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론 / 조재도
죽은 어머니를 고추밭에 묻었다
한 길 땅 속 허공에 반듯이 누워
분해되어 가는 어머니
푸른 햇살 되퉁기는 풋고추에 몸을 실어
올여름 우리에게 싱싱하게 오신다
생명은 이렇게 한 치 건너 두 치
보이지 않는 길 따라
목숨을 싸고 돈다
고추에 된장 듬뿍 찍어
와삭, 어머니를 먹는다
어머니 살을 먹는다
어머니를 움켜쥐고 있는 흙의 손을 먹는다
얼얼하구나, 오냐, 살 수 있겠다
- 조재도,『좋은 날에 우는 사람』(도서출판 애지,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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