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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어원] 모꼬지

작성자이환준|작성시간10.11.26|조회수34 목록 댓글 0

모꼬지

 

‘모꼬지’는 대학가에서 ‘서클’을 ‘동아리’로 바꾸고, ‘모임’도 ‘모꼬지’란 예스런 말로 바꾸면서 급속도로 확산되어 쓰인 어휘다. ‘모꼬지’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놀이나 잔치 또는 그 밖의 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일’로 풀이되어 있다. ‘모꼬지’는 최근에 만들어낸 단어가 아니다. 이미 『한불자전』(1880년) 『한영자전』(1890년), 『국한회어』(1895년)에 ‘못거지’로 등록되어 있고, 조선총독부의 『조선어사전』(1920년)에도 역시 ‘못고지’가 ‘연회’(宴會)의 뜻으로 실려 있다. 문세영의 『조선어사전』(1938년)부터 ‘모꼬지’로 나타나는데, 이 ‘모꼬지’는 조선어학회의 『큰사전』(1947년-1957년), 이희승의 『국어대사전』(1961년) 등에 계속 이어져 온 것이다. 그래서 20세기의 30년대부터 ‘못거지’나 ‘못고지’가 ‘모꼬지’로 변화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끔 ‘목거지’로도 나타났는데, 이상화의 ‘나의 침실로’의 ‘마돈나 지금은 모든 목거지에 다니노라 피곤하야 돌아가려는도다’의 ‘목거지’의 해석을 놓고 설왕설래한 적이 있음을 상기할 수 있을 것이다.

‘못거지’나 ‘못고지’든 또는 ‘모꼬지’든 이 단어가 ‘모임’을 뜻하던 우리 고유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이것이 더 이상 작은 단위로 분석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못고지’나 ‘모꼬지’를 기껏해야 ‘모+꼬지’로 분석하거나 ‘모+ㅅ+고지’ 등으로 분석하려고 할 것 같은데, 이것은 잘못된 분석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모꼬지’ 이외에 ‘먹거지’란 단어가 ‘여러 사람이 모여서 벌이는 잔치’란 뜻으로 실려 있어서, ‘모꼬지’를 ‘먹다’와 연관된 ‘먹+거지’로 분석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현진건의 『무영탑』(1938년-1939년)에는 ‘모꼬지’와 ‘먹거지’가 동시에 사용되고 있는데, 여기의 ‘먹거지’는 작가가 ‘모꼬지’를 ‘먹다’와 연관시켜 의도적으로 표기한 것이거나, 아니면 편집인이 ‘모꼬지’의 뜻을 모르고 ‘먹거지’로 잘못 고친 것이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어서, ‘모꼬지’를 ‘먹+거지’로 분석한 것은 잘못인 셈이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먹거지’를 사전에 등재시킨 것도 물론 잘못이다. 여하튼 ‘모꼬지’는 ‘먹거지’의 변화형도 아니다.

금성의 사랑에는 거의 밤마다 먹거지가 벌어졌다. / 혼인날에도 다른 제자보다 오히려 더 일찍이 와서 모든 일을 총찰하였고 모꼬지 자리에서도 가장 기쁜 듯이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즐기었다.<현진건의 ‘무영탑’(1938-1939)>

‘모꼬지’는 16세기의 문헌에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초기의 형태는 ‘몯지’였다.

두  마 리 婚姻 몯지예 녀러 와셔 王涯 더브러 닐오 <번역소학(1517년)> 쇽졀업시 몯지  녀름지이 힘스믈 버거 노라 <정속언해(1518년)> 복기 매 이바디 몯지예 가디 아니터라 <동국신속삼강행실도(1617년)>

‘몯지’는 ‘몯- + -지’로, 그리고 ‘-지’는 다시 ‘- + -이’로 분석된다. 그러니까 ‘몯- + -’이란 복합어에 접미사 ‘-이’가 붙어서 ‘몯지’가 된 것이므로 이것은 ‘(몯- + -) + -이’의 구성을 보이는 셈이다. ‘몯-’은 ‘모이다’의 뜻을 가진 동사 ‘몯다’의 어간이고 ‘’은 ‘갖추다, 구비하다’의 뜻을 가진 동사 ‘다’의 어간이다.

