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사 색[思 索]

【청성잡기(靑城雜記)】제3권 / 성언(醒言) 31. 〔새들의 목소리 경연〕

작성자씨알|작성시간26.06.10|조회수8 목록 댓글 0

성언(醒言) 31. 〔새들의 목소리 경연〕

 

 

꾀꼬리, 비둘기, 무수리가 서로 자기 목소리가 좋다고 다투다가 그렇다면 어른한테 가서 심사를 받기로 결정하고 모두 말하기를,

“황새가 심사위원으로 좋겠다.”

하였다. 그리고는 꾀꼬리는 자신의 소리가 가장 아름답다고 믿어 한가로이 쉬며 웃었고, 비둘기도 개의치 않고 뒤뚱뒤뚱 느리게 걸으며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무수리는 자기 소리가 두 새만 못함을 스스로 알고, 몰래 뱀 한 마리를 잡아 가지고 먼저 황새에게 가서 미끼로 주고 잘 봐 달라고 부탁하였다. 황새는 마침 굶주렸던 터라 단숨에 다 먹어치우고는 기분이 좋아 말했다.

“함께 오기만 하여라.”

셋이 가서 꾀꼬리가 제일 먼저 한 소리 뽑아내자 황새가 부리를 안으로 당기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맑기는 맑지만 슬픔에 가깝다.”

이어서 비둘기가 소리를 내자 황새가 목을 낮추고 천천히 한숨 쉬며 말했다.

“그윽하긴 그윽하지만 음란함에 가깝다.”

제일 마지막에 무수리가 목을 쭉 펴고 꽥 소리 지르니 황새가 꽁지를 들고 빠르게 말했다.

“탁하긴 탁하지만 웅장함에 가깝다.”

 

고과(考課)하는 법에 따르면 마지막 평이 좋은 자가 이긴다. 그리하여 무수리는 스스로 이겼다고 여겨 높은 데 올라가 사방을 돌아보며 부리를 쳐든 채 그칠 줄 모르고 계속 울어 댔고, 황새 또한 발을 높이 들고 멀리 바라보며 스스로 만족해하는 기색을 띠었다. 꾀꼬리와 비둘기는 부끄럽고 기가 죽어 달아나고 말았다.

인물을 알아보는 감식안이 없는 고시관이 이 한 단락의 글을 읽고 얼굴을 붉히지 않을 수 있겠는가.

 

[주-C001] 성언(醒言) : 사람을 깨우치는 말이란 뜻으로, 총 3권에 인물평 및 일화, 사론(史論), 필기(筆記), 한문단편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