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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타]텐트와 천막은 같은 말일까요?

작성자이환준|작성시간20.04.09|조회수118 목록 댓글 0

텐트와 천막은 같은 말일까요?

 텐트(tent)는 영어에서 온 차용어이고 천막(天幕)은 한자어다. 이 두 단어가 지시하는 대상은 동일하다. 즉, 같은 사물을 지시하는 두 개의 단어가 존재하는 셈이다. ‘천막’이라는 한자어가 있는데도 굳이 ‘텐트’라는 영어 단어를 차용해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두 단어의 연도별 사용 빈도부터 확인해 보자.

▲<그림> ‘텐트’와 ‘천막’의 연도별 사용 빈도(동아일보 말뭉치)

 <그림 1>에 따르면 ‘천막’은 1980년대 이전까지는 ‘텐트’보다 자주 사용되는 단어였으며, 그 이후 두 단어가 대등한 정도로 쓰이다가 2000년대 전후부터 ‘텐트’의 빈도가 크게 증가하기 시작한다.
 2000년대 들면서 야외 활동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면서 텐트의 빈도가 높아졌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는 있으나 빈도 정보만 갖고는 텐트의 사용이 증가하게 된 원인, 그리고 두 단어의 사용상의 변화 등을 추측하기는 어렵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연관어를 살피는 것이다. 연관어는 말 그대로 어떤 단어와 연관이 있는 단어로 정의될 수 있지만 이러한 정의는 결국 ‘연관성’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로 다시 귀결된다.
 이 연관성을 포착하기 위해 가장 널리 활용되는 것이 ‘공기 정보’(co-occurrence information)인데, 공기 정보는 어떤 단어와 유의미하게 같이 쓰이는 단어에 대한 정보이다. 공기 정보의 변화를 살피면 어떤 단어의 사용상의 변화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럼 이제 텐트와 천막의 공기 정보를 살펴보자. 먼저 <그림 2>는 1960년대 ‘천막’과 ‘텐트’의 연관어를 네트워크로 시각화한 것이다.

▲<그림 2> 1960년대 ‘천막’과 ‘텐트’의 공기어*

* 공기어: 어떤 단어와 공기 관계에 있는 단어

 여기서는 우선 ‘천막’의 연관어가 ‘텐트’에 비해 많다는 점이 시각적으로 확인된다. 천막은 지역과 관련한 단어들(서울, 용산, 봉천동, 아현동, 영등포구, 한강, 이촌동, 천막촌)이나 군대 관련 단어들(군, 부관, 명령, 실탄, 부대, 권총, 중장, 막사, 보사부, 포로, 수용소), 그리고 난민 구호와 관련된 단어들(철거, 철거민, 판자집, 무허가, 집, 수해, 수재민, 이재민, 구호품(담요, 의류, 침구), 적십자사)이 주요 공기어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비해 ‘텐트’는 조난 사건의 수색과 관련한 공기어들(캠핑, 눈사태, 조난, 조난자, 수색대, 수색대, 배낭, 인양, 대원, 산악회, 시체)의 분포가 높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60년대까지만 해도 두 단어는 ‘계곡, 캠프, 현장, 마련, 밤, 부근, 새벽, 수용’ 등의 공기어를 공유할 정도로 서로 용법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았다.

▲<그림 3> 2010년대 ‘천막’과 ‘텐트’의 공기어

 그러던 양상이 201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크게 변화한다. ‘천막’은 주로 시위, 농성 등과 같이 정치적인 상황과 관련한 연관어와, ‘텐트’는 캠핑, 아웃도어, 캠핑카 등과 같이 여가와 관련한 연관어와 주로 쓰이는 것을 알 수 있다.
 텐트와 천막은 비록 동일한 대상을 지칭하는 단어였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각자의 사용역을 공고히 해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즉, 천막은 주로 정치적인 상황 속에서, 텐트는 여가 생활 속에서 그 쓰임이 굳어져 가고 있다. 물론 이는 단어 사용에 대한 주된 경향만을 보여줄 뿐이다. 농성을 하면서도 ‘텐트’는 칠 수 있다. 그러나 왠지 이번 여름 캠핑에 ‘천막’은 가지고 가기 어려울 듯하다.

글: 김일환 (성신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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