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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단어는 띄어 씁니다.
보조 용언도 앞말과 띄어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물론 조사, 접두사, 접미사, 어미는 붙여 쓰지요. 정말 원칙은 간단합니다. 그러나 띄어쓰기가 문제될 때 이 말이 의존 명사인지, 보조 용언인지, 조사나 접미사인지 헛갈립니다. 저는 이게 저만의 문제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판결서를 보아야만 하는 게 제 일이 되면서 띄어쓰기의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저뿐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점점 하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한글 맞춤법 프로그램도 믿을 만한 것이 못 됩니다. 부득이 ‘판결서’에서 자주 틀리는 띄어쓰기에 관해 말씀드립니다.
● 못, 안
‘못’과 ‘안’이 부정을 뜻하는 부사로 쓰일 때 띄어 씁니다. 그러나 ‘-지’ 다음에 ‘못하다’, ‘아니하다’가 쓰일 경우 하나의 낱말(보조 용언)이기 때문에 붙여 씁니다. 물론 앞의 ‘-지’와는 띄어 쓰지요. 판결서에서는 후자가 많이 보이는데, 주로 틀리는 것은 전자의 경우입니다. 헛갈리신다고요? 이제 시작입니다! 풍부한 용례를 숙지하는 것만이 살길입니다. ^^
[띄어 쓰는 예]
* 경쟁사업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는 행위를 다시 해서는 안 된다는 시정명령을 하였다.
* 토지 매수인이 토지거래신고가액을 실지거래가액으로 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그 때까지는 잔금을 못 주겠다고 했다.
* 특정 연예인에게 팬 미팅 공연을 하도록 강요하고 공연이 이행되지 않으면 안 좋은 일을 당할 것이라고 협박한 후
[붙여 쓰는 예]
* 판공비 또는 조합 활동비의 구체적인 사용처를 설명하지 못한다거나 그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 납품검사 및 검수에 소요된 기간은 지체일수에 포함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정하고
*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약정을 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약정 사실을 알지 못하는 소유자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 상, 하
차례나 등급을 ‘상․하’나 ‘상․중․하’로 구별할 경우 의존 명사로서 띄어 쓰고, 한자어로 된 일부 명사에 붙어 ‘-에 관한’, ‘에 관계하는 어떤 형편에서’를 뜻할 때에는 접미사로서 붙여 씁니다. 역시 용례를 살펴보아야 무슨 소리인지 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 판결서를 보면 전자에 오류가 많습니다.
[띄어 쓰는 예]
* 토지의 근저당권자가 그 토지 상의 미완성 건물에 대하여도 민법 제365조의 규정에 따라 일괄경매신청을 하면서
* 환지로 지정된 토지 상의 무허가 건물을 철거하여 대지조성공사를 완료하지 아니함으로써
* 해면 하의 포락으로 인하여 토지소유권이 소멸되었다고 보아
[붙여 쓰는 예]
* 관습법상 법정지상권
* 법률상 감경
* 노동조합 전임자의 근로계약상 지위
* 어음상의 주채무자가 원인관계상의 채무자와 동일하지 않은 경우, 원칙적으로 그 어음이 기존 원인채무의 ‘지급을 위하여’ 교부된 것으로 추정된다.
*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공무원이 공사업자와 계약금액을 부풀려서 계약하고 부풀린 금액을 자신이 되돌려 받기로 사전에 약정한 다음 그에 따라 수수한 돈은 성격상 뇌물이 아니고 횡령금에 해당한다.
* 반국가 단체를 이롭게 한다는 인식하에 소지하고
* 공무원이 공공기관 등으로부터 보유 주식의 매각협상 등에 대한 위임을 받아 그 위임사무 및 직무의 본지에 적합하다는 판단하에 처리하고

● 중
먼저 용례를 들어 설명합니다.
가. ‘가운데’, ‘속’의 뜻일 때 의존명사로서 띄어 씁니다.
* 경매절차에서 채권자가 채권계산서에 자신의 잔존 채권액에 못 미치는 금액만을 우선충당 대상 금액으로 기재하고 나머지 안분배당 대상 금액 중 갑 공사에 대한 안분배당액만을 채권자가 흡수하고
* 회사가 자신이 운영하는 오픈마켓에 입점하여 상품을 판매하는 사업자들 중 다른 회사가 운영하는 쇼핑몰에도 입점해 있던 7개 사업자들에게 판매가격을 인하할 것을 요구하고
* 피고의 상고가 받아들여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에 관하여 파기환송 판결이 선고된 경우
* 제1심이 원고의 청구 중 일부만을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 경우
나. ‘하는 동안’, ‘그 사이’의 뜻일 때에도 역시 의존 명사로 띄어 씁니다.
* 철도청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중 집행유예의 확정판결을 받고도 사실상 계속 근무해 온 사람을
* 위 상병이 군복무 중 받은 교육훈련으로 발병되거나 촉진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고
* 수용생활 중 고소·진정행위 내역 등에 관하여 제출한 주장과 입증이
* 감정유치기간 중 피고인이 도주하였다가 체포된 후
*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6호의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중 상이’로 인정받기 위하여 요구되는 인과관계의 내용
다. 명사 뒤에 붙어 ‘어떤 상태’나 ‘마음에 있는 동안’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접미사로 붙여 씁니다.
* 무의식중에 그 아래쪽 보증인 란을 피보증인 란으로 착각하고 거기에 자신의 성명을 기재하였다가
* 권리범위확인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이 상고심에 계속중 당해 특허발명이 무효로 확정된 경우
* 한의원의 종업원이 한의사의 부재중 환자에게 증상을 물어 보고 진맥을 한 후 사물신안탕을 조제하여 준 것이
* 학교앨범의 사진 중에서 누구라도 지목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은연중에 느낀 나머지 행정직원 중에서
* 한밤중에 찾아온 응급환자에 대하여 일반적인 대증요법에 따라 치료한 수련의에게 의료과오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 모든 법관의 진지한 노력은 무언중에 감쇄될 것이다.
결국 ‘중’은 원칙적으로 띄어 쓰되, ‘계속중’, ‘무의식중’, ‘부재중’, ‘한밤중’, ‘무언중’ 등을 쓸 때에는 붙여 씁니다. 저는 그냥 위 예외적인 용례를 암기하였습니다. 솔직히 그게 편합니다. ^^;
- 글 . 김동완 조사심의관(판사) - |