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진달래詩선

안경 / 유홍준

작성자씨알|작성시간26.06.13|조회수11 목록 댓글 0

안경 / 유홍준

이런,

너는 두 다리를

귀에다 걸치고 있구나 아직

한 번도 어디를 걸어가 본 적이 없는 다리여

그러나 가야 할 곳의 풍경을 다 알아서 지겨운 다리여

그렇구나 눈(目)의 발은

귀에다 걸치는 것

깊고 어두운 네 귓속

귀머거리 벌레 한 마리가

발이란 발을 모두 끌어모으고 웅크리고 있구나

눈에서 귀로 발을 걸치는, 보고 듣는다는 것의 고역이여

얼마나 허우적거렸기에 너는

눈에서 귀로 발을 걸치는 법을 배웠을까

콧등 훌쩍이는 이 터무니 없는 생각들

콧등 아래로 자꾸만 흘러내리는

이 형편 없는 나의

眼目들

- 유홍준,『喪家에 모인 구두들』(실천문학사, 2004)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