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간절함이 피워낸 비밀의 숲
책 표지에는 네 명의 아이와 도서실, 그리고 한 마리의 호랑나비가 그려져 있다. 이 평화로운 풍경 뒤에는 기묘한 미스터리가 숨어 있다. 어느 날, 쇼타의 할머니(우메 여사)는 "도서실이 사라졌다"는 이해하기 힘든 말을 남긴 채 병원에 입원하신다. 치매의 전조일지 모른다는 우려 속에, 아이들은 할머니의 잃어버린 약속을 찾아 나비가 이끄는 기묘한 모험에 뛰어든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네 명의 아이가 있다. 도서실에 관심 없던 유타와 쇼타, 당당한 성격의 아키, 그리고 도서실을 사랑하는 유이. 이들은 나비라는 신비로운 매개체를 따라가며 학교 도서실 지하에 숨겨진 비밀 공간을 발견한다. 그곳은 단순한 지하실이 아니라, 누군가의 간절한 추억이 고여 있는 시간의 저장소였다.
작품 속에서 아이들이 마주하는 서가에는 《걸리버 여행기》, 《해저 2만리》, 《곰돌이 푸》, 《빨간 머리 앤》 같은 고전들이 가득하다. 일본 작가의 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익히 아는 제목들이 등장할 때마다 묘한 반가움과 함께 '시대를 초월하는 책의 가치'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수십 년 전 누군가가 손때 묻혀 읽었을 그 책들은 시간을 건너뛰어 오늘날의 아이들과 만나며 이야기의 깊이를 더한다.
아이들이 찾아낸 진실은 뭉클하다. 그 공간은 과거 전쟁 이후,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던 어른들을 위한 '야간 학교(야학)'였다. 오늘날의 아이들에게 학교는 때로 지루하고 의무적인 공간이지만, 우메 여사에게 학교는 "글을 모른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자 "세상을 처음으로 마주한 근사한 곳"이었다. 그 당시 배움은 생존이고 축제였다.
"책 읽는 것을 배운 곳도 그곳이었어. 처음에는 그림책, 그리고 나서는 옛날이야기... 내가 모르는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지... 책이라는 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어. 행복했어."
할머니의 이 고백은 공부를 '스트레스'로만 여기는 현대의 아이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공부는 지겨워.”, "아, 스트레스!"를 연발하는 우리 시대의 아이들과 배움 자체가 행복이라 말하는 쇼타의 할머니. 그 간극 사이에서 독자는 배움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결국 공부란 간절한 사람이 소중하게 여길 때 비로소 그 빛을 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하 도서실 벽에 적힌 "이곳은 우리의 소중한 장소, 언젠가 꼭 돌아올 거야"라는 문구는 할머니의 공책에도 똑같이 적혀 있었다. 수십 년 전, 함께 공부하던 친구와 맞잡았던 손의 온기, 그리고 그 약속이 나비라는 환상적인 장치를 통해 현재로 이어진다. 아마도 아이들을 지하 도서실로 이끈 그 나비는, 할머니와 함께 공부했던 그 시절 친구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공간은 사라져도 그곳에 머물던 진심과 문장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서늘하면서도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학교마다 도서실은 늘 그 자리에 있다. 하지만 그곳을 찾는 아이들은 정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 《사라진 도서실》은 우리 곁에 공기처럼 존재하는 배움의 공간들이 사실은 얼마나 많은 이들의 눈물과 간절함으로 지켜져 왔는지를 일깨워준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당연한 배움' 속에 숨겨진 '특별한 행복'을 조금이라도 발견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오늘 무심코 지나쳤던 학교 도서실의 문을 열어보는 작은 호기심이 시작되기를 기대해 본다.
- <사라진 도서실> 니시무라 유리 / 2026 / 북멘토
2026년 6월 2일 화요일
독서로! 세계로! 미래로!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연구원 이선경
대구미래교육연구원, gtsunligh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