諸侯ㅣ 몯더니 <용비어천가(1447년)> 다 내게 리라<능엄경언해(1462년)>

동사의 두 어간이 합친 복합어 ‘몯-’에 명사형 접미사 ‘-이’가 붙어 ‘(몯)+이’가 된 것인데, 표기상으로 ‘몯지’가 된 것이다. 그 뜻은 ‘모이고 갖추는 것’이란 의미일 것이다. 이 ‘몯지’는 ‘죽사리’처럼 ‘(죽+ 살-) + -이’의 구성을 가진 것인데, ‘죽사리’는 ‘죽살다’란 동사가 보이는 반면에, ‘몯지’는 ‘몯다’란 동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의문을 가질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몯지’의 성조가 모두 평성인 점이 ‘몯다’와 ‘다’의 ‘몯-’과 ‘-’의 성조가 모두 평성인 점과 그대로 일치하므로 의심할 여지는 없다. ‘몯다’에 해당하는 동사는 오히려 명사인 ‘몯지’에 ‘다’를 붙여 만든 ‘몯지다’가 대신하였다.

이튼나 손이 친히 가샤 례라 믈읫 몯지호매 다 동 사이어든 나 례로 안 잡류엣 사이어든 나 호로 안 말라 <여씨향약언해(1518년)>

이 ‘몯지’는 17세기 초까지 쓰이다가 ‘몯’의 ‘ㄷ’이 ‘ㅅ’으로 표기되어 ‘못지’가 되었는데, 이 형태는 18세기 말까지 사용되었다. 18세기에는 어중이 된소리가 되어 ‘못지’가 등장하여 쓰이기도 하였다. 한편 이 ‘못지’는 ‘지’의 ‘’가 앞의 음절 ‘못’의 원순모음의 영향을 받아 원순모음인 ‘고’로 변화하게 된다. 그래서 18세기에는 ‘못지’는 ‘못고지’로도 변화하였고 모음변이를 일으켜 ‘못거지’로도 변화하였다. 그리고 ‘못고지’가 어중에서 된소리로 되어 ‘못지’가 되고 이것이 오늘날의 ‘모꼬지’로 변화한 것이다. ‘못고지’가 마치 ‘못거디’가 구개음화되어 이루어진 형태인 것처럼 인식되어 그것을 바로잡는다는 뜻으로 ‘못거디’나 ‘못고디’나 ‘못디’ 등으로 표기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여러 음운변화와 표기의 변화로 말미암아, ‘몯지’는 ‘못지, 못고지, 못거지’로 또는 ‘못지, 못지’ 또는 ‘못디, 못디, 못고디’ 등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다가 19세기 말에 ‘못거지’와 ‘못고지’로 되었다가 20세기에 와서 ‘모꼬지’로 통일된 것이다. 그 다양했던 표기의 몇 가지를 보이도록 한다.

法에 남잡히 허비야 못지야 술먹이홈이  罪 잇니라 <경민편언해(1658년)> 념 쳥 비변 몯고지로 가겨서 오후 오시니 남참봉 채쳠디와 약쥬 시다 <병자일기(1636년)> 오날 이 못고지가 우연티 안이 일이 잇소 <원앙도(1908년)> 못거지(會) <한불자전(1880년)> 이 못지 가히 다시 닐외디 못디라. <형세언(18세기)> 공 왕손의 못디와 태슈 현녕의 잔예 동으로 보이고 <구운몽필사본(19세기)>

결국 ‘모꼬지’는 ‘모이고 갖추는 일’, 즉 ‘모임을 갖추는 일’을 뜻하는 ‘몯지’가 음운변화를 일으켜 여러 단계의 형태로 나타나다가 오늘날의 ‘모꼬지’로 정착한 것이다.

홍윤표(洪允杓) / 연세대학교


출처 : 국립국어원 ‘새국어소식’ 2005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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