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믿는 마음
어느덧 계절의 시계가 부지런히 돌아, 눈부신 초록이 세상을 채워 갑니다.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지친 하루 끝에 맑은 바람 한 점을 불어넣어 줄, 다정하고 아름다운 동화책 『가을에게, 봄에게』를 추천합니다.
이 책은 결코 만날 수 없는 '봄‘과 '가을’의 정령이 주고받는 편지입니다. 겨울은 ‘가을이 따뜻한 아이’ 라고 말합니다. 여름은 봄에게 ‘가을은 차가운 녀석’이라고 말합니다. 같은 계절에 대한 여름과 겨울의 표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가을을 서로 다르게 표현하는 것을 보며 봄은 문득 만난 적 없는 가을이 궁금하여 편지를 쓰기 시작합니다. 호기심으로 시작된 편지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두 정령은 서로의 존재를 통해 자신의 계절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게 됩니다.
가을은 봄의 편지를 통해 늘 보던 나뭇가지 뿐이던 그 나무가 벚꽃이었음을, 그렇게 화사한 꽃을 피우는 나무인 줄 알게 되었습니다. 단풍을 본 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가 본 모습만으로 진실을 또는 그 ‘무엇’을 논할 수 없다는 지혜와 겸허함을 배우게 됩니다.
<“우리는 같은 것을 보아도 이렇게나 다르구나.”>
그리고, 서로가 자신에 대해 매력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삶도 이 두 정령의 편지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갖지 못한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거나, 이미 지나버린 과거 혹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동경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을과 봄은 만날 수 없지만 서로의 편지를 통해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해 갑니다.
<봄과 편지를 나누는 동안
나에게도 좋은 모습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또한 여름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겨울이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언젠가는 봄과 가을처럼 만날 수 없는 계절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할지도 모릅니다. 겨울이 ‘봄과 가을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고 한결같이 ‘상냥한 계절’ 인 것 같다고 봄에게 말합니다. 봄은 서로가 만날 수 없어도 닮아있고 연결되어 있다는 따뜻함을 느낍니다.
효율과 속도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가을과 봄은 우리에게 '서로를 향한 기다림'과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그림책의 따스한 색감과 시적인 문장들을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굳어있던 우리의 마음 한 켠이 말랑말랑해 집니다. 봄의 정령이 가을에게 그러했듯, 평소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소중한 이에게 작은 안부의 메시지를 띄워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 『가을에게, 봄에게』, 사이토 린·우키마루, 미디어창비, 2020.
2026년 6월 8일(월)
이젠, 읽을 때!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독서교육연구소 연구원 양미현
『독서의 쓸모』 저자, 김해구지초등학교 교장 sabin601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