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信天함석헌, 시 아닌 詩〔154〕】 "님 만난 아침"
님 만난 아침
목이 메도록 부르고 또 울어도
대답도 안하시는 무심한 님
찔러보아도 꿈틀도 않으시는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는 님
찾아도 두다려도 털끝 하나도
깜짝도 안하시는 무정한 님
보일 듯 안 보일 듯 안타깝게만 구는
만질 수도 잡을 수도 없는 님
나는 님 몰라 그런 님 난 싫어
가려했소이 다 참 님 찾아 난 가려했소이다
모진 바람 불고 또 부는 저녁
의지 없는 빈들을 나 홀로 섭니다
별도 달도 없는 침침한 이 골짜기에
찬 비 내리어 더욱 쓸쓸합니다
길 잃어 더듬을 새 두 손은 흙투성이
땀, 눈물, 먼지가 얽흐러진 이 얼굴
덤불에 걹여미고 돌부리에 멍이 들어
비바람 못 견디어 난 넘어집니다
아이 추워 배조차 고파
난 얼어 죽어, 굶어서 죽어
기진맥진 진흙 위에 엎어져
풀포기 움켜쥐는 내 손목을 잡는 인 누군가
힘껏 잡아 쥐시고 느껴 우시며
하시는 말 ‘어디 가니 너 홀로 어딜 가
돌아가자꾸나 따뜻한 님 품으로
풍부하신 네 아버지 대궐 같은 집으로’
그 얼굴 안 보여도 그 목소리 안 잊었지
내버리려든 그 님 그 목소리야
무심하고 무정한 알 수 없는 님이
어느새 오시어 날 붙들고 우시는고나
흙 묻고 냄새나는 더러운 내 얼굴에
빛나는 그 얼굴 수염 난 그 얼굴을
비비대며 느껴 우시는 사랑의 님은
말씀이 살이 되신 살아계신 그 님
겟세마네 동산에 흘리신 피땀 방울
한데 얽힌 그 눈물로 내 얼굴 씻으시네
못자욱 난 그 손으로 날 두다려주시네
추한 이 죄인을 품에다 안으시고
오오, 님이여 나를 안아주소서
태초부터 계시는님, 참 님, 바로 그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