럽지 못하여
刺史雖有言(자사수유언) :
자사가 비록 말한다 하더라도
不聞不知也(불문불지야) :
듣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것이다.
夫傲天子之命吏(부오천자지명이) :
어떻든 천자의 명을 받은 관리에게 오만히 굴며
不聽其言(불청기언) :
그의 말을 듣지 않고
不徙以避之(불사이피지) :
옮겨 피해가지 않으며,
與冥頑不靈(여명완불영) :
우매하고 완고하며 신령스럽지 못해서
而爲民物害者(이위민물해자) :
백성들과 만물에 해를 끼치는 것들은
皆可殺(개가살) :
모두 죽임이 옳도다.
刺史則選材技吏民(자사칙선재기리민) :
자사는 곧 재능이 있는 관리와 백성들을 골라
操强弓毒矢(조강궁독시) :
억센 활과 독화살로써
以與鰐魚從事(이여악어종사) :
악어를 공격하여
必盡殺乃止(필진살내지) :
반드시 모두 죽여버리고야 말 것이니,
其無悔(기무회) :
후회하는 일 없도록 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