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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문예

【성서조선】<경쟁 회피 , 성서조선 第 95 號 (1936年 12月)>

작성자씨알|작성시간26.06.06|조회수14 목록 댓글 0

                                    경쟁 회피 , 

                                                             성서조선 第 95 號 (1936年 12月)

 

지금 세상은 모든 일에 경쟁을 하는 시대인 듯이 보인다. 그러니 경쟁을 즐겨하는 자는 성하고 꺼려하는 자는 패하는 듯하다. 나라끼리는 군비 경쟁, 무역에도 경쟁, 스포츠에도 경쟁, 최신 유행도 경쟁, 과학 대 종교도 경쟁, 기독교 대 이교도 경쟁, 구교 대 신교도 경쟁, 개신교 안의 각 교파끼리도 경쟁, 같은 교파끼리도 지역을 나눠서 경쟁, 학파로 나뉘어서 경쟁이다.

이러한 세태이고 보니 소위 무교회주의자 또는 성서조선도 무슨 경쟁심이 있어서 하는 줄로 억측하고 쓸데없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들이 적지 않은 줄 안다. 이에 우리의 사람 됨됨이로는 경쟁에서 견딜 수 없는 것을 고백하여 과민해진 이들의 신경을 쉬게 하는 동시에, 피차간의 분야를 명백히 하고자 한다.

나는 일찍이 건강상 필요에 따라 운동경기 가운데 한 가지를 택하여 어느 정도 수준에 까지 이르기를 힘 쓴 적이 있었다. 처음에 택한 것은 정구였다. 그러나 정구장은 항상 사람이 넘쳤다. 여간 영악한 인물이 아니고는 좀처럼 자기 순서대로 찾아 할 수 없었다. 또 한 번 순서를 기다리려면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러한 정구장 안에서의 경쟁에 견디지 못하고 드디어 정구를 단념했다.

다음에는 유도를 해보았다. 당시에 동경 제일이라는 크고 시설도 훌륭한 도장을 찾아갔다. 일존 유도의 원조 가노우(嘉納) 옹이 지도하는 도장이니만치 여기 역시 사람 위에 사람이 쌓일 정도로 대성황이었다. 게다가 숙련자끼리는 아무하고나 쉽게 할 수 있지만, 초보 입문자들은 짝을 구하여 상대하기도 쉽지 않았으며 잘못하면 유단자들이 엄청난 실력에 내동댕이쳐질 형편이었다. 유도 또한 감당하질 못할 경쟁이라고 단념했다.

다음에 미식축구도 해보았고 농구도 해보았다. 이렇게 여럿이 모여서 하는 경기는 ‘시간경쟁’이 중요한데 나는 운동꾼들처럼 분발할 수 없어서 여기서도 낙오했다.

이것저것 해보다가 마침내 한 것이 달음박질이다. 이것만은 경쟁이 없이 할 수 있다. 나 혼자의 시간 형편대로 하면 되었다. 상대자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고. 빨리 뛰어도 좋고 천천히 뛰어도 좋고. 운동장이 좁으면 길거리로 나가서 내달리면 되었다. 30분만 뛰면 온 몸에 땀이 철철 흐르니 운동하는 목적은 이룰 수 있다. 우리가 마라톤을 하는 것은 땀을 흘리는 것 말고는 아무런 다른 뜻이 없다.

요즈음 기독교계에서 새로 나오는 졸업생 축하 예배식 같은 데서 ‘새로운 일꾼’ 나옴을 기뻐한다고 한다. 이 말을 교계의 현실에서 비추어 보자면 ‘새로운 싸움꾼’ 나오는 것을 기뻐한다는 뜻 말고는 아무 의미도 없는 말같이 들린다. 경쟁에 능숙한 심정으로야 우리까지 무슨 경쟁자로 보였을 테니 시비를 걸고 논란을 만들겠지만, 당하는 우리는 참으로 민망하기 그지없다.

우리는 영적인 세계에 있어서도 낙오한 자들이다. 싸우지 못하고 견디지 못해서 낙오했다고 보는 것이 가장 온당할 것이다. 우리는 다른 교파에 대항해서 머릿수를 많이 모아보려는 경쟁심도 가질 수 없다. 남들이 전도해 놓은 사람들을 꼬여내어 우리 파에 넣으려는 야심도 못 가졌다.

다만 아무 목사도 가르치지 않는 학생들이 있다면 우리가 가르쳐 보리라. 아무 교회에도 출석할 수 없는 외롭고 쓸쓸한 영혼이 있다면 우리가 얘기를 나누어 보리라. 이것이 최대의 욕망이다. 경쟁하려는 이들이여! 마음을 고쳐먹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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