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들이 펼치는 군무는 장관이다. 그 모습에 흠뻑 취해 넋을 놓기도 한다.
사시사철 무수히 많은 철새들이 무리 지어 날아오르는 군무(群舞)를 느낄 수 있는 작품세계가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철새 군무를 30년 넘게 창작해 오고 있는 70대 원로 서양화가 정의부 화백.
그는 새들의 자유로운 날개짓에 취했나보다.
새처럼 날고 싶었는지 모ㅡ르겠다.
정의부 화백의 ´새들의 노래´ 시리즈는 낙조, 강, 바다, 산골마을, 섬 등 다양한 배경으로 수많은 철새들의 힘찬 날갯짓을 표현해 세월의 무상함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화가의 길에 들어선 이후 언제 한번도 붓을 놓지 않았다는 정의부 화백. 그는 늘 그림에 감사하는 마음과 작품을 완성하는데 열정을 쏟은 시간으로 행복했다고 한다.
젊은 시절 증권사 직원으로 잘 살다가 갑자기 그림을 그리는 쪽으로 삶의 방향을 바꾼 그는 어느 날 배가 고파서 만두집 주인에게 사정해 그가 스케치한 작품과 바꿔 먹었다고 한다.
만두집 주인이 그가 준 스케치 작품에 만두를 싸서 주는 것을 보고 `나는 어디로 갈 것인가' 고민했던 추억이 있다고.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팔순이 가까워도 길잃은 방랑자 같았지만 붓을 잡고 창작에 매진한다.
어릴 때 학교 미술점수가 잘해야 `미' 정도였고, 미술숙제는 큰 고역이어서 소질이 없는 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이웃에 사는 미술반 반장 집에 놀러 갔다가 흉내만 내곤 했던 게 평생 그의 길이 되었다.
문학도였던 그가 여러 고충을 겪으면서 홍익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어느 누구도 해내지 못한 나만의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내자!'라는 신념과 열정이 훗날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그의 그림 주인공인 철새는 미지의 세계이자 오염되지 않은 순수의 세계가 되었고, 그 속에서 고향과 파라다이스를 찾으며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폈다.
철새가 단순화된 형체와 색채로 정리되고, 새로운 꿈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 `정의부의 그림세계는 새들의 공간'이 되었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다른 세상에 빠져들게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림 속 철새들은 하늘과 땅을 이어주기도 하고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장면에선 뛰어난 색감으로 따스하고 서정적인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새였는지 모른다. 창공을 유유히 나르는 새 한마리. 그는 새한마리 둘 셋 100, 1,000, 10,000마리 새를 그리고 그 새의 일원이 되어 하늘을 소요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